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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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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고하도 둘레길 지난 주말 목포에서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일상의 글쓰기(수필 창작) 반의 모임이 있었다. 나는 4학기째 이 수업 수강중이지만 문우들과 얼굴을 보고 만난 것은 처음이다. 수강생 22명 중 10명의 학생과 서울에서 오신 지도 교수님이 참가했다.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야간에 대면수업으로 이루어지기에 목포 인근의 사람들이 주로 수강했는데 코로나와 교수님 정년으로 목포가 아닌 지역에 사는 나 같은 사람도 수업을 들을 수가 있었다. 어찌 보면 코로나가 준 선물이다. 수업은 교수님이 주신 주제에 맞게 글을 써서 홈페이지에 올린다. 교수님이 일일이 읽어 보니 첨삭을 한 후에 그걸 수업 자료로 활용하여 화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줌으로 이루어진다. 꼬박꼬박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감..
눈부시다, 선암사 겹벚꽃 선암사에 갔다. 이맘 때의 선암사는 겹벚꽃이 절정. 그런데 지난 비에 새순이 돋아나고 그 고운 색도 살짝 바랬다. 절정이 조금 지난 벚꽃이지만 기와 지붕과 초록과 어우러져 눈부신 봄날의 풍경이 연출되었다. 해마다 이 꽃 필 때가 되면 몸이 근질거린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고즈녁한 산사의 풍경은 느낄 수 없었지만 "찬란한 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가지를 늘어뜨린 겹벚꽃이 정말 이쁘다. 의자에 앉아 사진 찍으려면 기다려야 할 판. 순천 사는 내 친구도 이맘 때의 선암사는 처음이란다. 하긴 나도 몇 년 전에야 큰시누이님이 말씀하신 걸 듣고 알았으니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거다. 를 쓴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을 딱 한 군데만 꼽으면 어디를 추천하겠느냐는 말에 이 선..
담양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 산책 토요일에 담양에서 연수가 있었다. 경기도에서 좋은 강사를 부르자니 주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전형적인 봄 날씨, 춥지도 덥지도 않게 나들이하기 딱 좋은 데다 하늘이 저리 파란데 도서관에서 공부나 하기는 아쉽지 않은가. 하여 조금 일찍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이제 막 연초록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모두가 느끼듯이 초록은 초록인데 조금씩 다 다른 이즈음의 신록이 가장 눈부시다. 조금 일러선지, 아님 신록이 우거지지 않아 볼 품이 없다고 생각해선지 이렇게 한가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그저 이 길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가까이서 찍어본 메타 이파리. 연두과 녹색의 중간쯤 되는 이 색깔이 황홀하다. 처음에 이 연목을 만들 때는 뭐하러 만들었을까 의아했는데 물이 있으니 이런 '..
여수예울마루에서 <레베카>를 보았다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았다. 딸 둘과 조승우가 주연인 공연을 서울에서 본 것까지 치면 2년만이나 예울마루에서 지인들과 본 건 세어보니 3년만이었다. 황정민 주연의 공연이 마지막이었다. 너무 오랜만이어서였을까? 감회가 새로웠다. 옥주현과 민영기의 인지도 높은 주인공들의 연기여서였는지 B열 두번째 줄에 앉아서 배우의 침방울과 표정까지 볼 수 있는 자리여서였는지 유난히 감동이 컸다. 옥주현과 임혜영, 두 여자 주인공이 베란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르는 이중창이 특히 멋졌다. 집사인 옥주현이 주인인 레베카를 그리며 부르는 이 뮤지컬의 하일라이트인 노래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또 다시 짙은 안개가 멘덜리 전체를 집어 삼키려나 봅니다." "왜 저한테 그 드레스를 입힌 거죠? 다. 함정이었어, 왜 저를 조롱한거야. ..
임실 섬진강 둘레길에서 만난 '사랑비'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 일곱 자식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부모님께 바치는 '사랑비' "취직되면 주말마다 술병 들고 진뫼마을도 달려오라"고 막내아들 보고 싶은 마음을 살아생전 그리 표현하던 내 어머니! 취직이 되고 보니 어머니는 이미 세상에계시지 않았다. 어머니의 그 말씀이 가슴에 사무쳐 첫 봉급 타던 날 통장 하나 따로 만들어 속옷값을 넣었고 그 뒤로 줄곧 이건 술이라고, 이건 겨울외투라고, 이건 용돈이라고, 차곡차곡 돈을 넣었다. 그렇게 쌓인 돈으로 부모님 생전에 땀 흘려왔던 마을 앞 고추밭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빗돌 하나를 세웠다. 부모님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았기에 '사랑비'라 이름했다. 어머니 돌아가신 지 21년, 아버지 돌아가신 지 18년..
20220405 순천 동천 벚꽃 만개 순천에는 선암사, 송광사, 순천만, 순천만정원, 낙안읍성 등 알려진 관광지가 많지만 이즈음의 순천은 동천이 가장 아름다운 듯하다. 벚꽃 피는 길은 많지만 차가 다니지 않아 걸어다닐 수 있고, 천이 있어서 답답하지 않고 풍경도 좋은 곳은 막상 없다. 동천은 위 조건을 다 만족한다. 게다가 도심을 관통하고 있으며 천을 따라 벚꽃길이 길게 이어져서(약 5km) 어디서든 출발하여 한 바퀴 돌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퇴근길에 활짝 핀 벚꽃이 아름다워서 잠시 주차하여 짧게 걸었다. 벚꽃도 아름답지만 물 오른 수양버들의 늘어진 연두빛 새순이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게 했다. 아무리 바빠도 지금은 꽃들과 눈맞춤 할 때! 무채색이었던 세상이 환하다. 온통 꽃밭이 되었다. 여긴 벌써 꽃비가 되어 날리고 있었다. 일 ..
20220318(금) 교정의 봄 교정에 봄이 왔다. 열흘간 이어지던 울진의 산불도 잡혔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하다고 잘난 척 해도 불을 끄지 못하고 결국 자연이 그 불을 껐다. 메말랐던 대지에는 금비, 단비가 되었다. 겨우내 고개숙이고 있던 쪽파에도 물이 올랐고 성질급한 나무 끝에도 싹눈이 나고 있더라. 점심 시간에 급식소 뒤편 살구나무에 꽃이 핀 걸 보았다. 팝콘 터진다는 말이 실감난다. 노란 옷 입은 산수유는 만개, 벚꽃도 벙글어졌다. 오늘은 바람이 차지만 곧 봄바람이 불 것이다.
하동 최참판댁에서 한나절 대학친구 셋과 최참판댁에 갔다. 일상이 무너진 지금, 대학 친구가 단 셋 뿐이라서 다행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회를 재정비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만난 지 삼년 째다 친구도 자주 만나야 대화거리도 풍부하고 정이 드는 것 같다. 아이 늦은 친구가 있는데다 그 친구가 일요일이면 교회가야 하는지라 그동안 모임을 규칙적으로 갖지 못했는데 그 친구의 작은 딸이 올해 기숙형 고등학교로 갔다. 덕분에 올해부터는 한 달에 한 번씩, 어쩌다 빠지게 되면 그 다음달에 연달아 두 번을 만나기도 한다. 도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살아서 이동거리는 좀 되지만 마음이 있으면 못할 것도 없다. 는 박경리가 지은 장편소설이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26년에 걸쳐 지은 대하소설로 전 5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