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그리 덥지도 그리 춥지도 않은 토요일 오전,
광양에 800평 라벤다 밭에
보라빛 라벤다꽃이 피었다기에 친구랑 찾아갔다
올해 처음 조성했다는 이곳은 옛 사곡초등학교 입구에서
본정마을 쪽으로 1키로쯤 들어가면 오른편에 있다.
생각보다 넓지는 않으나
마른잎 하나도 없이
이제 막 꽃핀 생기있는 모습이라 아름답기만 하다.
사곡 본정마을 가는 길은
오래전 추억 찾아가는 것처럼 정겨운 길
그 길 끝에는 우리 형제들이 엄마만큼이나 사랑했고
떠올리면 그리움으로 회상되는
큰이모 집이 있었다.
이모 돌아가신 지 십 년이 더 된 시간
그 길은 잊혀진 길이 되었는데
오랫동안 가지 못한 그 길 따라 가면서
이모 생각이 많이 났다.
올해 처음 조성했다는 800평의 라벤더 꽃밭에는
보랏빛 라벤더 고운 향이
꽃송이만큼이나 많은 벌들의 윙윙거림이
노란, 혹은 하얀 나비들의 우아한 날개짓이
무엇보다 포플러 나무와 어우러진 초록의 들판,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등성이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벌이 무섭지도 않은지
그 사이를 오가는 사진작가들의 부산한 몸놀림
몇년 전 여름 북해도 후라노에서 지고있는 라벤더밭을 보았다.
라벤더 꽃보다는 라벤더 아이스크림이 더 기억에 남았다.
시원하면서도 적당한 쫀득거림, 맛까지 좋아
몇 개를 사먹었었다.
본정 라벤더밭은 올해 처음 조성되어
그런 부대시설도 없고
면적도 협소했지만 아이디어 하나만은 참 좋았다.
내년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나게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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