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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자존감 수업/윤홍균/심플라이프

<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원장, 중앙대 의과대학을 졸업, 그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졸업. <경향신문><한국일보><레이디경향><월간 생로병사> 등에 글을 쓰고 있으며, <ebs  부부가 달라졌어요> 자문의, 교통방송 <귀로 듣는 처방전> 상담의로 활약. 관심 분야는 '자존감' 과 '중독'이다. 책의 안 표지에 나와있는 작가 소개다. 올해 가장 핫한 자기계발서 중 한 권이다.


지난 4월 학교 옆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 함께 읽기> 회원을 모집하기에 일주일에 한 번 한다는 말에 혹해 신청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선정된 책이 바로 이 책. 그런데 막상 신청하고 보니 월요일 저녁에 그림책 연수, 토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느리게 배우는 아이들에 대한 심화연수로 바빴다. 그러다보니 주중에 있는 목요일 연수까지 참석하는 건 일주일이 너무 바빠서 힘들었다. 결국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 연수는 신청할 때 한 번 가 보고는 참석못한다고 통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 학교 도서관에 있는 이 책을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자기계발서라는 게 그렇다. 읽을 때는 "맞아, 맞아 내가 딱 이 맘이었어. 이 말이 맞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데 다 읽고 나서 "어떤 책이었어?" 누가 물으면 대답해 줄 말이 딱히 없더라는......할머니부터 사촌까지 10명이 훌쩍 넘는 대가족 사이에서 나고 자라서 어려서부터 유난히 눈치가 빨랐고 타인의 말과 행동,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술술 잘 읽혔다. 읽으면서 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정리해보련다. 정리해보고 나니 오히려 이 책이 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이렇게 적절한 비유를 섞어 글로 표현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자존감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79쪽

우리는 여러 사회에 동시에 속해 있다. 직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가정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가정에 몰두하면 직장에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배우자에게 잘 인정받으려 하다가 부모님과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애당초 모든 면에서 가치를 인정받기란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답은 과정에 있다. 과정에 몰입하면 된다. 평가는 나중의 일이고 과정은 현재의 일이다. 과정에 집중핟다는 건 결국 오늘 할 일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일이다. 가령 취업을 하고 싶다면 취업을 하기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일'만 생각해야 한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면, 평가는 수능 당일이고 과정은 오늘 공부를 하느냐 마느냐다. 오늘 공부할 언어 영역이나 수리 영역에만 집중하는 것 말이다. 평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현재의 영역도 아니다.


과정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쁘더라도 상처가 적다. 비록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은 훌륭했다는 만족감이 남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내가 내 마음에 얼마나 드는가'에 대한 답이다. 그러기 위해선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평가'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내 강연 얘기로 돌아가자면 요즘 나는 강연이나 발표를 할 때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마다 펼쳐보기 위해서, 내 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쓴다. 그러다 보니 그 전에 비해 훨씬 나에게 몰입하게 됐다.


88쪽

내담자 중에서 직장 생활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짐작건대 힘든 취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 최면도 작용한 것 같다. 이들이 갖는 환상은 직장은 꿈을 이뤄주는 곳, 멋진 커리어우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곳, 아름다운 인간 드라마가 있는 곳이다.


단언하건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인기를 얻었던 <미생>처럼 직장 생활을 비교적 잘 다룬 드라마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불의에 맞서고 인간적이기까지 한 과정은 현실에서는 사장까지 가기 어렵다. 꿈, 성장, 자아실현, 가족 같은 분위기는 죄다 사장들이 꾸며낸 환상이다. 직장은 일을 끊임없이 시키고 그 대가를 쥐꼬리만큼 쥐여주고 생색이나 내는 곳일 뿐이다. 그러니 부디 직장에서 자존감을 시험하지 말 일이다. 


114쪽

아픈 과거를 안고 살기란 쉽지 않다. 뜨거운 불덩이 하나를 품안에 넣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자존감이 건강할 때 그 불덩이는 안전한 히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떨어질 때 이 불덩이는 나를 활활 태워 버리는 위험한 무기로 돌변한다.


