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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생태수도 순천

10월엔 순천만국가정원이 최고!

20191003(목)


대한민국 국가정원 제1호 순천만 국가정원에 다녀왔다.

뭐 우리 동네에 있는 거라서 순천시민들은 1만원만 내면 일 년 내내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광양, 보성, 여수, 구례 등의 인근 시민에게는 4천원

타지인들에게는 8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꽤나 비싸지만 순천만 입장료까지 겸하여 있는 거다.

문제는 정원만 둘러보기에도 벅차서, 한 바퀴 돌고나면 순천만까지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든다는거다.

물론 정원도 순천만도 관광열차가 있으니 이를 타고 다닌다면 조금 더 둘러볼 수 있으리라.


태풍이 지난간 뒤끝이라서 아침에는 다소 흐렸으나 한낮에는 햇살 쨍, 맑은 하루였다.

내 20대를 함께 해 준 대학친구들은 나를 포함 모두 넷.

셋은 전남으로 발령을 받았고, 한 명은 광주로 발령을 받았다.

지리적인 멀어짐으로 우리 사이가 멀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친구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포항으로, 서울로 꽤 여러 해 옮겨 다녔음에도 지금도 친구를 하고 있기에.

광주 친구는 몇 번 풀로 붙여 보려고 했으나 결국엔 융화되지 못했고

지금은 네 벗이 아닌 '세 벗'으로 지금껏 만나오고 있다.

좋은 친구와 함께라면 힘든 일도 놀이가 될 터인데, 하물며 노는 일임에야.


주일예배를 보는 친구가 있어 토요일이나 오늘처럼 특별한 휴일에나 만남이 가능한데

지난 여름방학에도 바쁜 나 때문에 만남을 건너뛰어 오랜만에 만났다.

언제가도 좋은 순천만정원이 가까이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자주 가지만 하도 넓어서 갈때마다 조금씩 코스를 달리하여 보면 지금껏 보지 못한 풍경들이 많이 보인다.

오늘은 한국정원과 진달래동산을 보고 오면서 나무 공부를 하고 왔다.

순천만 정원의 특징 중 하나가 거의 모든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놔서 나무 공부하기 좋다는 점.

사연이 없이 보면 그저 그런 나무일 터인데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니 더 특별하게 보인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동문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앵무언덕, 해룡언덕, 봉화언덕 등 순천의 지명을 딴 언덕이 바로 이 정원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다.




저기 내 친구 둘이서 걸어가고 있다. ㅎㅎ




살짝 흐리긴 하지만 하늘이 예술이다.

뭉게뭉게 가을 느낌 물씬 나네.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다는 목포 사는 친구의 청에 따라 저 언덕을 한 바퀴 돌았다.




나무에 살짝 가을물이 들었다.

성급한 억새는 벌써 필 준비 완료!


나쁜 태풍 '미탁'으로 강릉과 삼척에 물 폭탄이 쏟아졌다는 뉴스를 들었다.

우리 고장은 큰 피해는 없었으나 나무는 꽤나 힘들었나 보다.

엄청난 비로 아름다운 금목서가 다 떨어져 버렸다.

주말에 금목서 아름다운 곳으로 차 마시러 가고 싶었는데

붙어나 있는지 걱정이 된다.


주황의 꽃도 아름답지만 그 향기는 주머니에 담아가고 싶은데.....

아깝다.

비바람에 시달린 탓인지 향기도 별로 없다. ㅠㅠㅠ


진달래 정원 정상에서 바라 본 순천만 정원의 서문쪽 풍경.

'미탁'이가 다녀간 뒤라 시야가 투명하고 이리 맑을 수가 없다.

몇 년  전까지도 이곳은 거의 논이었다.

'풍덕동'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70년대에는 큰 홍수가 날 정도로 '풍덕'빠지는

구릉지역이었다.

지대가 낮아 홍수 피해가 자주 나던 곳.

그곳이 몇 년 새 상전벽해가 되었다.

나무를 해를 거듭할수록 더 울창해질 것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다른 쪽 풍경

순천만 정원이 들어서면서 조성된 순천 '오천지구' 아파트촌이다.

사방이 도로로 막혀있어 답답하긴 하지만 순천만 정원을 바로 내 집처럼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되겠다.

