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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서민적 글쓰기/서민/생각정원/2015/250쪽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교수, 현재 칼럼, 블로그, 단행본, 논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그의 글쓰기 이력은 독특하다. 서울대학교 의대 시절, 소심함과 외모 콜플렉스를 벗어나고자 글스기를 시작한 그는, 첫 해 <서설 마태우스>를 시작으로 10여 년의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마치고 마침내 글 좀 쓰는 기생충 박사가 되었다. 2004년 알라딘 '서재'에서 자기비하에 가까운 진솔함과 유머로 파워 블로거가 되었으며 2009년 경향신문 칼럼들이 큰 화제를 모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스타일을 완성해갔다.

단행본 <서민의 기생출 열전> (2013년)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기생충학의 대중화'에 공헌했다.


그의 글은 가벼운 듯하면서 풍자와 반전, 사회를 보는 건강한 시선을 묵직하게 담고 있다. <서민적 글쓰기>는 그가 글을 쓰면서 경험했던 성공과 실패 과정을 진솔하게 담은 자전전 글쓰기 분투기다. 그는 서른 이후 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고, 10여 년의 지독한 노력 끝에 지금의 글쓰기를 완성했다. 그는 말한다. 글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것이라고. 이 책은 글쓰기가 두렵고 막막한 사람들에게 노력하고 연습한다면 누구나 글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의 안 표지에 기록된 위 글이 이 책을 한 눈에 말해주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나는 이 분의 글을 경향신문 칼럼에서 처음 읽었다. 칼럼을 읽고 반한 사람이 몇 사람 있는데 대표적인 이가 오래전 동아일보에서 칼럼을 쓰던 유시민 씨다. 지금은 <썰전>을 통해 누구보다 핫한 인물이 되었고 여러 권의 글쓰기를 통해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한 때 정치인이 되면서는 그 분의 박식함과 올곧은 철학을 정치라는 틀이 담지 못한 듯 하여 안타까워했던 일인이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꼈다고나 할까? 어쨌든 나는 칼럼니스트로 맨 처음 마음을 준 유시민 씨를 늘 지지하고 있다.


두번째로 칼럼에서 반한 이가 바로 이 분이다. 서 민 교수. 사진이 눈꼽만하게 나온 신문의 사진에서도 이 분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보여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비틀고 깎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 유명하다는 기생충관련 책은 읽지를 못하고 이 책을 읽었는데 한마디로 정말 좋았다.


자기비하에 가까운 진솔한 글에다 백프로 경험에서 얻은 경험을 이야기 하니 공감백배인데다 이해하기 쉬운 문체에다 적절한 예도 절묘하였다. 진즉 이 분의 팬이었지만 이 글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그 분의 열정이 제대로 느껴져서 레이더를 이 분에게 맞춰놓기로 한다. 하루에 두 편씩의 블러그를 치열하게 쓰던 시절이 있었다니....한 달에 열 편을 채우기도 힘든-그것도 일상의 소소함 이야기 중심이라 비틀고 깎는 것과는 거리가 먼,,,,.생각난대로 쓰는 글임에도-내 현실에 비추어 대단한 열정이 존경스럽다.


이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글쓰기는 ,

논문을 써야 하는 학생에게는 미래이고,

내일 아침 기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김과정에겐 밥벌이다.

피 끓는 청춘에게는 연애의 방법이며,

누군가에겐 지친 삶을 위로하는 마음의 위안이다.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타인을 향한 연민이자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


서민 교수가 주장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은?


1. 두 사건을 연결시켜 비유하기

2. 반어법으로 돌려까기

3. 이해하기 쉽게 쓰기

4. 인간관계의 기본은 솔직함이기에 솔직하게 쓰기

5. 재료 많이 모으기.

-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글에 생동감을 준다.

6. 재료를 모으기 귀찮다면 기존 재료를 가지고 관점을 바꾸어 쓰기

-한 사건을 가지고 여러 관점으로 글을 써 보는 연습하기


그 중 반어법으로 경향신문에 쓴 글이 촌철살인이라 좀 길긴 하지만 옮겨적어본다. 돌려까기의 달인 답다.


162쪽


날이면 날마다 신문지면을 장식하던 남양우유 욕설파문을 묻혔다. 기사대로라면 1882년 한미통상무역이 체결된 이후 최악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윤창중 열사, 청와대 대변인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서 미국에 간 그가 한국계 미국인인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게 기사 내용이다. 일부 좌파들은 '불미스러운 일로 대변인에서 경질됐다'는 기사 내용을 토대로 그의 성추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윤창중의 결백을 믿는다.


첫째, 윤창중은 윤봉길의 후예다. 파평윤씨 종친회는 부인했지만 윤창중은 자신이 상하이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군 요인을 암살한 윤봉길의 손자라고 한다. 왜 나섰는지 모르겠지만 새누리당 의원인 하태경도 "윤봉길 손자가 맞다."며 확인해줬는데, 호랑이는 고양이를 낳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해보면, 윤봉길의 손자가 미국에서 딸 같은 인턴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짓을 했을 리가 없다. 만일 윤창중이 그런 짓거리를 한 게 사실이아면 그는 윤봉길의 손자가 아니라 주두순의 배다른 동생일 것이다.


