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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개같은 날은 없다/이옥수 장편소설/비룡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전남도민, 올해의 책 함께 읽기> 선정도서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 열 분의 이름으로 회원가입을 하였고,

지난 5월 말 8권의 책을 한꺼번에 받게 되었다.

물에 잠긴 아버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기호3번 안석뽕, 그리고 이 책이다.

그 중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기시감이 들었다.

언젠가 읽었던 느낌, 웬지 낯익은 문장....아니나다를까 읽었던 책이었다.

그런데도 책의 거의 중간까지 읽고 나서야 그 점을 알게 되었다. ㅠㅠ

짧게나마 독후감을 써 두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바보....


이 책은 어머니가 없는 결손가정의 형제, 그리고 형제 중 동생인 강민이 기르는 개 찡코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마음 나눌 친구도 없고, 쓸만한 직장도 구하지 못한 채

외삼촌 집에 얹혀 사는 최미나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머릿속으로 그려 보니 지금까지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근수 녀석이 아는 누나를 소개해 준다고 뻥을 쳤고, 그 뻥에 내가 걸려 든 것이다. 녀석은 옆 분단의 현호와 몇몇 아이들과 작당하여 나를 놀려 먹으려고 했고 이런 음모를 알 리 없는 나는 마음을 다해 문자를 보내며 구애를 했던 것이다. 그동안 내가 열나네 보낸 문자는 현호 팬드폰으로 전송되었고 현호는 내가 보낸 문자를 보고 근수 녀석이 소개한 누나인 양 답장을 보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교과 진도도 이미 끝나고 아침부터 자습을 하거나, 대충 영화나 보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3학년 아이들 입에서 입으로 신속하게 전해져 퍼져 나갔을 것이다. 녀석들은 문자를 돌려 보며 얼마나 킬킬댔을까?


"야, 인마. 지금 연락 왔는데 근수 머리통 열세 바늘이나 꿰맸단다. 선생들도 체벌 금지라 애들 못 때리는데 새끼, 완전 돈 거 아냐? 너 인마, 이제 어떡할래. 응?"


상담실에 들어온 체육 선생이 조롱과 위협을 섞어서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나는 이 년 동안 녀석에게 갚을 것이 많다는 소리를 목구멍에 걸쳐 두고, 체육 선생을 쏘아보았다.


"야, 눈 내리깔아아."

체육 선생이 독기 뻗친 소리를 내뱉으며 손바닥을 들어 올렸지만 나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체육 선생님 내 머리통을 겨냥했던 손을 내리며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미친놈!" 한마디를 내뱉고는 사라졌다.


미쳤다! 그래 나는 지금 미쳤다. 언제까지 밟히고만 살 수는 없다. 나는 눈을 꾹 감고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찡토의 벌겋던 눈동자가 보인다. 내가 찡코를 죽였다! 겁낼 것 없다. 누구든 걸리면 죽는다!(100쪽)


강민은 삼시 세끼 차려주는 것만이 아버지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마음에 들지 않은 구석이 생기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아버지가 강민이만 편애한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안 계신 동안에는

부당한 심부름을 시키고 친구들을 모아 놓아 자존감에 상처를 주고

좌절하게 하는 강민의 형 사이에서 부딪히고 깨진다.

학교에서 역시 마음 둘 곳 없이 방황하는데, 근수의 가짜 여자친구 소개사건으로 절정에 이른다.

결국 강민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여

자신이 마음 주고 가장 사랑하던 개 찡코를 집어 던져서 죽이고 만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상처가 되어 강민을 끝없이 괴롭게 한다.


강민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웃집 누나 최미나,

심리치유를 통하여 강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근수의 아픔을 공유해주는 병원 의사의 도움으로

훈훈하게 소설은 마무리된다.


폭력이 주는 상처와 아픔을 이야기 한 청소년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