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기대없이 간 곳이었는데 이곳이 이리 좋은 곳인 줄 미처 몰랐다.
전라도 동부지역에서만 주로 사는 나는 나주, 신안, 무안, 함평, 목포 등의 전라도 서부 지역을 잘 모른다.
중부지역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요 몇 년 주말에는 보성에 와서 살다 보니
장흥이나 강진, 화순 등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퇴근 이후 저녁 모임이 화순에서 있었다.
내가 사는 곳과는 많이 떨어졌으나, 6시까지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모임 장소를 화순으로 정했다.
약속시간은 7시이고, 한 시간 반 가량의 여유시간에 찻집을 갈까 하다가.
운동도 할 겸 찾은 곳이 바로 화순 만연산 둘레길이다.
잘 가꿔진 명품숲은 화순군에서 내세우는 <치유의 숲>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어딜 가도 눈이 호강하는 요즘이다.
따로 이름난 유원지가 아니더라도 길 가의 형형색색의 꽃이
모퉁이를 돌면 짠~~하고 나타나는 왕벚꽃이,
새순 돋기 시작하는 연초록의 나무가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도 때를 알고 피어나는 풀꽃들이
행복하게 한다.
만연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오르는 길.
약간의 포장도로가 있지만 채 50미터가 되지 않는 짧은 길이다.
평소에는 꽃잔디가 있는 부근의 작은 건물에서 지나는 사람들의
신체나이를 측정해준다고 하는데 이 날은 늦은 탓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꽃잔디가 참으로 곱다.
이렇게 잘 생긴 소나무 숲 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빗물받이용 수로로 나무를 이어 붙여 꽤나 멋스럽게 만들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쭉쭉 하늘로 뻗은 잘 생긴 소나무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심은 지 얼마 안 된 단풍나무가 많이 보인다.
연두빛 여린 잎이 꽃만큼 아름답다.
아마도 이 단풍나무가 물이 드는 가을에도 새 순 돋아나는 지금만큼이나 아름답겠지?
소나무 잡목 사이 야생 차나무가 많이 보인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이 되기 전에는 누구나 따 갈 수 있었는데,
국립공원이 된 이후의 임산물 채취는 불법이라서.....
내려오는 길,
겹벚꽃이 화사하다.
정확한 명칭은 '만첩개벚'이라네.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틈새여행.
화순 읍에서 걸어서도 오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이런 아름다운 숲을 가진
화순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시간이 넉넉하지 못해 다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조만간 시간 내서 다시 가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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