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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 밤티마을 영미네집



 

다른 사람보다는 어린이동화를 즐겨읽는 내 책상 위에는 그림책도, 동화책도 수십 권이 놓여있다.

<밤티마을 큰돌이네 집>은 나온 지 꽤 된 이금이님의 동화인데 이번에야 읽게 되었다.

그것도 입원한 엄마의 병실을 지키면서 조도낮은 불빛 아래서 겨우....

이제야 읽은 게 미안할 정도로, 짧은 동화지만 가슴뭉클하게 감동적이었다.


동화는 밤티마을에 사는 가난한 남매의 이야기다.

집을 나간 엄마, 술주정뱅이로 사는 아버지, 말도 못하고 귀도 안들리는 할아버지와 사는 큰돌이와 여동생 영미. 보살핌이 필요한 영미는 이웃 할머니의 주선으로 부잣집의 양딸로 가고, 그 사이 큰돌이가 '팥쥐엄마'라고 이름붙인 새엄마가 들어온다. 남자처럼 걸걸한 목소리에다 못생겼고, 등치도 크고, 게다가 곰보엄마이다. 친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큰돌이는 당연히 새엄마의 존재를 못마땅해하고 새엄마에게 '팥쥐엄마'라는 별명을 부친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던 동화속의 새엄마와는 다르게 팥쥐엄마는 일도 잘하고, 큰돌이에게도 다정하게 대해주어 엄마의 빈 자리를 잘 채워주고, '낡고 냄새가 나서 버리고 싶은 담요처럼 쓸모없이 여겨져서' 아무것도 못하던 할아버지에게도 텃밭 가꾸는 소일거리를 주며 집안 식구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잣집 양녀로 간 영미는 잘 꾸며진 방에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이 살지만 오빠를 그리워하면서 오빠나 아빠, 할아버지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 둘 도둑질하여 모아 선물상자에 담기에 이른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양부모는 영미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가족을 그리는 큰돌이네 집으로 다시 돌려보낸다. 여기까지가 큰돌이네집 이야기다.


  작가는 주변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큰돌이네집 후속편을 쓰게 되고 그 이야기가 바로 <밤티마을 영미네집>이다. 집으로 돌아온 영미는 부잣집 엄마와 팥쥐엄마를 비교하며 한동안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 힘쓰는 바깥일에 익숙한 팥쥐엄마는 영미의 머리를 이쁘게 묶어주지 못한다. 그러나 변함없는 팥쥐엄마의 진심어린 사랑으로 남매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팥쥐엄마의 생일에 읍내 가서 팥쥐엄마의 거친 손을 위하여 산 크림과 가짜 반지를 선물로 사기에 이른다. 돌아오는 길에 집 나간 친엄마를 만나게 되고 자신만 없어지만 이 집안이 화목해지리라는 생각에 팥쥐엄마는 집을 나가게 된다. 큰돌이는 그리워 한 친엄마보다 이 집안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으로 자리한 팥쥐엄마를 찾아가게 되고, 다시 모여 살게 된 큰돌이네 가족은 행복해 한다.


  운동회날, 남들의 이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식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는 팥쥐엄마를 처음에는 비웃었던 사람까지 응원하게 되고, 영미를 안고 뛴 후 기절한 엄마가 큰 병이 들어서가 아니라 임신한 것임이 밝혀지면서 두번째 동화 <밤티마을 영미네집> 이야기도 끝난다.


  후속편으로 <밤티마을 봄이네집>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없다. 조만간 구해서 읽어볼 작정이다. 가슴따뜻해지는 동화를 많이 쓰는 이금이 작가의 동화는 <국어> 교과서 안에도 여러 편이 실려있다. <배우가 된 수아>, <구아의 눈>, <너도 하늘말나리야>, <주머니 속의 고래>가 그것이다.


  마음 붙일 데 없어 술로만 세월을 보내는 아버지, 술이 들어가면 아이들을 쫓아내어 남의 집 헛간에서 한데 잠을 재우기도 하는 무정한 아버지가 겉모습은 곱지 않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 아버지는 물론 사랑에 굶주린 아이들, 그리고 어른 대접 받지 못하고 살던 할아버지까지 한 가족을 사랑의 울타리로 감싸 안는 이 따뜻한 동화가 감동을 준다.


 뜻밖에 학교 안에 동화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여러 명 있다는 걸 알았다. 이분들과 돌려읽고 이야기 나눠볼 참이다. 동화는 또 어떤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