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창작 (5) 썸네일형 리스트형 주(酒)님 예찬 / 이팝나무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술도 음식이라 자꾸 먹으면 는다고 말한다. 처음 본 이와도 스스럼없이 말을 섞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기에 내 겉모습만 보고는 ‘말술’을 마시게 생겼다고 한다. 여행 가는 사람들의 술 실력과 분위기에 따라 소주나 포도주를 챙기기도 하고, 밥 먹는 자리에서 “이 안주면 술이 있어야 하지 않남?” 하면서 술을 주문하는 사람도 나지만 술 실력은 형편없다. ‘양을 사양하되 잔을 사양하지는 않는 미덕(?)’으로 주는 술을 받기는 잘하지만 한 잔도 제대로 마시지는 못한다. 서너 시간 이어지는 긴 술자리에서 기껏 김빠진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으니 주량이라고 내밀기도 부끄럽다. 하여 나는 술 잘 마시는 멋진 여자가 참으로 부럽다. 다른 사람들보다 체구가 작은..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이팝나무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 양선례 긴 장마였다. 무려 50일쯤 이어진 여름 장마. ‘석 달 가뭄에는 살아도 열흘 장마에는 못 산다’는 옛 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세상은 음습했고, 구석진 곳에는 어김없이 곰팡이가 피었다. 90도가 넘는 습도에 사람도 동물도 기진맥진이었다. 그래서일까. 올가을이 유난히 길다. 열흘만 있으면 12월인데 아직도 거리에는 붉은 단풍이 남아 있다. 은행잎 구르는 가로수 길이 환상적이다.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모처럼 비가 내렸다. 가을 끝자락이어선지 그 비는 어쩐지 을씨년스럽고 쓸쓸하다. 사무실로 들어와서 따끈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음악을 틀었다. 이런 날에는 누가 뭐래도 조덕배다. 조덕배. 굴곡 많은 그의 인생이 보석 같은 곡을 만.. 화려한 반란 화려한 반란 / 이팝나무 초임 발령을 다른 친구들보다 일 년 늦은 대신 집 가까운 곳으로 받았다.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출퇴근 시간이 한 시간쯤 걸렸으나, 동창들 대다수가 문화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도서 지역으로 받은 것에 비하면 엄청난 특혜였다. 면 소재지에 위치한 14학급의 중규모 학교였는데 인근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있었다. 교사들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했다. 2년 선배 언니들이 다섯 명이나 있어서 저경력과 고경력 교사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4학년 3반 42명의 담임이 되었다. 동학년 두 분의 선생님은 경력이 이십 년 가까이 되는 중견교사였다. 두 반은 교무실이 있는 본관 동에 있고, 우리 반은 옆에도, 아래층에도 일반 교실이 없는 도서관 2층.. 이쁜 내 새끼 밤하늘/ 이팝나무 고양이가 집에 왔다. 나는 고양이가 무서웠다. 영물인 고양이가 주인에게 해코지한다거나, 길고양이가 떼를 지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탓도 있고 친정어머니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고양이라서 은연중 영향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한때 추리소설을 엄청나게 좋아하여 많이 읽었지만 애드거 앨런 포의 고양이 관련 소설은 읽지 못했다. 꿈에라도 고양이를 볼까 무서워서. 그런데 지금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퇴근 후면 고양이 배변 통이 있는 방에 들어가 고양이의 뒤처리를 해 주는 것이 일과 중 하나다. 고양이는 아들이 데려왔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중국여행을 기획한 아들이 평소에 자취방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데려 온 게 시작이었다. 일주일 정도 머물던 아들은 자기가 고양이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 아픈 손가락 / 이팝나무 아픈 손가락 점심을 부리나케 먹고는 oo공원으로 향한다. 이번 겨울에야 학교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 맞는 직원과 삼십여 분의 짧은 걷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학교를 나와 오일장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감아 돌면 공원이 보인다. 작은 언덕이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꽤 운동이 된다. 충혼탑이 있는 정상에 서면 남양면 간척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그리고 그 너머 바다가 보인다. 올망졸망 섬과 섬 사이에 펼쳐진 좁은 바다지만 흰구름이 둥실 떠 있는 맑은 날이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별이 어려워 운치가 있다. 삼월의 oo공원은 동백이 한창이다. 꽃은 화사하나 떨어지면 추한 느낌을 주는 겹동백이 아니라 꽃송이는 작지만 고아하고 핏빛처럼 붉은 재래동백이 주를 이룬다. 물..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