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의 책을 읽었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내가 사족을 더 붙일 이유가 없다.
이 분의 책 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이 베스트 중의 베스트가 되었음에도
나는 오래도록 읽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하게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슴에 콕콕 박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도 구입해 둔지 꽤 되었다.
읽는 동안 음미하고 싶은 것,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글귀가 참 많았다.
누구나 할 만한 위로고, 할 수 있는 말임에도 이 분이 하면 웬지 특별하게 여겨진다.
행간에서 느껴지는 따스함 때문이리라.
책을 읽으면서 블러그에 옮겨두고 싶은 곳에는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는데
포스트잇을 챙기지 않은 채 소휴당에 와 버렸다.
하여 책을 다 읽지도 않았는데 여분의 포스트잇을 만들기 위하여 이렇게 옮겨 적고 있다. ㅎ
19쪽
사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고 유순한 편이라서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부모님께 걱정 안 끼치는 착한 아들,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학생, 그게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냥 착하기만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지요. 그룹 과제를 할 때 똑똑하고 기 센 학새을과 함께하다 보니 모두가 기피하는 부분만 저에게 자꾸 맡겨졌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기 일쑤였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만 계속 힘들어지더라고요. 이 고민을 친한 미국인 선배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는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어요.
"다른 사람보다 본인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세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나 역시 그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만을 염려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나를 아껴준다는 것,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하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이지요.
20쪽
그런데 문제는 너무 타인의 요구에 맞춰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욕망이나 감정에 소홀해진다는 점입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소외시키고 무시하니 어른이 돼서도 내가 정말로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대체 누구인지 잘 몰라요. 더불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니 상대를 향했어야 할 정당한 분노가 내면에 갇혀 본인 스스로를 공격하게 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화도 제대로 못 내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바보 멍청이일까?'하고 말이지요.
24쪽
상대가 뭔가는 부탁해왔을 때 우리에겐
"미안하지만, 그건 좀 어려워."라는 선택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내가 많이 힘들어지면서까지
무리한 부탁을 꼭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어요
만약에 그 부탁 안 들어줘서 멀어질 인연이었다면
애초부터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니었어요.
25쪽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세요.
사랑하면 그 사람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듯
오늘은 사랑하는 '나'하고만 한번 시간을 보내보세요.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영화도 보여주고,
경치좋은 곳으로 데려도 가주고 해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공들이듯 나에게도 공들여보세요.
28쪽
나보다 더 잘난 사촌 때문에 열등감 느낀신 적 있으신가요?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더 좋은 학교, 직장을 다니는 사촌이요.
그런데도, 우리 삶은 무덤에 가봐야 비로소 안다는 말이 있어요.
지금은 공부, 학교, 직장이 부러움의 대상일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런 것들은 큰 의미가 없어집니다.
자기 삶을 본인이 만족하며 살면 그 사람이 결국은 승자 같아요.
42쪽
살면서 가끔은 나를 위한 소박한 사치를 허락하세요.
식탁에 올려놓을 아름다운 꽃 몇송이를 사온다든가
커피와 같이 먹을 맛있는 치즈 케이크를 한 조각 산다든가
신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두툼한 등산용 양말을 산다든가.....
소박한 사치는 삶은 여유롭고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와 같아요.
43쪽
한정판으로 나온 최고급 명품도
똑같은 것이 수십 개씩 만들어져 나옵니다.
그러나 '나'라고 하는 명품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요.
하나뿐인 개성 있는 '나'라는 명품을 아껴주세요.
65쪽
우리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과도하게 의지하고 챙겨주고
또 그래서 상처를 받습니다.
너무 많은 요구를 하고 너무 많은 요구를 받아
결국에는 서로가 감당이 안 되는 채무관계처럼 돼버립니다.
그래서 관계는 난로를 다루듯 해야 합니다.
너무 뜨겁게 가까이 다가오면 한 걸음만 뒷걸음하세요.
69쪽
세상에서 나의 반쪽을 찾아 내 부족한 면을 상대가 채워주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건강한 연인관계는 내가 반달이 아닌 이미 온전한 보름달과 같이 홀로 섰을 때, 나와 비슷한 또 다른 보름달과 같은 온전한 사람을 만나 이루어집니다.
둘이 만나 억지로 서로에게 맞추려면 어떻게든 하나로 만들어보려는 것이 아니고, 밝고 건강한 보름달 두 개가 하늘에 떠 서로의 개성과 관심을 존중해주면서 서로의 모습을 밝게 비추어주는 관계를 이루세요.
134쪽
하기 싫은 공부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부터 하세요.
좀 별로인 상차림이라도 그중 맛있어 보이는 음식부터 드시고요.
책도 가장 읽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도 됩니다.