보성이나 목포로의 접근성도 좋고, 새 아파트라서 요새 뜨는 지구이다.






한국정원에 왔다.

올때마다 나는 그닥 감동을 받은 적 없었는데 블친 '언덕에서'님은 이곳에서 도라지꽃을 본 이후

시골주택을 장만하면 온통 도라지꽃을 심고싶다 하셨다.

어느 곳에 도라지꽃이 피었을까

이리 저리 둘러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집 소휴당에도 '도라지밭'이 있다.

전 주인이 더덕은 캐 갔는데 도라지는 심은 지 일 년밖에 안되어서 가져가지 못했다.

가시오가피도 잘라 가셨다.

우리 밭에 도라지밭이 없을 때는 나 역시 한 송이 핀 도라지꽃도 반가워서 프사로 등록하고 그랬다.

역시 희소성이 가치를 결정하는 건 맞는 말이다.

이제 나는 도라지꽃을 보아도 그저 그렇다. ㅎㅎㅎ





한국정원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나무 정원이 있다.

스토리텔링을 가진 나무들을 소개한다.


지구정원 1번 소나무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성 중 첫 번째로 옮겨 심은 나무이다. 순천시 상사면 용암마을의 어느 묘지 옆에서 옮겨 왔는데, 헬기까지 동원해 들어 올리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은 소나무에게 현장 근로자가 막걸리를 한 잔 권하니 거짓말처럼 움직였다는 신비로운 뒷이야리를 가진 순천만국가정원의 1번 소나무이다.


처음에는 까다로운 소나무의 특성상 자리를 잡지 못하여 각종 링겔을 맞고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는 건강해졌는지 잎이 푸르다.




새 삶을 찾은 히말리야시다.


150년 된 히말리야시다는 순천 남부교회의 정원수였으나 교회의 주차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베어질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중, 이곳으로 새롭게 터전을 옮겨 새 삶을 얻었다. 박람회 성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언제나 초심을 알려주는 순천만국가정원의 구성체이다.



근심 먹는 은행나무


두 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100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서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살던 은행나무 세 그루를 이곳으로 옮겨 왔다. 벼락 맞은 은행나무는 소원을 이뤄주고 근심을 없애주는 신비로운 나무라고 한다. 이 나무는 얼핏 보기엔 세 방향으로 뻗은 한그루 같지만 사실은 암수가 서로 다른 세 그루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렇게 친절하게 표지판에 설명이 되어 있다.




기막힌 모과나무


순천시 별량면 대동마을에서 300년 동안 살아온 모과나무를 정원박람회장으로 옮겨 심으려 하자, 마을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박람회 관계자가 지속적인 설득을 위해 마을을 찾았을 때, 우연히 외진 곳에서 쓰러져 있는 마을 할머니를 발견해 생명을 구한 일을 계기로 주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정원박람회장으로 옮겨 심는 데 동의해 기막힌 모과나무를 이곳에 터를 잡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국화로 장식된 조형물

오늘을 둘러보지 못했지만 동문쪽 국화 전시장에는 아마도 화려한 국화쇼가 펼쳐질 것이다.




핑크뮬리도 피었다.

이 역시 동문쪽에서 깊게 들어가면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어우러진 곳이 나올텐데

두 시간에 이미 7천보 정도를 걸은 우리는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면 이렇게 족욕도 할 수 있다.

6천원에 차를 마시면서 족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오후가 되니,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워졌다.

뭉게뭉게 구름은 더 높아졌고, 하늘을 푸르고 전형적인 가을날씨이다.

햇살을 따갑지만 대수랴.

걷다가 사진 찍다가 마음에 드는 정자나 벤치에 앉거나, 군데군데 있는 커피숍이나 전통차를 파는 찻집에 앉아 놀다 오면 된다.

오전에 비해 인파도 많이 늘었다.

그냥 평지라서 유모차를 밀거나, 휠체어를 타고도 너끈히 구경하며 돌 수 있다.

철따라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있어 언제가도 좋은 순천만정원.

가을색이 짙어가는 늦가을에도 가고 싶다.


주말마다 소휴당 가는 바람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날도 한 쪽에서는 음악회가 열렸는데 소리만 듣고 패쓰다.

나이들수록 자연이 주는 감흥이 훨씬 크기에.....

좋은 친구들과 가을나들이 자알 했다.

오늘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