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기예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5개 지역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다고 하였다.
32도까지 오른다고 하던데...
막상 실내에서만 근무하는 나는
간혹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그리 덥지도, 그리 춥지도 않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5월 이었다.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찮게 내 눈에 띈 책
바로 강소천 아동문학가가 쓴 <꿈을 찍는 사진관>이다.
이 책, 언젠가 교과서에 실린 글로 안다.
지금 개정된 국어 교과서에는 웬만한 동화는 전문이 다 실린다.
당연하게도 책이 두껍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럴 수가 없어서 책의 일부분만 싣었다.
이 책 역시 일부분만 쓰여 있어서 뒷이야기가 궁금했었는데..
여즉 읽지 않은 책 중의 하나였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띄길래 가져와서 내친 김에
끝까지 다 읽었다.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 같이...로 귀에 익은 어린이노래나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코끼리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태극기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스승의 은혜 등을 작사한 강소천 선생
운동장엔 오월의 햇살이 투명하고
하늘은 저리 푸르고
기분좋은 바람이 코끝을 살랑이고
화단에는 분홍달맞이꽃이 환하고
우리 학교 명물 소나무가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날,
평소 아이들 책 읽을 때 쓰던 붉은 카펫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이 평화로움이 한없이 좋다.
우리 학교 명물 소나무
분홍 달맞이꽃...이쁘다.
오늘 우리 어린이들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전에는 당연히 누렸던 많은 것들, 이를테면 마음껏 뛰어놀 자유나 언제나 곁에 있는 자연 같은 것들을 가져 보지 못한 채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정겨운 시절을 보냈던 옛날 어린이에게도, 풍요롭지만 메마른 시절을 보내는 오늘의 어린이에게도 강소천 선생님의 작품들은 똑같은 방식으로 꿈꾸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꿈꾸는 어린이의 아름다운 마음, 이것이 바로 강소천 선생님의 동화, 동시 작품 전편에 흐르고 있는 주된 정서일 것입니다.(소천아동문학상 운영위원회 위원장 유경환)
강소천 선생의 40주기를 맞아 표낸 이 책의 머릿말이 지금의 상황에서도 너무나 잘 맞아 옮겨 적어본다.
과일점
사과
천만에 천만에 말씀입니다. 나더러 술을 먹었다고요? 그럼 원숭이의 얼굴은 술을 먹어 빨간가요?
그리고 보름달도 때때로 얼굴이 빨갈 때가 있는데, 그럼 달님도 술이 취해 빨간가요?
그럼, 왜 내 얼굴이 빨갛냐구요? 정 알고 싶거든 하늘의 해님에게 물어 보셔요.(51쪽)
배
배야! 너는 얼굴이 왜 그리 누우러냐? 소화 불량에 걸렸니? 배탈이 났니? 냉수를 너무 많이 먹은 게로구나. 의사에게 보이고 약을 쓰려마.
먼저 회충약을 써 봐라.(52쪽)
복숭아
사과와 나와 누가 더 빨갛습니까? 사과예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럼 사과의 옷과 내 옷을 벗기고 보셔요. 누가 더 붉은가, 누가 더 흰가. 사람들은 연지 찍은 사과를 가지고 붉다고 그래요.(52쪽)
감
감아! 너를 보고도 호랑이가 도망을 치니?
곶감이란 말에 울던 아이가 뚝 그치는 걸 보구, 호랑이가 무서워서 도망을 쳤다니 말이다.
감아! 그럼 너는 누가 제일 무서우냐?
어린애? 그건 또 왜?
그럴 테지, 그럴 테지. 어린애들은 너를 보면 당장 먹어 버릴테니까.....(53쪽)
밤
밤을 까 먹으려니, 자꾸만 시집 간 누나 생각이 나서 못 견디겠다. 쌍둥밤은 나누어 먹어야지, 혼자 먹으면 멧돼지가 된다던 누나 생각이 나서.....
쌍둥밤이 아니라도 똑같이 나누어 먹을 텐데.....
누나야, 오렴. 누나야, 오렴!(54쪽)
포도
푸른 구슬, 검은 구슬, 구슬치고는 너무 큰 구슬이다.
저 구슬을 잘 어울리게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 이 목걸이 참 멋지지? 이거 말이야, 내가 만들 거야."
이렇게 사진을 보이며 자랑해 보게.(57쪽)
'내가 읽은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같은 날은 없다/이옥수 장편소설/비룡소 (0) | 2016.06.09 |
---|---|
마션/앤디워어 장편소설, 박아람 옮김/RHK (0) | 2016.06.07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오마이북 (0) | 2016.05.17 |
꽃같은 시절/공선옥 장편소설/창비 (0) | 2016.05.11 |
교사는 수업으로 성장한다/박현숙/맘에드림 (0) | 2016.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