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선생이 그 소리를 들은 것은 차를 막 출발시켰을 때였다.
찌그르르 찌그르르
항상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네비아줌마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큰 소리가
자동차 바퀴 쪽에서 나기 시작했다.
이게 뭔 일?
순간적으로 당황한 K선생, 갓길로 차를 멈추고 바퀴부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5분전까지도 멀쩡하던 차가 왜 이러지?
바퀴 이리저리를 둘러보았으나 특별히 눈에 보이는 이상은 없는 듯 하다.
다시 차에 앉으니 그 소리 또 들린다.
바로 코 앞이 고속도로인데 진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 길이 먼 K 선생,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이미 9시가 훌쩍 넘은 밤이고,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별 수가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속도를 높이니 소리는 좀더 실체감을 가지고 들려온다.
천둥치는 소리가 이럴까?
점점 소리가 커지는 듯 하다.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는데 전화기 너머에서도 무슨 소리냐고 물을 정도로 큰 소리가 난다.
차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에도 혹시 고장? 민감해지는것이 운전자인데 이 정도 소리라면
뭔가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겁이 난 K선생, 더이상 속도를 높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비상등을 켠 채, 시속 30km로 갓길 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시속 100km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나 홀로 30km.
혹여 전방주시에 소홀한 차가 뒤에서 때려버릴 것 같아 불안감은 배가 된다.
게다가 안그래도 시야확보가 어려운 밤이지 않는가.....
결국 이대로는 안되겠다.
가더라도 국도로 가야겠다. 결심한 K선생.
평소 같으면 5분이면 갈 거리를 십여분만에 도착,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국도로 나왔다.
뭔 정신으로 여기까지 운전해 왔는지 모를 정도로 당황 그 자체다.
국도 한 켠에 주차를 하고 보니, 이 차를 어쩌나?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이미 밤 10시가 다 되어서 문 열어논 정비소도 없을텐데....
그래, 이럴 때 쓰려고 보험을 넣는거지.
일단 긴급출동을 부르는거야.
상황을 설명하고 긴급출동 차를 기다리는데 불과 5분전까지도 잘 가던 차가 이럴 수가 있나?
기가 막힌다.
집 주변 정비소까지 견인료가 7만원이랜다.
지금 돈이문젠가?
그나마 큰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긍정의 힘으로 견디기로 한다.
십여 분이 지나서 온 정비사.
차 바퀴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한마디한다.
"바퀴 안 쪽에 고무장갑 같은 게 들러붙어 있네요. 떼어 냈으니 한 번 움직여보시죠?"
허 참 이럴수가......거짓말처럼 소리가 사라졌다.
"드물지만 이런 일은 있습니다. 여름이라 고무장갑이 바퀴에 눌러붙으면 열 때문에
떨어지지를 않아서 소리를 내네요."
아,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
고무장갑 하나에 맘 졸인 걸 생각하면....
출발 전 빈 컨테이너 앞에 잠깐 세웠더니 한 쪽은 면 장갑, 한 쪽은 빨간 고무가 붙은 장갑이
바퀴에 붙어 온 모양이다.
그것도 모르고 큰 소리에 놀라 긴급출동을 불렀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한여름밤의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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