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떠돌이 개가 들어왔다.
어미와 아비, 그리고 새끼 두 마리다.
지난 금요일에 관사에 갔다가 그네 밑에 자리 잡은 개 두 마리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갇힌 적이 있었다.
개는 내가 나오자마자 어찌나 사납게 짖으며 쫓아오는지 무서웠다.
주인이 있는 개 거니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또 뒤뜰에서 놀고 있는 걸 보았다.
사람이 오면 피하기는 고사하고 달라들면서 짖는 게 문제다.
뒤뜰은 방과 후에 아이들이 노는 공간이다.
그네 두 개가 있어서 1~2학년 아이들이 뛰어오는 공간이다.
주인이 있다, 파출소에서 바로 어제 왔다 갔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수소문 해 봤으나
결론은 주인이 없는 개였다.
어쩔 수 없이 119에 신고했더니 대원 5명이 왔다.
그분들 말씀도 개들의 행태로 보아 떠돌이 개가 맞다고 했다.
혹여 아이들 안전에 해가 될까 싶어 신고는 했으나 개를 포획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니 눈물이 난다.
새끼 한 마리를 잡아서 관사에 매어 두고 유인했으나 예민하고 사람을 겁나게 경계하는지라 실패하고 말았다.
현행법상 그렇게 포획된 개는 2주간 유기견 센터에 있다가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시킨다.
이때 새끼는 대부분 입양이 되는데 어미개는 결국 죽음으로 끝날 확률이 높단다.
저렇게 사납게 짖어대는 개를 입양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신고한 게 잘못인가.
새끼를 유인하고자 목줄을 매어 놓은 게 잘못일까.
그 과정을 지켜보자니 너무 안타깝다.
평소에 동물 농장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지라 그렇게 처리된다는 걸 알았지만
119 구조대원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생명있는 동물의 목숨을 인간이 함부로 빼앗을 자격이 있는가.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하다.
딜레마에 빠졌다.
새끼 주변을 돌며 짖어대는 어미개를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동물도 제 새끼를 지키고자 저렇게 울어대며 경계를 세우는데.
개만도 못한 인간의 뉴스를 심심치않게 보는지라 보고 있으니 눈물이 난다.
새끼 두고 그만 가라고 말하고 싶다.
..............
점심 시간에 급식에서 나온 뼈다귀로 다시 유인해 보기로 하고 119는 돌아갔다.
이 아이들이 안 잡히고 도망갔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이제라도 좋은 주인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
온 가족이 함께 살 방도는 없을까 기도하는 마음이다.
강아지 울음 소리가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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