이 불덩이의 크기와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를 뒀느냐에 따라 자존감이 지켜지기도 하고 훌라당 타버리기도 한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 중에도 과거가 불행한 사람은 많다. 이들도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괴로워하고 자기연민에 빠진다. 하지만 비교적 쉽게 빠져나온다. 과거의 불덩이로부터 멀찍이 떨어질 줄 안다. 괴로웠던 기억은 과거일 뿐이라는 사실을 오랜 연습 끝에 깨닫게 된 이들이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 불행을 놓아둔다. 가슴 한가운데나 어깨에 불운한 과거를 짊어지고 다닌다. 가만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잊힐 일인데 무슨 일만 생기면 자꾸 꺼내본다. 그럴 때마다 번번이 데고 상처 입는다.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 이들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과거를 꺼내 보여준다. 이성에게 호감이 생기면 때를 놓칠세라 부모가 상처 준 얘기를 꺼내고 동료에서 따돌림 당했던 기억을 털어놓는다. '이런 나를 이애해줘' 혹은 '이렇게 꼬이고 불쌍한 나를 감당할 수 있겠어?'라는 심리의 일종이다. 자기 어깨에 붙은 불을 사무실이나 애인의 집에 옮겨 붙이는 셈이다.


모든 아픔은 과거형이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힘으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시간을 돌이키는 일이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게 되어 있다. 아팠던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시간이라는 선물이 들어찬다. 이 선물은 세상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이 선물을 애써 거부할 까닭이 있을까? 기꺼이 받아 챙겨야 하지 않을까?


122쪽

자신의 인생이 특별하게 불행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불해의 크기는 상대적이지 않다. 누군가에겐 가벼운 감기 쯤으로 보이는 불행을 알고 평생 과로워하는 사람이 있고, 그보다 훨씬 더한 고통을 안고도 멀쩡히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고통이나  불행이 남과 견주어 얼마나 초라하고 큰지는 아무리 설득해도 효과가 없다. 한번 믿은 신념은 그만큼 공고하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불행이 특별하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보다 훨씬 괴롭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208쪽

보통 5~7세에 찾아노는 이 시기를 전지젼능의 시기라고 부른다. 이때 아이는 자신을 어른과 동일시하다 못해 초자연적인 인물로 여기기도 한다. 망토를 두르고 슈펴맨 흉내를 내기도 하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노래를 잘해"라며 잘난 척을 하거나, "난 공주야, 너희는 내가 하자는 대로 소꿉놀이를 해야 해"라며 친구들의 의견을 무시하기도 한다. 너도 나도 대장 역할만 하려다가 자주 다투곤 하는 게 이 시기의 아이들 특징이다.


이 시기에 부모들은 불안이 커진다. 아이가 잘난 척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 아이가 나중에 현실과 마주하면 크게 좌절하진 않을지 걱정한다.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고 빨리 일깨워주려고 한다. 예방주사를 놓듯, 좌절이나 시련을 미리 주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자기전능감을 함부로 꺾으면 아이에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사건과, 이에 맞추어 등장하는 실망감이 격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고착되면, 이후 한계를 느낄 때마다 격렬한 자기 반응이 올라온다.


전지전능의 시기는 인간이 회상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이다. 그래서 평생 추억으로 남는다. 이때 먹었던 음식 맛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즐거웠던 기억은 그리움으로까지 남는다. 그런 만큼이나 전지전능감이 좌절되면 두고두고 아픔으로 남기도 한다. 부모를 향한 원망, 즉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는데 부모님은 꼭 그렇게 냉정하게 깨우쳐줬어야했나'싶은 마음과 상처가 평생 가곤 한다.


220쪽

다친 마음을 치료하고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한 네 가지 전제


1) 내 마음을 우선하기

변화의 주체는 나고, 변화의 대상도 나다. 우리는 남과 비교하느라, 다투거나 자기 비난을 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괴롭게 보낸다. 우선 '나'의 마음을 챙겨야 한다. 무엇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것을 치유하려면 어떻게 할 지 고민하자.


2) 행동하기

우리는 자존감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을 걷고 있다. 이 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자존감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늘 마음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머릿속으로 생각만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책도 읽어야겠지만, 글도 쓰고 말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도 해야 한다. 변화는 행동하는 데서 시작된다.


