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1(수)~20190823(금)
2박 3일간 보성 소휴당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근무로, 여행으로 바쁘게 지낸 탓에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는데도 모일 수 있었던 건
서울 사는 친구 W 때문이었다.
나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친구인 W.
항상 밝고 긍정의 에너지로 주변까지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고운 친구이다.
이번에 남편의 큰 수술이 있었다.
간경화와 간암이 악화되어 이식밖에는 방법이 없던 W의 남편.
친구의 아들은 올해 직장에 들어갔고,
대학 4학년인 딸의 자원과 희생으로 아빠에게 간 이식을 해 주기로 결정된 게 지난 6월.
수술은 6월 중순경에 있었다.
말이 쉽지 다른 데도 아닌 '간 이식'.
과연 후유증없이 성공할 수 있을까...걱정이 태산이었다.
간 공여자인 딸은 수술 후 간이 텅 비어버린 자리를 복대로 감춘 채 많이 움직이기도 버거워했으며
감염 우려로 사람 많은 곳은 피해야 했기에 더운 여름에 외출도 못한 채 집에만 있어야 했다.
아빠를 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수술 뒤의 통증과 설사, 외출을 못하는 갑갑함 등으로
W의 딸은 '우울증'이 걸릴 정도였다.
한 집에 한 명의 환자만 있어도 보호자는 힘들 법인데 큰 수술을 한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
보호자인 내 친구도 이번 여름에 고생을 많이 했다.
간병하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간절하게 마음 졸이며 지나갔을지....
그래도 날은 가고, 수술한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 나니
남편과 딸 간호 하느라 지치고 또 지친 친구가 에너지를 얻고자 모여서 놀기를 희망했다.
남편이 입원해 있는 동안 병문안 가려다가
환자 두 명 간호하기에도 벅차다는 친구의 거절에 가 볼 수 없었다.
직장 다니랴, 남편과 딸 간호하랴
내 친구의 지난 여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이번에는 순전히 그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만난 것이다.
함께 고기를 굽고, 텃밭에서 딴 포도와 참외를 후식으로 먹고,
집 안에 설치된 노래방에서 오래 전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노래를 불러주는 것.
그리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아이들 이야기, 시어른들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등 화제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친구 셋은 1박 2일, 나머지 셋은 2박 3일로
모처럼 소휴당이 분주했다.
부디 친구가 힘을 얻어 새로 시작하는 2학기의 학교생활도 아이들 속에서 행복하기를.
머무는 자리가 행복하기를,
면역억제제 탓에 입맛을 잃어버려 51kg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W의 남편이 날로 좋아지기를.
90%의 간이 생성되었지만 아직은 쉬 피곤해하는 내 친구의 이쁜 딸래미의 앞날에
꽃밭만 펼쳐지기를 기도해본다.
이저녁 한 끼는 인근 식당에서.
회천 '아라낙지'에서 전어 세트로(중자 한 세트 8만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가 제철이다.
회-구이-무침 3종 세트로 이루어진 전어회를 먹고 모두가 행복해했다.
공주에 사는 친구가 그랬다.
어릴 때 먹던 '전어' 가 먹고 싶어 인천 소래포구에 놀러 갔더랜다.
충청도 출신인 남편은 "전어가 민물고기야, 바닷고기야?"
일단 드셔보라는 말과 함께 구이를 시켰는데 먹고는 도로 뱉을 수밖에 없었단다.
산더미같이 구워놓았다가 덥혀주기만 하는데 맛이 하나도 없었다고.
그 이후에는 전어 먹을 생각조차 안 했는데 이 날 '오래 전 그 전어'를 먹었다고 즐거워한다.
당연하지.
소휴당이 위치한 회천면은 '전어축제'도 열리는 전어 산지인 걸.
지난 주말(8월 24일~25일) 회천에서는 전어축제도 열렸다.
율포해수욕장을 거닐었다.
지난 주에 폐장한 백사장엔 우리처럼 아줌마들만 보였다.
행복이 뭐 별거인가?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맛난 거 먹고, 수다 실컷 떨면 되는거지.
백만원을 만들어 친구 딸에게 보냈다.
수술한다고 동의해 놓고 기다리는 하루하루동안 얼마나 무서웠을까.
가족간의 사랑이 없었다면 결코 해 줄 수 없는 큰 일.
이제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감내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게다.
이쁜 옷 사 입고, 친구들과 만나서 맛난 것 먹는 동안 힘이 좀 나겠지?
엄마인 우리들처럼. ㅋㅋ
생각지도 못한 친구딸의 답장이 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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