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풍경/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보성여행) 바다와 함께 걷는 다향길 2코스

 


오늘이 7월 20일

이때쯤이면 학교는 무척 바쁩니다.

아이들 기말 평가가 7월 7일 전후하여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거의 전쟁급입니다.

성적처리 해야지요.

성적도 각 교과별로 다 입력해야지요.(초등은 무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도덕, 체육, 음악, 미술, 실과 로 10개 교과나 됩니다. 교과전담교사가 영어나 체육등을 입력하여 준다 쳐도 8개 교과를 차례로 입력해야 합니다. 우리 같은 소규모 학교야 학생 수가 10명 내외니 별 걱정이 안되지만 제가 순천근무 마지막 해는 27명이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창의적 체험활동이라고 하여,

자치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각각의 활동상황을 입력하여야 하고

낱낱의 시수도 맞춰야 합니다.


거기다 나도 받아보았고, 여러분도 받아보았던 행동특성과 종합의견이 남아 있습니다.

교과, 창체, 행동 등을 종합하여 서술하여야 합니다.

예전에야 기초학력 부족으로 전 교과 부진함.

기초학력이 부족하고 전 교과 성취도가 미흡하고, 학습의욕이 부진함.

과감히 쓰기도 했지만 요새야 어디 그런가요?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최대한 돌리고 돌려서 순화된 표현을 써야 합니다.

장난이 심하고 남의 수업을 방해하고 싸움대장이 현실인 아이지만

무려 50년간이나 보관하게 되어 있는 생활기록부에 그런 흔적이 남게 쓰면 안 되겠지요.


그것이 선생님들이 학기말에 하는 일이 전부가 아닙니다.

방학생활계획서도 짜야지.

한 학기 동안 운영했던 나이스 주간학습안내도 맞춰야죠.

학교에서도 학기말을 정리하여 그간의 여러 활동들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잇따릅니다.

방학하기 참 힘들지요?


간혹 사람들은 그럽니다.

선생들은 방학이 있어 참 좋겠다고요.

아마도 방학이 없다면 가시처럼 말라서 선생 오래할 사람 별로 없을 겁니다.

한 학기동안 정신없이 살다가

방학 때 쉼이라는 여유가 있으니

새로 학기를 시작할 힘을 얻는 게 교사들일 겁니다.


에고고.

서술이 길었네요.

어쨌건 그 복잡한 일을 거의 다 끝내고 드디어 이번 주 금요일이 방학일입니다.

오늘 수요일, 한 학기동안 열심히 달려온 여러 선생님들과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여름 보양식엔 장어가 대세라, 힘나게 장어구이를 먹고

마칠 시각에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7시네요.

광주로 장거리 출퇴근자가 많은 학교 현실상

2차는 없답니다.


남은 관사 식구들끼리 뭘할까? 궁리하다

배도 부르고 지난 번에 마치지 못한 다향길 둘레길을 걷기로 하였습니다.

오늘 걷는 길은 회천 율포리에서 동율리를 지나 군농리

그리고 득량과 천포로 갈라지는 곳까지 걸었습니다.

군농 경로당앞에 차를 주차하고 본격적인 걷기에 나섭니다.

 

 

 


옥수수가 보입니다.

회천의 특산물 중에 옥수수도 있지요.

 

나와 동행인 두 분의 선생님이 앞서서 걷고 있네요.



 

 

 

갈대 서걱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개개비 우는 소리를 녹음하느라 잠시 발길을 멈춥니다.

넓은 갯벌과 멀리 바다도 보이지요?


 

 

 

 

 


금새 어둠이 내려 앉습니다.

어두워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

바다는 훨씬 멋져 보이네요.

온통 하늘빛입니다.



 

 

 

 

세상에....

바다에 달이 떠오릅니다.

음력 17일의 달이 바다에서 둥실 떠오릅니다.

크고 붉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를 대니 작고 하얗게 보입니다.

왜일까요?





 

 

돌아오는 길.

그새 달이 더 높이 올라갔고,

바다는 달그림자로 붉습니다.

아!!!!

참 행복합니다.

이렇게 좋은 곳에 제가 살고 있군요.

이곳 한 쪽에 집 지어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차된 곳으로 돌아오니

이렇게 어두워져 버렸습니다.

저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어서 블러그에 올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맘이 바쁩니다.

누가 시켜서 했더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이 일을 하느라

저는 지금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하


다들 행복한 밤 되십시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