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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하완/웅진지식하우스

플러스울트라 님의 블러그에서 이 책 소개한 것을 보고 구입하여 읽게 된 책이다.

알고보니 요즘 뜨는 책이라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등의 책과 비슷하다.

취업은 힘들고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도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 늘어가는 세상에서

이런 책들이 그나마의 위로를 주는 모양이다.


이 책의 지은이 하완씨는 이제 40대 초반의 남자.

대학은 4수만에 들어갔고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는 미술학원강사로 아르바이트 하느라고

대학은 다니는 둥 마는 둥 다녔고,

졸업후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3년을 허비하였고,

뒤늦게 회사에도 몇 년 다녀봤으나

"열심히 사는 데 내 삶은 왜 이모양인가"

억울한 마음이 극에 달해 어느 날, 대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된 사람.

결혼은 하지 않으나 10년 넘게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고,

특기로는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일러스트레이터 임), 모아놓은 돈 까먹기, 한낮에 맥주 마시기 등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삶과는 많이 더디고 느리며 다른 삶이 다른 이에게 위로를 주는걸까?

디자인과를 나왔기에 미술도 잘하고 책까지 이리 잘 써서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다.

게으르게 편하게 사는 그의 삶의 방식을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나서도

마음이 시원하게 풀리지는 않으나

읽는 동안은 공감가는 구석이 많아서 옮겨 적어본다.


35쪽

끝이 없다. 나이에 걸맞게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우리 사회엔 '이 나이'면 '이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인생 매뉴얼'이라는 게 존재한다. 실제로 그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모두가 그걸 알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나만 뒤처지는 것 같으니까.


어릴 때는 그 매뉴얼의 압박이 크지 않았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시기고, 앞으로가 기대되니 지금 당장은 많은 걸 못 가져도 괜찮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나면 세상의 눈은 매정하게 바뀐다.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니?'라는 식이다. 그러게 저는 뭘 했을까요?


매뉴얼의 목록을 하나도 클리어하지 못한 나는 나잇값을 못하는 게 분명했다. 앞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갖추어야 할 것들이 더 늘어날텐데. 50대가 되고, 60대가 되어서도 난 얼마나 나잇값을 못하고 있을까?


나는 이 나이에 결혼도 안 하고, 월세에 살고, 자동차가 없지만 불편하거나 비참하지 않다. 문제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정작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한심하게 보니 나 좀 비참해지려고 한다. 아니, 확실히 비참하다. 원래는 비참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그렇다니 좀 그렇다. 이건 내 삶인데, 내 기분인데 왜 타인의 평가에 따라 괜찮았다가 불행했다가 하는 걸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55쪽

내가 연이은 입시 실패에도 계속 도전을 했던 건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나는 콩코드 오류에 빠져 있었다. 내가 투자한 시간이 얼만데 하는 마음이었다. 아깝고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도전하는 동안은 실패가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실패유보하고 있었다. 4수 끝에 붙어서 다행이지, 그때도 떨어졌다면 나는 또다시 입시를 준비했을 것이다. 늘 이번이 마지막이라 다짐했지만, 떨어진 후엔 본전 생각에 과감히 포기하지 못했고, 실패를 인정할 수 없었다.


현명한 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현명한 포기는 끝까지 버티다 어쩔 수 없이 하는 체념이나 힘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의지박약과는 다르다. 적절한 시기에 아직 더 가볼 수 있음에도 용기를 내어 그만두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이니까. 인생에도 손절매가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진다. 무작정 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절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57쪽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그냥 노력 말고 '노오력'을 해야 한단다. 그런데 노오력을 하고 노오오력을 한다고 별로 달라질 것 없는 세상이다. 모두가 노력하는 세상에선 노력이 티가 나지 않는다. 모두가 노력하니 기준만 높아져서 더 힘들어진다. 흡사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는 기분, 달려도 달려도 제자리인 기분말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그 위에는 원래 '특출난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전엔 특출난 인간들을 노력으론 어찌해볼 수 없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 정도로 해석했는데, 요즘엔 좀 다르게 해석한다. 바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자식들, '금수저'들이다.


금수저들과는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저만치 앞에 서 있는 사람과 경쟁이라니요? '수저 계급론'은 노력이 무상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흙수저'들의 한탄이다.


82쪽

방전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좀 덜 하고,

노력도 좀 덜 하고,

후회도 좀 덜 하면 좋겠다.


102쪽

나는 지금 충전 중이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증상이 있다. 충분한 휴식 없이 너무 일에 모두하다 보니 정신적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려 무기력과 우울, 자기 혐오 등에 빠지는 증상이다.


번아웃 상태까진 아닐지라도 우리 대부분은 에너지가 간당간당하다. 가끔 휴식을 위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터무니없이 짧다. 당연히 귀한 휴식이니 함부로 쓸 수가 있나. 제대로 된 계획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보내기 위해 우리는 또 애쓴다. 쉬는 동안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도 완전히 에너지가 소진되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발적 백수가 됐던 경험이 있다. 푹 쉬면서 충전할 생각이었는데 충전이 잘 안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낭비라 행각했기에 뭐라도 해야 했다. 뭘 했냐고? 고민했다. 그 긴 시간을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채웠다. 그것을 노력이라 착각하며서. 결국, 마음을 편하게 갖지 못하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인간은 뇌의 95퍼센트를 과거와 마래에 대한 생각으로 쓴다고 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우리는 현재를 살지만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다. 고작 5퍼센트의 뇌로 현재를 살고 있으니 금방 방전될 수밖에 없다. 방전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좀 덜 하고, 노력도 좀 덜 하고, 후회도 좀 덜 하면 좋겠다. 그것이 방전되지 않는 지혜가 아닐까?


그럼, 다시 나는 아무것도 안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