전체 글 (632) 썸네일형 리스트형 20220405 순천 동천 벚꽃 만개 순천에는 선암사, 송광사, 순천만, 순천만정원, 낙안읍성 등 알려진 관광지가 많지만 이즈음의 순천은 동천이 가장 아름다운 듯하다. 벚꽃 피는 길은 많지만 차가 다니지 않아 걸어다닐 수 있고, 천이 있어서 답답하지 않고 풍경도 좋은 곳은 막상 없다. 동천은 위 조건을 다 만족한다. 게다가 도심을 관통하고 있으며 천을 따라 벚꽃길이 길게 이어져서(약 5km) 어디서든 출발하여 한 바퀴 돌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퇴근길에 활짝 핀 벚꽃이 아름다워서 잠시 주차하여 짧게 걸었다. 벚꽃도 아름답지만 물 오른 수양버들의 늘어진 연두빛 새순이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했다. 아무리 바빠도 지금은 꽃들과 눈맞춤 할 때! 무채색이었던 세상이 환하다. 온통 꽃밭이 되었다. 여긴 벌써 꽃비가 되어 날리고 있었다. 일 .. 20220318(금) 교정의 봄 교정에 봄이 왔다. 열흘간 이어지던 울진의 산불도 잡혔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잘난 척 해도 불을 끄지 못하고 결국 자연이 그 불을 껐다. 메말랐던 대지에는 금비, 단비가 되었다. 겨우내 고개숙이고 있던 쪽파에도 물이 올랐고 성질급한 나무 끝에도 싹눈이 나고 있더라. 점심 시간에 급식소 뒤편 살구나무에 꽃이 핀 걸 보았다. 팝콘 터진다는 말이 실감난다. 노란 옷 입은 산수유는 만개, 벚꽃도 벙글어졌다. 오늘은 바람이 차지만 곧 봄바람이 불 것이다. 늙는 것도 쾌사(快事)라! "한 손에 가시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백발 막대로 치려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려 우탁, [백발가]) 지름길로 찾아온 노년. 늙는다는 것은 생의 한 단계라 노력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또 생각해 보면 이 단계만큼 힘겹게 넘어가는 시기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니 '고개'아니던가. 넘고 나면 필경 보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풍요로운 노년을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늘 '노후 대책'을 이야기한다. '대책' 운운하다 보니 챙겨야 할 것이 여간 많지 않은데, 크게 정리해 보면 건강과 돈으로 귀결된다. 맞는 이야기이다. 건강해야 질 높은 노년을 보낼 수 있고, 돈이 있어야 품격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둘을 다 챙겼.. 하동 최참판댁에서 한나절 대학친구 셋과 최참판댁에 갔다. 일상이 무너진 지금, 대학 친구가 단 셋 뿐이라서 다행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회를 재정비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난 지 삼년 째다 친구도 자주 만나야 대화거리도 풍부하고 정이 드는 것 같다. 아이 늦은 친구가 있는데다 그 친구가 일요일이면 교회가야 하는지라 그동안 모임을 규칙적으로 갖지 못했는데 그 친구의 작은 딸이 올해 기숙형 고등학교로 갔다. 덕분에 올해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어쩌다 빠지게 되면 그 다음달에 연달아 두 번을 만나기도 한다. 도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살아서 이동거리는 좀 되지만 마음이 있으면 못할 것도 없다. 는 박경리가 지은 장편소설이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26년에 걸쳐 지은 대하소설로 전 5부.. 광양중진초 도서관 공간혁신 광양중진초 도서관에 갔다. 지난 8월에 그곳에서 출장이 있었다. 올 상반기에 기존의 도서관을 리모델링하였는데 일반적인 학교 도서관에 비해 볼꺼리가 많았다.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통창 조명도 카페 조명으로 근사하네 일반적인 학교 도서관과 다른 점은 창 밖의 녹음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통창일 게다. 기존의 창을 뜯어서 통창으로 꾸미다 보니 창 밖의 풍경이 그대로 들어왔다. 별도의 조명을 하지 않아도 밝고 화사했다. 저절로 책이 읽고싶어지는 공간이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어서 꿈꾸고 싶은 도서관을 설계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던, 그리고 익숙하던 사각형 틀이 아닌, 이런 공간이 있으니 생각도 참신하게 바뀌는 듯하다. "공간이 바뀌면 생각도 바뀝니다." 광고가 떠오른다. 책 자체가 알록달록 화려.. 주(酒)님 예찬 / 이팝나무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술도 음식이라 자꾸 먹으면 는다고 말한다. 처음 본 이와도 스스럼없이 말을 섞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기에 내 겉모습만 보고는 ‘말술’을 마시게 생겼다고 한다. 여행 가는 사람들의 술 실력과 분위기에 따라 소주나 포도주를 챙기기도 하고, 밥 먹는 자리에서 “이 안주면 술이 있어야 하지 않남?” 하면서 술을 주문하는 사람도 나지만 술 실력은 형편없다. ‘양을 사양하되 잔을 사양하지는 않는 미덕(?)’으로 주는 술을 받기는 잘하지만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는 못한다. 서너 시간 이어지는 긴 술자리에서 기껏 김빠진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으니 주량이라고 내밀기도 부끄럽다. 하여 나는 술 잘 마시는 멋진 여자가 참으로 부럽다. 다른 사람들보다 체구가 작은..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이팝나무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 양선례 긴 장마였다. 무려 50일쯤 이어진 여름 장마. ‘석 달 가뭄에는 살아도 열흘 장마에는 못 산다’는 옛 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세상은 음습했고, 구석진 곳에는 어김없이 곰팡이가 피었다. 90도가 넘는 습도에 사람도 동물도 기진맥진이었다. 그래서일까. 올가을이 유난히 길다. 열흘만 있으면 12월인데 아직도 거리에는 붉은 단풍이 남아 있다. 은행잎 구르는 가로수 길이 환상적이다.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모처럼 비가 내렸다. 가을 끝자락이어선지 그 비는 어쩐지 을씨년스럽고 쓸쓸하다. 사무실로 들어와서 따끈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음악을 틀었다. 이런 날에는 누가 뭐래도 조덕배다. 조덕배. 굴곡 많은 그의 인생이 보석 같은 곡을 만.. 20210818 이사 만 17년을 살던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원래는 추석 지나고 하려고 했는데 새로 이사올 분의 부탁으로 갑자기 하게 되었다. 이 아파트에서 17년을 살았다. 중학교 2학년이던 큰 딸아이는 30대가 되었고, 전학까지 했던 둘째 딸아이는 20대 끄트머리가 되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이던 막내는 27살의 청년이 되었다. 나 역시 아슬아슬하게 30대 이름표를 달고 있었는데 이제는 예순 고개가 코 앞이다. 무정한 세월이다. 여기서 세 아이를 키웠고, 시어머니를 6년 2개월 모셨으며, 우리 엄마가 내 살림을 도와주려고 작년까지 다니셨다. 친정에서 버스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라 우리 엄마 우리 집 오기 좋아하셨다. 그런 추억을 다 이 집에 묻어두고 이사했다. 오래 묵은 집이라 버릴 책이나 옷이 엄청났다. 쓸.. 이전 1 2 3 4 5 6 7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