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을 따다 /손택수
주말농장 밭고랑에 서 있던 형이 감자꽃을 딴다
철문 형, 꽃 이쁜데 왜 따우
내 묻는 말에
이놈아 사람이나 감자나 너무 오래 꽃을 피우면
알이 튼실하지 않은 법이여
꽃에 신경 쓰느라 감자알이 굵어지지 않는단 말이다
평소에 사형으로 모시는 형의 말씀을 따라 나도 감자꽃을 딴다
꽃 핀 마음 뚜욱 뚝 끊어낸다
꽃시절 한창일 나이에 일찍 어미가 된 내 어머니도
눈 질끈 감고 아까운 꽃 다 꺾어냈으리라
조카애가 생기고 나선 누이도
화장품값 옷값을 말없이 줄여갔으리라
토실토실 잘 익은 딸애를 등에 업고
형이 감자꽃을 딴다
딸이 생기고 나선 그 좋은 담배도 끊고
술도 잘 마시질 않는다는 독종
꽃 핀 마음 뚜욱 뚝 분지르며
한 소쿠리 알감자 품에 안을 날들을 기다린다
-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 2010)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곳이 이제야 겨우 모내기를 하는 이맘때쯤이면 보성군 회천면의 들녘은 온통 푸르릅니다.
이른 봄 심은 감자에서 벌써 이렇게 이파리가 돋아났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감자꽃이 장관을 이룹니다.
좀 있으면 꺾어질 감자꽃.
흰 감자꽃도,
보라 감자꽃도 자세히 보면 이렇게나 이쁩니다.
이 멋진 장관을 놓칠 수 없어 아침 출근길에 비상 깜박이를 켜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기 때문이지요.
감자의 고장 강원도에 가면 더 멋진 풍경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감자꽃 덕분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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