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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엄마의 글쓰기/권귀헌/서사원

<엄마의 글쓰기>라는 책을 읽고 있다.

여성 작가가 쓴 책일 거라고 책을 골랐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남성 작가가 쓴 책이다.

작가는 아들 셋을 키우고 있고, 셋째가 태어나면서 살림과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6년차 육아대디이다.

그 이전에는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2003년) 소령으로 예편하였으며 CEO, 교수, 교사, 직장인 주부, 어린이 등 폭넓은 계층에게 글쓰기를 지도하고 있다.

저서로는 <엄마의 글공부>, <초등 글쓰기 비밀수업>, <질문하는 힘>, <포기하는 힘> 등이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은 책이다.

코로나 탓으로 짧아진 방학 2주 중 한 주는 근무를 했고,

한 주는 연수원에서 강의, 문제 출제 및 채점으로 바빴다.

빌린 지 꽤 되었는데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읽지 않은 채 쌓아두기만 했다.

진즉 독촉문자가 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도서관은 문을 닫았고,

밀린 부채를 갚듯 어제부터 이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그저께부터 학교는 나왔으나 멍한 상태이기도 했고,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글쓰기에 대한 본인의 사례, 그리고 글을 쓰는 방법을 쉽고 편안하게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와 그것을 효과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읽다 보니 오래 전

내가 처한 상황이 떠올라 공감하게 되었다.

술술 잘 읽히고 재미가 있는 좋은 책이다.

그 중 한 편을 소개한다.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아 근사하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아시나요? 우리에겐 '빨강머리 앤'으로 잘 알려진 <그린 게이블스의 앤>을 쓴 캐나다의 작가입니다. 그녀는 빨강머리 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앨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거니까요!"

 

이 어린 꼬마가 환희에 차서 외친 이 말에 세상살이의 진리가 담겨 잇습니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은 불안하고 때로는 위태로울 겁니다. 손대는 일마다 계획이 틀어지고 엉뚱하게 흘러간다면 사는 재미가 없겠죠. 그러나 역동적이고 정체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게을러지려는 본성을 흔들어놓는 데 이보다 좋은 건 없을 겁니다.

 

계획과 직관이 이끄는 삶에서 우리는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 친구 앤이 말하는 유연성입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라는 거죠. 그래야 생각지도 못한 근사한 일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1999년 1월, 고등학교 졸업식도 치르기 전, 저는 육군의 일원이 되는 여정에 첫발을 내밀었습니다. 10년 뒤, 강원도 홍천에서 전차부대를 이끌고 얼어붙은 홍천강을 건널 때도 제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13년 8월, 이태원에 자리한 레스토랑 '두바이'에서 이라크 장군과 식사를 할 때쯤에는 뭔가 바뀔 거라고 예상을 했죠. 그날따라 제 운명은 전혀 다른 표정으로 다가와 저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더군요. 반가워, 고무장갑과 앞치마는 처음이지" 아! 기저귀도 있네.

 

약간을 더 복무한 뒤에 저는 '집 지키는 아빠'로 전향했습니다. 3년 차에 접어든 지금, 글을 쓰고 가끔씩 강의를 합니다만 제가 가장 큰 수익을 내는 활동은 집안일과 세 아들을 챙기는 겁니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아들 셋 있는 집은 사람 구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 직장을 다녔다면 아이 셋 돌보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테죠. 그러니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아내에게 큰소리를 쳐도 되는 입장입니다.

 

빨강머리 앤의 말처럼 제 삶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물론 군복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총 대신 젖병과 기저귀를 들기고 한 것은 모두 제가 결정한 일입니다. 결정하기까지 고민하고 설득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틀을 벗어나 사고하고 맨 땅에서 시작하는 일은 제게는 생고하고 낯설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전혀 새로운 분야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육아에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 그 일상을 글로 옮겼을 뿐입니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이름을 붙여준 것이죠. 의미를 부여하자 일상은 스토리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나면서 저는 엄마들의 삶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인간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했죠. 이 책을 바로 그 감정의 끝에서 맺은 하나의 열매입니다.

 

처음으로 제복을 입던 열아홉의 겨울, 그때는 이런 삶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니, 첫 책을 낼 때까지도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고 그래서 생각지도 못한 근사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 글 쓰는 요령과 방법, 그리고 당장이라고 쓸 수 있는 5분 글쓰기가 제시되어 있어 글쓰기 지도서로도 손색이 없다. 본인이 쓴 글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그 예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해가 쉬우며 위 글에서 적절한 유머를 글 중간 중간에 섞어서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공감을 얻는다.

 

p 102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1. 좋은 글은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

 첫째 재미있다.

  - 너무 심각해서는 안 된다. 글쓴이는 진지할 뿐인데 독자는 숨막힐 때가 있다.

  - 글마다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라, 한두 번 '피식'할 정도면 충분하다.

  - 힘든 상황조차도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우리를 성장시킨다.

  -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스스로 유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째, 흥미 있다.

  - 뻔하면 끝이다. 궁금하게 해야 한다. 글에도 소위 '밀당'이 필요하다.

  - 한 번에 모두 말하지 말라. 약간은 숨기고 나중에 보여주자.

  - 숫자, 뜬금없는 소리, 전문가의 조언 등은 독자의 눈길을 다음 문장으로 이끈다.

  - 공식이나 요령은 없다. "이 글이 흥미롭고 다음 내용이 궁금한가?" 끝없이 자문하라.

 

 

셋째, 의미 있다.

  - 독자에게 의미를 주지 못하는 글은 일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 재미있어도 남는 게 없으면 허무하다. 메시지가 필요하다.

  - 메시지가 독자의 중요한 가치와 연결될 때, 그들은 공감하고 달라진다.

  - 드러내지 않더라도 글쓴이만큼은 왜 이 글을 쓰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2. 좋은 글은 머리로 들어가지만 가슴에 남는다. 좋은 글은 머리를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읽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3. 감정 표현에 신경 써라.

  - 감정을 보여주라. 형용사를 버리고 동사를 취하라.

  예)

너무 좋았다 대신

 - 소리를 질렀다. 펄쩍 뛰었다. 친구와 손뼉을 치며 발을 굴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입이 귀에 걸렸다. 목소리가 커지고 걸음이 빨라졌다.

 

너무 슬펐다. 대신

 -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아팠다. 이렇게 많은 눈물이 어디에 들어 있었을까. 이따금 이유도 없이 숨이 막혔다. 그럴 때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 은근히 내비추라. 곳곳에 감정을 심자. 독자를 은밀히 유혹하라. 예를 들어, 생전 처음 제주도 여행을 떠난 사람의 마음은 감정적인 어휘를 쓰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다.

 

무심한 문장) 운전을 못하는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설렘이 느껴지는 문장) 운전을 못하는 건 문제가 안 됐다. 버스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