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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발길이 머무는 곳

<신안여행> 증도 천년의 숲 길에서 짱뚱어다리까지

 


증도에도 걷기 여행 코스가 있었다.

증도 모실길이라고 하여 그 길이가 자그마치 42.7km나 된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풍광이 빼어나서

자전거 코스로도 제격이다.

총 길이 42.7km의 증도 모실길을 증도대교를 건너자마자 시작된다.(광광안내 지도에서 펌)


오늘 우리가 택한 코스는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우전해변을 끼고 도는 <천년의 숲 길>이다.

4.6km, 약 1시간 반이 걸리는 길인데

신안갯벌센터에서 한반도 해송숲을 지나 짱뚱어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해풍에 모래가 농경지로 날아노는 것을 막으려고 사막과 같은 모래 위에

방풍 방사림으로 조성한 해송솦,

증도면 소재지 뒷산인 상정봉에서 바라볼 때에 숲 전체의 모양이 영락없이 한반도를 닮아

<한반도 해송숲 길>이라고 지었다 한다.


 

 

 

 

 

 

 


길이 4km, 폭 100m의 은빛모래 백사장을 가진 우전해수욕장이

둘레길을 따라 온다.

잘 가꿔진 소나무 숲 사이를 걸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비 온 뒤 끝이라 파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군데군데 시가 쓰여진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숲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여기 쓰여진 시는 김남조 시인의 '겨울바다'

겨울에 왔더라면 이 시가 더 가슴에 와 닿았겠지?


김남조 / 겨울 바다



겨울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1967>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도 보인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우리에겐 익숙한 시이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섯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구 딕ㄹ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위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시비에서 옮겨 적다)

 




 

 

 


 

 

 

여기는 짱뚱어 다리다.

한반도 해송솦을 건너 여기저기 조성된 캠핑장을 지나서

당도한 곳이다.

이 다리 초입에는 화장실도 있고,

맛있는 차와 간식을 파는 푸드트럭도 있다.


 



마침 간조라서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다.

모처럼 해가 난 탓인지

일광욕 하러 나온 개들의 천국이다.

아름다운 증도의 아름다운 해넘이가 시작된다.


 

 


멀리서 바라보고 그랬다.

왜 1위가 아닌 2위일까?

가까이 가서 보니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여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100선을 적은건데

여기서 증도가 당당히 2위에 올라와 있다.


1위는 신안 홍도이고,

3위는 문경새재,

4위는 서울N타워,

5위는 청송 주왕산

6위는 창녕 우포늪, 7위는 대구 근대골목, 8위는 하동 십리벚꽃길,

9위는 독도,

10위 제주 올레길....이런 순서다.


해변을 끼고 도는 증도의 모실길은 여기 말고도 여러 개다

3시간이 걸리는 갯벌공원길, 천일염길도 있고,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길(3시간)

보물선과 순교자 발자취를 찾아가는 2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로 증도 일주를 하고 싶다.

아마도 그건 한 십 년 후쯤으로 또 미뤄야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