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24(목)
하필 날잡은 게 올 겨울들어 제일 추운 날이다
뭔 말이고 하니
오늘은 벼르던 장도분교 가는 날
우리 학교에는 벌교읍 장도라는 섬에 딱 하나 있는
초등학교인 장도분교를 거느리고 있다.
장도분교에는 4학년 남학생 두 명이 있고
이 두 아이의 선생님 한 분이 계신다
새로 옮긴 학교의 분교가 어디있는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한 일
날씨좋은 10 월부터 가보고자 했으나
바쁜 학교 일정 탓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11월이 넘어가면 하루 두 번 다니던 배가
한 번밖에 안간다기에 서둘러 팀을 꾸려 장도로 떠났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은 제일 추운데다
바람까지 분다.
벌교읍 장암마을 선착장에서 오후 1시 55분 배를 타고
약 이십분을 달려 장도 신경항에 도착했다.
군에서 지원하여 배삯은 인당 삼천냥.
차를 실을수도 있어 섬 사람들의 먹거리가 올망졸망 담긴
트럭 두 대도 배에 실렸다.
사과 박스, 대파, 멍멍이사료, 귤 박스...
사람 사는 흔적이 배 위에 가득하다.
낯선 외지인 열 한 명을 거의가 할머니, 할아버지인 배 안의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신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가는 대부분의 선생님이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의 젊은 선생님 이기에...
걷기 좋아하는 한 분과 운동삼아 걷다가
낚시대 두 개를 양 손에 들고
망둥어를 잡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장도는 사방이 갯벌로 꼬막이 많이나는 곳이라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벌교 꼬막>이 바로 여기서 나는
꼬막이란다. 헐~ 놀라워라
마을셔틀버스를 타고 온 동료선생님과 학교앞에서 만났다.
학교는 인구 500명 가까이 되는 장도에서
가장 큰 부락인 대촌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부근으로 보건소, 작은소방서, 파출소가
교문과 마주하고 있고.
학교 바로 앞은 갈대숲
그리고 바로 바다였다.
한때는 큰 학교였던 듯 열 칸 규모의 이층 건물의 본관
그 옆에는 급식소, 관사 등이 보였다.
농폅조합장, 수협조합장 선거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는
기표소가 공간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교무실은 학교라기보다는
선거관리위원회사무소 같은 느낌을 주더라.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양 옆에는
족히 20년은 되어보이는 '일기를 씁시다' '애국하는생활'
등이 적힌 환경판이 붙어있다
교실 책꽂이에서 눈에 익은 교사용지도서를 펼쳐보니
교육부의 전신인 문교부에서 92년도에 발행한 책이더라.
92년도라면 나는 20대 청춘의 한복판이었고, 광양 광영초에서 40명이 넘는 다인수 학생들의
담임이던 시절이었다. 나도 그리 젊은 시절이 있었구나~~~
시간이동을 한 듯, 낯익은 풍경앞에서
박물관을 따로 꾸미지않아도 교육역사박물관이
바로 여깄구나 싶었다.
그나마 쓰는 교실에는 있을만한 건 다 있다.
이 넓은 학교,
이 넓은 교실에
단 두 명의 남학생이
서른이 갓 넘은 선생님과 살아가고 있다.
두 학생 중 한 명은 보건소장 아들.
내년에 엄마를 따라 도시로 나가면
원주민 섬아이 혼자 장도분교생으로 남게된다.
그나마 그 아이가 전학이라도 가게 되면
1945년에 개교하여 70살이 넘은 이 학교는
문을 닫게 된다.
다닐 아이가 없으니 문 닫는건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 쇠락이 슬픈 것도 사실이다.
섬이라는게 그렇다.
잠시 머물다가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낭만적인 풍경이지만
터전으로 살아가는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불편을 준다.
바다가 육지라면 해뜨는 부두에서 울고있진 않을것을~~
노래가사가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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