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모임에 갔더니 보성에 주말 주택이 있는 걸 아는 지인이 물었다.
"보성읍에 유명한 한옥카페가 있다던데, 거기 좋아?"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거의 매주 가는데다 친구들의 방문이 잦은지라 맛집이나 카페 소식에 밝은 편인데도 그랬다.
검색해 보니 이리 유명한 곳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2019년에 열었으니 2년이 되었는데 여태 몰랐다.
평일 11시 목포사는 친구랑 중간 지점인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들어가면서부터 범상치 않은 외관.
오래된 나무, 특히 사간형의 굽은 소나무가 쭉쭉 뻗어 있었다.
한때 문화재 등록까지 되었다가 취소된 후 유물과 그림 등을 모으던 현 소유자가 이 집을 인수받아
5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한다.
한 쪽에는 한옥 펜션, 그리고 한 쪽에는 카페가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가 한옥 카페 내부이다.
실내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누가 고쳤는지 상당한 안목이다.
게다가 한옥에 반짝이는 샹드리에라니.
그런데도 잘 어울리고 세련된 맛을 풍긴다.
아메리카노 5천원, 케익류 8천원으로 읍에 있는 카페치고는 비싼 편이지만 잘 가꾼 정원에 눈호강하는 값으로는 적당하다.
주인장의 두 따님이 카페 운영 중이다.
커피 맛이 꽤 괜찮다.
우리가 앉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밖에는 햇살이 자글거린다.
온 세상을 다 삶아 버리려는지 지글지글 끓는다.
찻집에서 보면 동굴이라고 쓰여진 곳이 있다.
주인이 한옥 4채를 사들여 만든 곳이다 보니 뒤에 낮은 야산이 있다.
그곳을 와인바로 쓰려고 동굴을 만들었다 했다.
아마도 다음에 가 보면 와인바와 갤러리가 있는 멋진 찻집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한옥은 지어진지 백 년이 넘었다 한다.
일주일 새 두 번이나 갔다.
5일 전에만 해도 피기 전인 능소화가 방울방울 피어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 아래에서 사진께나 찍었다.
세상이 찜통 같은데 하늘은 어찌 저리 푸른지.
하늘에서 가을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압권은 카페 한 쪽에 있는 모과나무였다.
5백년 되었다한다.
5백년!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 베어지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한 자리를 지킨 모과나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