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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읍 한옥카페 춘운서옥 며칠전 모임에 갔더니 보성에 주말 주택이 있는 걸 아는 지인이 물었다. "보성읍에 유명한 한옥카페가 있다던데, 거기 좋아?"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거의 매주 가는데다 친구들의 방문이 잦은지라 맛집이나 카페 소식에 밝은 편인데도 그랬다. 검색해 보니 이리 유명한 곳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2019년에 열었으니 2년이 되었는데 여태 몰랐다. 평일 11시 목포사는 친구랑 중간 지점인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들어가면서부터 범상치 않은 외관. 오래된 나무, 특히 사간형의 굽은 소나무가 쭉쭉 뻗어 있었다. 한때 문화재 등록까지 되었다가 취소된 후 유물과 그림 등을 모으던 현 소유자가 이 집을 인수받아 5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한다. 한 쪽에는 한옥 펜션, 그리고 한 쪽..
화려한 반란 화려한 반란 / 이팝나무 초임 발령을 다른 친구들보다 일 년 늦은 대신 집 가까운 곳으로 받았다.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쯤 걸렸으나, 동창들 대다수가 문화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도서 지역으로 받은 것에 비하면 엄청난 특혜였다. 면 소재지에 위치한 14학급의 중규모 학교였는데 인근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있었다. 교사들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했다. 2년 선배 언니들이 다섯 명이나 있어서 저경력과 고경력 교사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4학년 3반 42명의 담임이 되었다. 동학년 두 분의 선생님은 경력이 이십 년 가까이 되는 중견교사였다. 두 반은 교무실이 있는 본관 동에 있고, 우리 반은 옆에도, 아래층에도 일반 교실이 없는 도서관 2층..
노을 지는 순천만정원에서 일상을 기록하지 않은 지 꽤 된다. 너무 덥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낮잠을 잤는데 일어나 보니 땀이 흥건하다. 무기력한 여름 오후, 6시가 다 되어가는데 운동한다고 옆과 나섰다. 낮에는 덥기도 하거니와 늘어가는 코로나, 게다가 외부에서 온 관광객 탓에 돌아다니기가 겁난다. 이 시간에 가면 한가롭고 스쳐가는 사람도 적어 마음이 놓인다. 옆에 있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여름이 감방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던 신영복 선생의 글에 동감하는 나날이다. 늘어가는 코로나가 사람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수국이 필락 말락 하던 때 가고 오랜만에 갔는데도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왔다. 옆이 배고파서 걸어다닐 수 없다고 해서다. 동네 뒷산 가듯 언제라도 갈 수 있는 정원박람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만원만 주면 일..
이쁜 내 새끼 밤하늘/ 이팝나무 고양이가 집에 왔다. 나는 고양이가 무서웠다. 영물인 고양이가 주인에게 해코지한다거나, 길고양이가 떼를 지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탓도 있고 친정어머니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고양이라서 은연중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한때 추리소설을 엄청나게 좋아하여 많이 읽었지만 애드거 앨런 포의 고양이 관련 소설은 읽지 못했다. 꿈에라도 고양이를 볼까 무서워서. 그런데 지금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퇴근 후면 고양이 배변 통이 있는 방에 들어가 고양이의 뒤처리를 해 주는 것이 일과 중 하나다. 고양이는 아들이 데려왔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중국여행을 기획한 아들이 평소에 자취방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데려 온 게 시작이었다. 일주일 정도 머물던 아들은 자기가 고양이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
아픈 손가락 / 이팝나무 아픈 손가락 점심을 부리나케 먹고는 oo공원으로 향한다. 이번 겨울에야 학교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 맞는 직원과 삼십여 분의 짧은 걷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학교를 나와 오일장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감아 돌면 공원이 보인다. 작은 언덕이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꽤 운동이 된다. 충혼탑이 있는 정상에 서면 남양면 간척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그리고 그 너머 바다가 보인다. 올망졸망 섬과 섬 사이에 펼쳐진 좁은 바다지만 흰구름이 둥실 떠 있는 맑은 날이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별이 어려워 운치가 있다. 삼월의 oo공원은 동백이 한창이다. 꽃은 화사하나 떨어지면 추한 느낌을 주는 겹동백이 아니라 꽃송이는 작지만 고아하고 핏빛처럼 붉은 재래동백이 주를 이룬다. 물..
첫 눈! 20201230 눈이 왔다. 첫 눈치곤 푸지게 내렸다. 이런 눈을 본 게 얼마만인지, 반갑다. 눈아! 설마. . 워낙 눈이 내리지 않는 지방이기에 쌓일 거라고 생각도 안했다. 출근할 때는 조금 흩날리다가 금세 멎었기에 그럴 줄 알았다. 10시가 넘어서자 조금씩 쌓이더니 순식간에 운동장을 다 덮어 버렸다. 이번주엔 원격수업이기에 이렇게 눈이 왔는데도 운동장에 아이들이 없다. 학생 한 명의 코로나 확진으로 전교생과 교직원 모두가 전수조사를 받았다. 다행히 더 이상의 확진자는 없으나 학교는 이번 주 내내 문을 닫았다. 멀다고 생각했던 코로나가 우리의 턱 밑까지 추격하는 모양새다. 무섭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몇 년만에 눈이 푸지게 내려 쌓였는데, 운동장은 텅 비었다. 뒤뜰로 가 보았다. 차량 위에도 나무 가지..
신안 끝에는 보라보라 퍼플교! 10월 24일 햇살 좋은 날! 대학친구는 넷이다. 셋은 전남으로, 성적이 좋았던 한 친구는 광주로 발령을 받았다. 거의 날마다 뭉쳐 다녔기에 지역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광주 친구가 첫 아이를 잃어버리자 한창 아이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나와 친구들은 그 친구에게 연락하기가 두려웠다. 애타는 친구 마음을 위로할 길도 몰랐을 뿐더라 아이 키우며 사는 데 너무 바쁜 나는 그 친구를 챙기지 못했다. 그 사이 친구와의 골은 깊어졌고, 친구는 딸, 아들 낳고 잘 살고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서로 연락하기는 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끈끈한 사이는 되지 못했다. 또 지역청이 다르다 보니 하는 일도, 얽힌 인간관계도 달라서 만나면 금새 이야기가 동나 버리기도 했다. 남은 셋은 자주 만났다...
고흥 나로도 끝에는 아름다운 쑥섬이 있더라 지난 가을에 고흥 끝 쑥섬에 다녀왔다. 그때 사진을 올려두기는 했으나, 등록하지 않은 채 둔 쑥섬 이야기를 포스팅한다. 아프고 힘들었던 2020년이 이제 3일 남았다. 내년에는 부디 올해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코로나도 물러가고 경제도 서민의 삶도, 학교 현장도 올해보다는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거미줄 처 진 블러그도 새 단장할 것이다. 나로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단 2분만에 닿게 되는 섬. 쑥섬. 한 시간에 한 번 쯤의 배가 운행하는데 수영 잘하는 사람은 바로 가도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섬이다 지난 주말(11월 초), 친구들 몇과 이 곳을 찾았다. 전날 밤 고흥 입구에 있는 관사에서 잤지만 이곳까지 가려면 55키로. 무려 한 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고흥 반도 끝에서 배를 타야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