3) 지속하기


4) 혼자 말고 함께 하기

마음이 건강해지는 훈련도 같이 하는 것이 낫고, 일반인의 도움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다른 사람과 같이 하기 힘들다면 메모지나 일기장 혹은 블러그와 함께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 노력한 걸 흘려보내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록해두기를 권한다.


225쪽

마음은 피부와 닮았다. 생물학적으로는 뇌 조직이 피부와 같은 외배엽이라는 곳에서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상처가 나고 아무는 과정이 비슷하다. 피부 한 곳을 뽀족한 물건으로 계속 찌르면 그 부분은 어떻게 될까? 충혈되고 부어오를 것이다. 그 부위에 뭔가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쓰라려온다.


마음도 그렇다. 마음속에서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부분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고 자란 집 자녀들의 경우, '술 먹는 중년 남자'에 진저리 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식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불안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이 예민함이다. 어떤 이유로 생긴 예민함이건, 예민함이 지속될수록 인간관계는 나빠지기 쉽다.


226쪽

살다 보면 누구나 안 좋은 일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상처 받고 배신을 당하고 원하는 것을 잃을 수도 있고, 기대했던 것들이 실망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때 자존감 강한 사람들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인생에서 발생한 나쁜 사건이 자존감까지 약해지도록 하지 않는다. 힘든 일이 생긴 건 안타깝지만, 그걸로 삶이 휘어지진 않는단 얘기다. 말하자면 나쁜 일과 자신 사이에 단단한 벽이 있어서, 바이러스를 항체가 방어하듯 자신과 연결 짓지 않는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많은 걸 자신과 연결한다. 살면서 마주하게 된 나쁜 일들을 자기 일로 관련짓는 논리 회로가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대표적인 감정이 죄책감이다. 주변 사람들의 나쁜 일이 자기 때문에 생겼다고 스스로 비난한다. 아픔 아이의 부모는 대개 우울증을 겪는데, 그만큼 자책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중략)


문제의 시작은 연결에서 온다. 자책은 타인의 문제를 나에게서 원인을 찾을 때 생긴다. 나의 문제를 나에게 연결할 때 분노가 된다. 자기 문제로 지나치게 연결하는 습관은 예민함의 씨앗이 되며 자존감에도 치명적이다.


239쪽

마음에 받는 상처는 종종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덜 아문 자리가 불쑥불쑥 아픔을 준다. 잊을 만하면 자꾸 그 일이 떠올라 괴롭다. 겉은 아물었지만 속을 곪아 있어서 갈수록 더 아픈 경우도 있다.

건드렀을 때 유독 큰 고통을 느끼는 부분, 이를 마음의 급소라고 한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마음의 급소가 있고, 이는 과거에 경험한 상처와 연관되어 있다. 형제간의 차별이 상처로 남은 사람에게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급소다. 억울한 누명을 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억울한 상황이 되면 급소로 작용한다. 사람마다 작용하는 급소다 다르다.


마음의 급소가 노출되지 않고 아픔으로 이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방식을 '방어기제'라고 부른다.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방어기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얘기는 '합리화'라는 방어기제의 대표적인 예로 통한다. 포도가 시어서 안 먹는 거라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 이것이 여우의 방어기제다.(중략)


미숙한 방어기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인 비난과 자책이다. 안 좋은 느낌이 올라올 때 타인을 공격하면서 탓하거나 자신을 비난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험담을 하면서 방어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 바꿀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타인과 과거다. 과거에 받아 현재까지 남아 있는 상처는 누구나 괴롭다. 그리고 잊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과거는 바꿀 수도, 지울 수도 없다.


어릴 때 부모에게 받은 상처, 선생님에서 받은 상처, 친구들에게 당한 따돌림은 사실 다 지나간 일이다. 무시당하고 비교당했던 나는 '오래 전 그날의 나'다. 그런데 여전히 '지금의 나'가 겪는 일로 생각하는 것이다. 상처가 괴로운 것을 사실이다. 하지만 상처는 모두 과거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마음속 응어리가 승화되고 나면 이런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머릿속에 있을 땐 혼란스럽지만 막상 밖에 꺼내놓고 보면 다 지나간 일이란 게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거기서 우리는 벗어났고, 지금은 안전하다. 우리는 괴롭힌 어름들은 이미 노인이 되었고 우리가 더 강해졌다.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