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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공터에서/김훈 장편소설/해냄출판사/2017년

책의 느낌을 간략하게라도 적자고 마음 먹고, 김훈 작가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이 분...그동안 내가 알고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한 작가였다.

경향신문 문화부장 출신이 아버지를 둬서 어려서부터 언론과 가까이 지낸 탓인지

대학을 중퇴하고 1973넌부터 1989년까지 한국일보 기자로 일했다.

이후 47세에 작가로 정식데뷔한 후 언론인과 작가를 병행하다가 전업작가로 활동하였다.

우리 시대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자전거 레이서라고 표기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몇 가지 일화 중 재미있는 부분을 소개한다.


  • 황석영이 한국일보에 대하소설 『장길산』을 연재할 당시 황석영의 담당 기자였다. 소설을 쓰다 구상이 막히면 잠적해버리곤 했던 황석영을 잡는 것이 당시 기자 김훈의 주요 임무였고, 결국 연재가 지연되면 지면을 메우기 위한 「지난 줄거리」 요약을 맡아 쓰기도 했다. 술만 취하면 이때 황석영과의 일을 두고 「그때 잡아서 죽여버리는 건데」라고 주정을 부린다며 황석영이 「무릎팍도사」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에는 『태백산맥』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소송에 휘말렸을 때, 검찰에서 요구한 관련자료를 제출하러 가는 조정래를 따라 검사실 문 앞까지 동행한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 자신의 자전거에 「풍륜(風輪)」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이 「풍륜」을 타고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한국 곳곳을 여행하고 쓴 것이 에세이 『자전거 여행』이다. 당시 김훈은 『자전거 여행』의 인세로 「풍륜」의 월부값 500만원을 갚겠다고 했고, 『자전거 여행』은 1000만원짜리 새 자전거를 사고도 한참 남을 두둑한 인세를 거두었다.[2](위키백과에서 인용)


  • 나는 이 분의 특별한 펜도 아니었는데 꽤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동인문학상을 받은 <칼의 노래>를 비롯하여 <남한산성>, <자전거여행 1, 2>,

    <흑산>, <공무도하> 등...

    <칼의 노래>를 읽고 받았던 충격이 떠오른다.

    간결한 단문에 실린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그 서늘함.

    문장은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듯 짧았다.

    군더더기 없이 갈끔한 그 문체 속에서 임진왜란의 참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수없이 죽어나가는 주검의 묘사가 어찌나 사실적이고 간결했던지

    읽으면서도 머리칼이 쭈빗거릴 정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이는 <남한산성>에서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면서도 임금 수라상에

    닭 한 마리를 올리고자 했던 민초의 삶과

    역사의 치욕이라 일컫는 삼전도 굴욕의 묘사 부분에서 절정에 이른 듯 했다.


    오늘 읽은 <공터에서>는 그런 역사적 인물이 주인공은 아니다.

    마동수 아버지와 이도순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마장세와 마차세가

    일제강점기, 6.25전쟁, 광복이후, 군부독재시대, 10.26사태를 거치는 동안

    민초들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다.


    어쩌면 오래전 읽은 이문열의 소설이 떠오르기도 했고,

    작년에 읽었던 한승원 씨의 <물에 잠긴 아버지> 와도 닿아있는 소설이었다.


    아버지의 업보에서 벗어나고자 군대로, 베트남 전쟁터로, 그리고 괌으로

    뿌리없는 사람처럼 끝까지 발버둥 친 마장세는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된다.

    군대 휴가를 나와서 암 말기에 걸린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다

    끝내 장례까지 치르게 된 차남 마차세의 삶이

    그나마 행복하게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다.




    350쪽

    봄에, 박상희(마차세의 부인)는 가게의 옷을 모두 바꾸었다. 헐거워서 편안한 살구색 블라우스와 허리에 리본을 매는 꽃무늬 치마를 진열장에 걸었다. 봄에는 매출이 늘었다. 옷을 사지 않더라도 여자들은 가게에 들러서 오랫동안 이 옷 저 옷을 만져보고 거울 앞에서 몸에 대보았다.


    마차세는 세 군데 무역 회사에 입사 지원했다. 장춘무역에 근무한 기간을 입사 지원서 경력란에 써넣었다. 세 군데 회사에서 추후 연락할 테니 기다려달라는 통지가 왔다. 추후가 언제인지는 기약이 없었다. 마차세는 우선 전에 근무하던 물류 회사의 배송 기사로 취업했다. 취직이 되 ㄹ때까지만 부업 삼아 일하기로 하고 임시직으로 들어갔다.


    봄에 마차세는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로 나왔다. 마차세는 서울 남부 순환 도로에서 동부 순환 도로로, 외곽 도로에서 중앙 도로로 하루 종일 달렸다.(끝)



    주인공이 마지막에라도 행복해서 다행이다.

    드라마건 영화건 또 이렇게 소설이건 나는 이렇게

    해피엔딩이 너~~무 좋아!!!!


    부인 잘 만나 제사도 지내고 부모세대의 오랜 사슬을 끊어낸 마차세도

    그토록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으나 끝내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3년 형을 선도받고 감옥에서 복역중인 마장세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누이처럼 

    어제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