둘째, 윤창중은 탐욕이 없는 사람이다. <뉴데일리>에서 십수 편의 칼럼으로 진정한 수구꼴통이 문지 보여줬던 윤창중은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나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박종진...이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어가 애국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윤창중....그런 말은 제 영혼에 대한 모독입니다.....윤봉길 의사에게 '이제 독립했으니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하라'고 하는 격입니다.


물론 사흘 후 덥석 인쉬위대변인 자리를 수락하지만, 사흘이나 버텼다는 것 자체가 그가 욕심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그런 사람이 여자 인턴의 엉덩이에 욕심을 냈다는 게 말이나 되나? 만일 윤창중이 그런 짓거리를 한 게 사실이라면 그는 한입으로 두말하는 일구이언하는 자며, 표리부동하며 면종복배하는 자며, 입에는 꿀을 담고 뱃속에는 칼을 품은 '구밀복검'하는 자이리라.


셋째, 입이 더러운 자는 보통 손은 깨끗하다. 북한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극우보수 인사 중 군대 안 간 사람이 많듯이 입으로는 욕이나 더러운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개 싸움을 못하고 행동도 안전한 경우가 많다. 윤창중은 우리나라에서 입이 더럽기로 소문한 자로, 안철수에게 "젖비린내가 폴폴 난다."고 일갈했고, 문재인 지지를 선언한 정운찬 등에게 "정치적 창녀"라고 한 바 있는데, 그가 청와대 대변인이 됐을 때 이 막말이 문제가 되어 사과까지 한 적이 있다. 속설이 맞다면 그는 말만 더러울 뿐 손은 비교적 깨끗해야 하지만,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는 말과 손과 성기가 삼위일체로 더러운 보기 드문 인물이 된다.


넷째, 박근계 대통령의 눈을 믿자. 박대통령은 인사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을 잘 알아본다.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을 비롯해서 짧은 기간에 일곱 명을 낙마시킨 건 박대통령이 인사의 달인이아니었다면 가능하지않았으리라. 게다가 윤진숙이라는 진주를 모래 속에서 찾아내 해양수산수장관을 시킨 건 화룡점정이었다. 그런 대통령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낙점한 분이 20대 여성 인턴의 엉덩이에 눈이 뒤집혀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건 박대통령의 독특한 심미안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윤창중이 성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건 이쯤 해두고 이제 세 간의 의혹을 한 방에 정리해준다.


1. 일찍 귀국한 이유를 윤창중이 "아내가 사경을 헤매서."라고 답변한 것에 대해

지금쯔 윤창중의 부인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건 확실한 일이니,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예언이다. 그러니까 윤창중은 이 같은 일을 예측해 급거 귀국한 것이다.


2. 자기 카드로 미국에서 한국까지 항공료를 결제한 것에 대해

국가 돈으로 외유에 나서는 인사들이 한둘이 아닌 판에 정상회담이라는 공적인 일로 미국에 갔으면서도 자기 돈을 쓴 윤창중의 행위는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일이다.


3. 박근혜 대통령이 '부적절한 행동'을 들어 윤창중을 경질한 것에 대해

윤창중은 부인이 사경을 해맬 것을 예측해 공무수행 중 일찍 귀국했다. 이제부터 그가 해야 할 일은 극진한 간병, 박대통령은 윤창중이 간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대변인엣 물러나게 했다. 그럼 부적절한 행동은 뭐냐면, 늘 공보다 사를 우선시하는 박대통령에게 아무리 사경을 헤맨다 해도 사적인 일로 공무를 팽개친 윤창중의 행위는 불미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윤창중을 장황하게 변호했지만, 그에게 실망한 게 딱 한 있다. 그는 "신체접촉은 있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건 아이돌 가수인 김상혁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의 아류에 불과하다. 청와대 대변인쯤 되면 언어의 마술사라 할 만한데, 아무리 사정이 급박하다 해도 8년 전에 크게 화제가 된 발언을 우려먹는 건 대변인답지 못하다 어찌되었든 아내 간병 때문에 공무를 팽개치고 귀국한 만큼 꼭 부인을 살려놓으세요. 제가 응원합니다. 윤열사님.



181쪽

여기서는 서민 교수 특유의 위트와 해학에다 솔직함까지 넘쳐 읽으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었는데, 자리가 방밖에 없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다가 '북'소리가 났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작년엔 잘 맞던 코르덴바지인데, 내가 아직도 성장기라서,황급히 바지라인을 만져본다. 어디가 터진지 잘 모르겠다. 일단 고기를 먹고 난 뒤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벗어본다. 바지가 터진 것 아니고, 팬티가 찢어졌다. 다행이다. 안 그랬다면 월요일 날 또 바지 사러 다녀야 할 뻔했다. 따지고 보면 이건 다 빨래가 밀린 탓이다. 다린 게 몇 개 없어서 좀 작다 싶은, 작년에도 겨우 입었던 걸 가져갔는데, 결국 터진 거다. 그래도 미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난 시원해서 좋았다. 무척이나 즐거운 술자리, 덕분에 나의 주말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