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뭄으로 어디서는 산불이 안 잡힌다고 하고
또 어디서는 심어준 고추며 호박, 가지가 목말라 한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도 순천에는 비가 오더니 어제도 밤새 비가 흠뻑 내렸다.
오늘이 친구들 만나기로 한 날인데 비가 와서 어쩌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우산을 쓰고 비오는 날에도 천천히, 원 없이 걸을 수 있는 곳
바로 순천만정원이 있다.
포장된 길이 많아서 평소에는 싫었는데 비오는 오늘은 그 점 때문에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오늘, 오래된 친구와 우산 쓰며 걷는 정원이 좋았다.
시시사철 잘 가꾼 정원으로 눈호강할 수 있는 곳.
오늘은 특별히 물기 머금은 봄꽃에 꽂혔다.
연초록 세상이다.
조금 지나면 곧 진초록이 오고 나무는 모두 비슷한 색의 옷을 입게 된다.
다 초록같지만 자세히보면 조금씩 다 다른 초록인 지금이 가장 좋다.
돌담, 노랑붓꽃..잘 어울리네
작약 꽃밭.
가녀린 줄기에 비해 너무 크고 무거운 꽃을 이어서
이기지를 못하고 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물기 머금어 꽃송이가 더 처졌지만 또 그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여긴 동문 가장 안쪽에 있는 비오톱 습지다.
봄에는 유채가,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피는 곳.
유채의 절정은 지났지만 그래도 좋았다.
습지와 어우러진 풍광이 멋졌다.
정원은 곧 장미의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여전히 뒤숭숭하지만 변함없는 자연이 위안이 되어준다.
사람많은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약속을 잡아 여럿이 모여 맛난 걸 먹고,
국내로 국외로 낯선 곳으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멀리서 오는 친구를 아무런 걱정없이 만날 수 있는
그 평온한 일상을 어서 빨리 맞이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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