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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마션/앤디워어 장편소설, 박아람 옮김/RHK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이 책은 책보다 영화로 먼저 알게 되었다.

지난 겨울, 여행 파트너들과 미국 서부 여행을 했었다.

LA로 가서 사막에 세운 거대한 도시 라스베가스를 찍고

다시 위로 올라가서 낭만의 도시, 연인의 도시라는 샌프란시스코를 들러

다시 LA로 내려오는 긴 여정이었다.

거기에 대한 블러깅 자료를 많이 모아두었는데

언제나 그 내용을 올릴 수 있으려나.....ㅠㅠ


LA로 가는 12시간이 넘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세 편이나 봤다.

최신영화가 구비된 비행기 안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영화가 바로 이 책에 있는

'마션'이었다.

그런데도 보지 않았었다.

SF영화를 좋아하지 않기에, 이 영화도 그런 내용인 줄 알고 보지 않았다.

영화 표지에 눈에 익숙한 맷데이먼이 나와서 약간 끌리긴 했지만,

아직도 덜 컸는지 로맨틱 멜로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크게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그랬는데 딸이 이 책 그런 장르 아니라면서 읽어보라며 인터넷으로 시켜주었다.

역시나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너무 재밌었다.

598쪽이나 되는 긴 책을 이틀에 걸쳐 단숨에 읽었다.

책에 나오는 과학이나 기계의 원리, 화학의 원리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으나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승리를 이룬 한 편의 드라마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6명의 화상탐사선에 탄 사람 중 한 명이 불의의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게 되고

그가 처한 상황은 최악이다.

지구에서 그를 구하러 오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그가 가진 식량은 아무리 최소로 먹더라고 3/4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그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장기를 이용하여

물과 공기가 없는 화성에 감자를 키우고,

고장난 부속품을 하나 하나 고쳐 그만의 아지트를 만든다.


주인공 와트니를 구하기 위하여 지구인은 수십조의 예산을 쓰면서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와트니와 함께 처음 화성탐사에 나섰던 대원들은 400일이 넘는 동안을 지구 미아로

떠돌아야 하는 고독한 생활을 기꺼이 자처한다.

화성에 남은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미국과 소련은 손을 잡고,

와트니는 상상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과 어려움을 헤치고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이 소설의 처음과 끝에 일관되게 흐르는 정신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긍정의 아이콘으로 절망을 이겨낸 와트니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는 화성에서의 하루 하루를 기록하고 드디어 임무 687일째 구조된다.

절망의 상황에서도 그가 얼마나 똑똑하고, 또 얼마나 위트넘치며 긍정적인지 기록하여 보았다.


심지어 나는 밖으로 나가 대원들이 떠나기 전에 버려진 똥 봉지들을 도로 가져오기까지 했다. 이미 완전 건조되어 박테리아는 없지만 복합단백질이 있어 유용한 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물과 활성 박테리아를 더하면 순식간에 그 박테리아가 증식하여 '최후 심판의 변기'가 죽인 박테리아들을 대체할 수 있다.(33쪽)


62평방미터에서 400일(남은 식량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 동안 수확할 수 있는 감자는 대략 150 킬로그램이다. 칼로리로 환산하면 총 115,500킬로칼로리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는 하루 평균 288칼로리인 셈이다. 나는 키와 몸무게를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굶주림을 감수한다고 해도 하루에 필요한 최소 칼로리가 1,500킬로칼로리 정도이다. 어림도 없다. 그러니까 저 밭농사로는 한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수명을 늘릴 수는 있다. 그 정도면 76일을 더 버틸 수 있는 양이다.(39쪽)

이제 몇 가지 임무를 수행할 때가 왔다! (불길한 배경음 점점 크게)

나사는 각 임무에 신의 이름 따위를 붙인다.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이유로 로버 실험 작전은 '시리우스'작전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해했나? '개 작전'인 셈이다. 모르면 말고.(121쪽)

아, 동료들이 보고 싶다.

아아, 누구하고든 5분만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무슨 직이든 할 것이다. 누구하고든, 어디에서든, 무엇에 관해서든 상관없다.

나는 하나의 행성에 온전히 혼자 남은 최초의 인간이다.

아니야. 질질 짜는 건 그만하자. 어쨌건 나는 지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 이 기록을 읽는 사람과 말이다. 좀 일방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죽는다고 해도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는 알게 될 테니다. 젠장.(167쪽)

'지구가 곧 저물 것임. 이곳 시간으로 내일 아침 8:00에 통신 재개해야 할 듯. 우리 가족에게 내가 잘 있다고 전해주길. 대원들에게 안부 전달 요망. 루이스 대장에게 디스코 완전 구리다고 전할 것.(루이스 대장은 이 화성프로젝트 탐사원 6명 중 대장인 여자로, 음악이 든 USB를 남겨두긴 했는데 이것이 주인공의 취향과는 전혀 맞지 않아 짜증을 내고 있음. ㅋㅋ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런 위트와 재치가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겠지?)(198쪽)

"포겔이 폭탄을 만들고 있어."

"포겔은 미친 과학자예요! 차라리 제가 말한 아이언맨 방식이 나을 것 같은데요."

와트니가 말했다.

"그런 너무 위험해. 자기도 잘 알잖아,"

루이스가 대답했다.

와트니가 말했다.

"사실은 이기적인 이유에서 그러는 거예요. 고국에 추모비가 세워지면 제 이름만 올라갔으면 좋겠단 말이에요. 대장의 떨거지 무리 속에 끼어 있고 싶지 않아요. VAL을 폭파시키는 건 안돼요."

그러자 루이스가 말했다.

"정 그렇게 나온다면.....잠깐.......가만히 있어 봐.....내 견장을 보니까 내가 대장이었네. 가만히 앉아 있어. 우리가 데러러 갈 게."

"치사하게"(5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