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풍경

(482)
광양중진초 도서관 공간혁신 광양중진초 도서관에 갔다. 지난 8월에 그곳에서 출장이 있었다. 올 상반기에 기존의 도서관을 리모델링하였는데 일반적인 학교 도서관에 비해 볼꺼리가 많았다.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통창 조명도 카페 조명으로 근사하네 일반적인 학교 도서관과 다른 점은 창 밖의 녹음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통창일 게다. 기존의 창을 뜯어서 통창으로 꾸미다 보니 창 밖의 풍경이 그대로 들어왔다. 별도의 조명을 하지 않아도 밝고 화사했다. 저절로 책이 읽고싶어지는 공간이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어서 꿈꾸고 싶은 도서관을 설계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던, 그리고 익숙하던 사각형 틀이 아닌, 이런 공간이 있으니 생각도 참신하게 바뀌는 듯하다. "공간이 바뀌면 생각도 바뀝니다." 광고가 떠오른다. 책 자체가 알록달록 화려..
20210818 이사 만 17년을 살던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원래는 추석 지나고 하려고 했는데 새로 이사올 분의 부탁으로 갑자기 하게 되었다. 이 아파트에서 17년을 살았다. 중학교 2학년이던 큰 딸아이는 30대가 되었고, 전학까지 했던 둘째 딸아이는 20대 끄트머리가 되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이던 막내는 27살의 청년이 되었다. 나 역시 아슬아슬하게 30대 이름표를 달고 있었는데 이제는 예순 고개가 코 앞이다. 무정한 세월이다. 여기서 세 아이를 키웠고, 시어머니를 6년 2개월 모셨으며, 우리 엄마가 내 살림을 도와주려고 작년까지 다니셨다. 친정에서 버스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라 우리 엄마 우리 집 오기 좋아하셨다. 그런 추억을 다 이 집에 묻어두고 이사했다. 오래 묵은 집이라 버릴 책이나 옷이 엄청났다. 쓸..
노을 지는 순천만정원에서 일상을 기록하지 않은 지 꽤 된다. 너무 덥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낮잠을 잤는데 일어나 보니 땀이 흥건하다. 무기력한 여름 오후, 6시가 다 되어가는데 운동한다고 옆과 나섰다. 낮에는 덥기도 하거니와 늘어가는 코로나, 게다가 외부에서 온 관광객 탓에 돌아다니기가 겁난다. 이 시간에 가면 한가롭고 스쳐가는 사람도 적어 마음이 놓인다. 옆에 있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여름이 감방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했던 신영복 선생의 글에 동감하는 나날이다. 늘어가는 코로나가 사람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수국이 필락 말락 하던 때 가고 오랜만에 갔는데도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왔다. 옆이 배고파서 걸어다닐 수 없다고 해서다. 동네 뒷산 가듯 언제라도 갈 수 있는 정원박람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만원만 주면 일..
신안 끝에는 보라보라 퍼플교! 10월 24일 햇살 좋은 날! 대학친구는 넷이다. 셋은 전남으로, 성적이 좋았던 한 친구는 광주로 발령을 받았다. 거의 날마다 뭉쳐 다녔기에 지역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 광주 친구가 첫 아이를 잃어버리자 한창 아이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던 나와 친구들은 그 친구에게 연락하기가 두려웠다. 애타는 친구 마음을 위로할 길도 몰랐을 뿐더라 아이 키우며 사는 데 너무 바쁜 나는 그 친구를 챙기지 못했다. 그 사이 친구와의 골은 깊어졌고, 친구는 딸, 아들 낳고 잘 살고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서로 연락하기는 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끈끈한 사이는 되지 못했다. 또 지역청이 다르다 보니 하는 일도, 얽힌 인간관계도 달라서 만나면 금새 이야기가 동나 버리기도 했다. 남은 셋은 자주 만났다...
고흥 나로도 끝에는 아름다운 쑥섬이 있더라 지난 가을에 고흥 끝 쑥섬에 다녀왔다. 그때 사진을 올려두기는 했으나, 등록하지 않은 채 둔 쑥섬 이야기를 포스팅한다. 아프고 힘들었던 2020년이 이제 3일 남았다. 내년에는 부디 올해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코로나도 물러가고 경제도 서민의 삶도, 학교 현장도 올해보다는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거미줄 처 진 블러그도 새 단장할 것이다. 나로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단 2분만에 닿게 되는 섬. 쑥섬. 한 시간에 한 번 쯤의 배가 운행하는데 수영 잘하는 사람은 바로 가도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섬이다 지난 주말(11월 초), 친구들 몇과 이 곳을 찾았다. 전날 밤 고흥 입구에 있는 관사에서 잤지만 이곳까지 가려면 55키로. 무려 한 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고흥 반도 끝에서 배를 타야 하기..
20201025 오후 6시 순천만정원에서 일박이일 친구들 모임이 목포에서 있었는데 아침만 먹고 헤어지고 말았다. 오후에 혼자 있으니 무료하기도 해도 해질녘에 순천만 정원을 찾았다. 5시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주변은 어둑어둑해지고,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남들은 나올 시간에 순천사는 특권으로 들어가서 한바퀴 돌고 왔더니 순천만정원의 색다른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한 시간 운동하는 동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행복했다. 운동도 하고, 풍경도 즐기고 그 한 시간이 참 알찼다. 이곳에서 가을이 내려 앉았다. 단풍길도 있고 억새길도 있고, 한군데서 가을을 다 즐길 수 있었다. 핑크뮬리도 색이 바래는 중이었다. 외래종이라고 뭐라고도 하는데 분홍 보기 어려운 가을에 이다지도 고운 색을 자랑하고 있으니 사진찍는..
금목서 향기 바람에 날리는 3917마당에서 20201004 나주 3917 마당 추석연휴 마지막 날 나주 3917마중으로 금목서를 보러 갔다. 하필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라서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금목서가 재작년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 기분은 좋았다. 화무십일홍으로 열흘 붉은 꽃이 없긴 하지만 금목서의 생명도 정말 짧다. 2017년 마중이 만들어졌고, 2018년 친구들과 한 번 다녀간 이후 금목서 필 때면 이곳이 그립다. 작년에도 왔으나 며칠 째 이어진 비바람에 금목서는 져 버렸고, 올해 벼르다가 친구랑 다시 왔다. 이곳은 그러고도 남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수령 80년 된 금목서도 크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일본식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주변의 풍경도 아름답다. 울창한 숲과 함께 어우러진 공간 역시 넓어서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행복하다. 복합..
코스모스 꽃길따라 광양 서천변을 걷다 20201003(토) 하루는 음식 준비로, 하루는 친정식구들과 모여서 놀고 그러다 보니 개천절이 되었다. 아침 일찍 작은 딸과 아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큰 딸만 남았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 냄새가 나는 하늘이 집안에만 있기에는 아쉽게 한다. 그래서 나선 길, 광양 서천변을 걸었다. 벌써 어둑어둑 해지고 있다. 이 정도 꽃길이면 사람이 바글바글 할텐데 너무 한가해서 이상하다고 하는 딸아이. 시골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이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마음 편한 산책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