처음이 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발동이 걸리면
어렵지 않게 계속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와 잠시 머물다 그냥 떠나지만
어떤 사람은 잠시 머무는 동안, 우리 삶을 크게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발자국을 가슴속에 남겨놓고 떠난다.
-플라비아 위즈
172쪽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부모의 가장 큰 선물은
부로 스스로가 행복한 것입니다.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는 자존감이 높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반대로 부모가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해도 부모님을 기쁘게 할 수 없는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188쪽
깉은 뿌리에서 나온 나뭇가지 중에서 열매가 많이 맺힌 건강하고
아름다운 가지가 있는가 하면, 열매가 작고 왜소한 가지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건강한 가지는 빈약한 가지로 가야 할 영양분을 본인이
더 받아서 건강해진 것일 수도 있어요.
이처럼 형제 안에서도 보면 머리가 좋고 성공하는 형제가 있는가 하면,
가난해서 형제들의 돈을 뜯어가는 형제가 있습니다.
빼앗긴다고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루지만
내가 건강한 가지가 된 데에는 빈약한 현제가지의 희생과 양보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내 억울한 마음을 내려놓은 수가 있습니다.
189쪽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 아이들이 울거나 떠들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면서 그 부모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지요.
이럴 때 그 우는 아이가 내 조카나 손자, 손녀라고 생각해보세요.
남이라는 생각이 들면 내가 입는 피해에 집중하지만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면 그 아이가 지금 어디가 불편한가,
아픈 건 아닌가 하는 자비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190쪽
머리를 베개에 얹고 잠들기 전,
오늘 하루 고마웠던 사람이나 감사했던 일
딱 세 가지만 떠올려보세요.
세 달만 이렇게 하시면
삶의 행복도와 만족도가 확실히 증가한다고 합니다.
행복한 마음은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
191쪽
길거리에 버려진 고양이라도
내가 데리고 와 집에서 키우기 시작하면
얼마 있지 않아 세상에서 가장 정이 가는 고양이가 됩니다.
207쪽
친구는 그랬다. 한국으로 온 이후
정신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은 사람처럼
모든 뉴스를 끊었다고. 그랬더니
진짜로 마음이 심란하지 않고 편해졌단다.
우리는 우리가 몰라도 되는 자극적인 사건, 사고 뉴스를
인스턴트식품처럼 소비하고 또 바로 버린다.
가끔씩 혼자 조용히 있을 때 느끼는 마음의 고요는
마음에 주는 약과도 같습니다.
홀로 조용히 있을 때
자신의 중심을 되찾으며 내 안의 신성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요함의 약을 스스로에게 처방하세요.
210쪽
장작에 불을 지피려면 장작과 장작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장작들을 빈 공간 없이 너무 촘촘하게 붙여놓으면
숨 쉴 공간이 없어 불이 잘 붙지 않습니다.
우리 삶도 이처럼 쉼의 공간, 비움의 시간이 없으면
아무리 귀한 것들로 가득 채웠다 하더라도
그것들을 전혀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귀한 삶의 완성은 우리가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보다
비어 있는 쉼의 공간이 만들어줍니다.
211쪽
오랫동안 쓰지 않은 물건을 하루에 두세 개씩만 정리해보세요.
유통기한 지난 음식, 약, 화장품,
5년이 지나도 한 번도 입지 않는 옷, 다시 볼 일 없는 책,
고장 난 가구, 공짜라고 가져왔다가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들....
버리고 나면 얻는 것이 있어요.
우선 정리된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 있고요
그리고 소중한 물건들만 남아 볼 때마다
그것들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222쪽
행복을 돈이나 일의 성과에서 찾으려 하기보다는
지인들과의 따뜻한 만남 속에서 찾으려 해보세요
돈이나 성과는 일정 목표가 달성되어도 곧 목표가 재설정되지요.
그래서 행복이 닿을 듯 말 듯 닿지 못하는 신기루가 됩니다.
반면 따뜻하고 끈끈한 만남은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서 느낄 수 있어요.
삶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놓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223쪽
사는 것이 왠지 허망하고 텅 빈 듯 느껴지고 우울하다면
아래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서 해보세요.
1.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본다.
악기, 공예, 운동, 외국어, 인문학 뭐든 괜찮습니다.
2. 일주일에 3시간 정도 몸을 쓰는 봉사활동을 해본다.
봉사를 하면 '내가 진정 쓸모있는 사람이구나'하고 느끼게 됩니다.
3. 최근에 못 봤던 친구들을 불러서 한 끼 식사를 대접한다.
사람들과의 연결감이 느껴지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덜 우울합니다.
4. 인생무상의 진리를 깨닫는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해서 사라지기에 내 의지처로 삼을 만한 것이 원래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통찰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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