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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오마이북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즐거운 학교, 자유로운 일터, 신뢰의 공동체가 숨쉬는 행복사회의 비밀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이 말이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해 주고 있다.

전남 곡성 산골에서 1964년 태어났다. 중학교 때 김유정의 농촌 소설을 읽고 우리 동네 이야기도 소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소설가가 되려고 연세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소설보다 더 급한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4학년 때 쓴 독재 정권 비판 유인물이 너무 참신해서 중앙일간지 사회면 머리기사로 보도됐고, 수배자로 쫒기다가 감옥에서 사계절을 보냈다.


월간지 <말>에서 1988년부터 12년을 일했다. 공무원 초봉의 절반도 안되는 박봉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 가슴이 명령하는 기사를 쓸 수 있어서였다.


2000년 2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인터넷미디어<오마이뉴스>를 창간했으며 지금은 8만 명의 시민기자와 함께 하고 있다. 팔자에 없는 사장 노릇을 14년째 하고 있는데 보람만큼 고생도 많다. 가장 큰 걱정은 매달 25일마다 상근직원 110명의 월급을 주는 일이다. 스트레스는 주일 교회에서 푼다. 성가대 베이스이고 교회 축구팀 회장이다. 하루에 10골을 넣은 적도 있다.


그러하여 덴마크로 가서 '행복사회의 비밀'을 캐내기 시작했다. 그렇데 얻은 비밀을 전국을 돌며 강연으로 나눠왔다. 마음속에 행복사회연구소를 세워두고 있다. 지은 책으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진보집권플랜> <새로운 100년> <정치의 즐거움> 등이 있다.


지은이 오연호, 가까운 곡성 출신이라는 것도, 오마이 뉴스 사장이라는 것도 몰랐다. 물론 오마이뉴스가 맨 처음 생겼을 때 나 역시 시민기자라는 걸 해 보려고 시도는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형식에 맞게 글을 쓴다는 것에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고, 천성이 게으른 탓에 소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나랑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이 분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 분이 쓴 책 속표지의 프로필도 재미있다. 소설을 쓰려고 했으나, 소설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짧은 말 속에 너무나 잘 이해되는 부분이다.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사는 사람이 어용으로 보이던 시절이었다. 광주에는 자주 최루탄이 날렸다. 전두환정권에 오롯이 학교를 다녔기에, 불온서적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한 달 가까운 정학을 예사로 날리던 시절이었다. 내가 있던 동아리, 대학신문사도 그런 습격을 받고 두 명의 친구가 정학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용기없는 사람이었다. 큰 소리로 내 의견을 주장할 용기도, 데모를 하는 학생 대열에 끼지도 못하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최루탄 날리면 코를 싸매고 숨기에 바빴었던 비겁하고 소심한 학생, 그게 내 모습이었다.

이 책 역시 교장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읽은 책이다. 북유럽의 인구 50만의 작은 나라인 줄 알았던 덴마크가 예전엔 큰 나라였다는 게 신기했다. 국토가 한반도의 5분의 1 크기. 그러나 한 때는 노르웨이와 프랑스 북부를 소유했던 큰 나라라고 했다. 전쟁의 참화는 우리만 겪은 게 아닌 모양이다.  두 번째로 놀라운 건 이 나라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까지 9년 내내 같은 반, 같은 담임이라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3~6년마다 바뀌는 경우도 있다지만 한 번 같은 반이 되면 몇 년씩 유지되는 이런 시스템은 그대로라고 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 아이나 학부모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런 믿음 위에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여 진로교육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교사와 학부모, 혹은 학생간에 이런 믿음이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나 한편으로 힘들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 년 간 담임을 하고 나면 서로의 신선도가 떨어져 지금껏 담임을 연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ㅎ


이 책의 프롤로그 부분에 행복 사회를 이해하는 6개의 키워드라는 장에 책의 주요 내용이 요약되어 있기에 그것을 옮겨 적는다.


1. 자유 :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


자유의 다른 이름은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덴마크인들은 자유를 누리고 산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자유로운 삶은 초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져진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우리의 중학교 과정을 포함해 9학년제인데, 7학년까지는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다. 자연히 등수도 없다. 공부를 잘한다고 상을 주는 일도 없다.


왜 그럴까? 공부를 잘하는 것은 여러 가지 능력 중 하나일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학생들은 마음 편하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할 수 있다. (중략) 덴마크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진학 전에 1년간 '인생학교'에 간다. 이 기간 동안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스스로 점검한다.(17쪽)

2. 안정 : 사회가 나를 보호해준다.


덴마크사회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아주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우선 명원 진료비가 평생 무료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개인별도 주치의가 정해진다.(중략), 교육비도 대학까지 무료다. 우리는 반값등록금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덴마크는 대학 등록금이 공짜인 것이 기본이고 대학생이 되면 매달 우리 돈으로 약 120만원을 생활비로 받는다. 직장에 다니다 실직해도 2년까지는 정부에서 예전 월급 수준과 큰 차이 없이 보고해준다. 그리고 그 기간에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도와준다.(17쪽)


3. 평등 : 남이 부럽지 않다.


덴마크국회에서 만난 국회의원 두 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방문객 접수대까지 본인이 직접 내려와 손님을 맞이했고, 정장이 아닌 청바지 차림이었다. 자그마한 자신의 방에서는 손수 음료를 대접했다. 덴마크에서 국회의원은 특별한 직업이 아니었다.(중략) 자신을 스스로 중산층이라 말하던 40년 경력의 식당 종업원이 한참 동안 자랑을 늘어놓은 아들의 직업은 열쇠 수리공이었다. 식당 종업원 아버지와 열쇠 수리공 아들이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덴마크다.(18쪽)

4. 신뢰 : 세금이 아깝지 않다.


덴마크의 초등학교 중 절반 가량은 9년간 담임이 똑같다. 나머지 절반도 최소 3년에서 6년까지 같은 담임이 지도한다. 성장기의 대부분을 한 담임과 보내는데도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불만이 없다.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런 교사를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중략) 덴마크인들은 사회 안전망 혜택을 많이 받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낸다. 부자들은 월급의 50퍼센트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그런데도 덴마크의 고소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말하다. 자신도 대학 다닐 때 누군가의 세금으로 혜택을 받아 공부했으니 후배들을 위해 내는 세금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19쪽)

5. 이웃 : 의지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


덴마크인들은 외롭지 않다.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 근처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초등학생 6명을 데리고 있었는데, 그중 두 명만 자기 자녀고 나머지는 이웃 아들이었다. 평소 가깝게 지내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돌보는데 익숙하다고 했다.


이웃간의 유대는 일상을 넘어 다양하게 확장된다. 특히 덴마크에서는 크고 작은 협동조합 활동이 무척 활발하다. 2013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35퍼센트가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이웃 공동체들은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되어 소외감과 외로움을 방지하고 유대감과 행복감을 뿌리내린다.(19쪽)


6. 환경 : 직장인의 35퍼센트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덴마크는 자전거의 나리다. 코펜하겐의 직장인 중 35퍼센트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이들이 이용하는 자전거도로는 도로의 한 차선을 당당히 차지한다. 개인이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게 인프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인구 50만 명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평균 출근 소요 시간은 15분 전후다. 1000만 서울에서 느끼는 번잡함,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출근길의 교통지옥이 이곳에선 없다. 자동차 공해가 적으니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리는 날도 없다.(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