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읽은 책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정성식/에듀니티


"종이교육은 그만하고 삶을 살아가고 싶다!"

속 터지는 교육과정에 던지는 속 시원한 돌직구

'배움'과 '삶'이 되는 교육과정을 위한 돌파구


다분히 도전적인 문구가 책 표지를 장식하는 이 책을 지난 겨울에 읽었다.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읽고 토론할 목적으로 구입한 책이었다.

책을 읽긴 했으나 토론을 해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아이들에게 죄짓는 교사는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이 책은 꽤 충격이었고, 깨달음을 주었다.

전라북도가 혁신학교의 모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멋진 선생님 정성식 선생님 화이팅이다.


필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자신의 혼을 실어 동료 교사에게 호소한다. "교사는 교육과정의 전문가이고 살아있는 교육과정의 실체이다. 그런데 교육과정 전문가의 자존심은 어디로 가고 언제까지 사설업체의 프로그램만 돌리며 위안으로 삼을 것인가? 진정한 위안은 예비교사 시절부터 우리가 꿈꾸던 살라있는 교육과정 전문가로 거듭나는 데 있다. 그 꿈을 다시 꿀 것인가? 말 것인가?"

-6쪽, 전라북도 교육감 김승환님의 추천사에서-



학교에서 교사가 하는 일은 업무분장표에 있는 일 말고도 참 많다. 교육과정은 들여다보면 담당자별로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이 일을 다 하면서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교사의 일을 덜어내는 것이 교육의 본질에 다가가는 길인데, 무엇을 어떻게 덜어낼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복잡해 보여도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학교에서 교사가 하는 수많은 일을 '교육'이라는 기준으로 접근해보면, 다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교육인 것

2. 교육이 아닌 것

3. 교육은 아니지만 해야 할 것

4. 교육을 위해 해서는 안 될 것


이 중에서 1. 교육인 것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주고

3. 교육은 아니지만 해야 할 것을 '인정'해 주면 된다.

그리고 2. 교육이 아닌 것과

4. 교육을 위해 해서는 안 될 것은 과감하게 '제거'하면 된다.(54쪽)

가지치기와 묶어주기는 고단한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넝쿨이 엉키고 우거져서 머루밭은 금방 엉망이 되곤 했다. 묵은 가지와 촘촘한 가지를 달고 있다 해서 열매를 더 맺는 게 아니다. 오히혀 열매의 성장에 방해가 될 뿐이다. 학교에서 이런 묵은 가지(교육)가 없을까? 앞에서 이야기한 '교육이 아닌 것'과 '교육을 위해 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묵은 가지에 해당한다. 이 묵은 가지를 덜어내는 가지치기가 바로 학교혁신이다. 결국, 학교혁신이란 학교에 새로운 것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빼내느냐의 문제이다.(55쪽)


교장이 바뀔 때마다 학교교육과정이 바뀌는 것은 '교육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맞지 않다. 집으로 말하면 가훈이 있으면 되고, 학교로 말하면 교훈이 있으면 된다. 굳이 학교장 경영관을 덧붙여 학교교육과정이 교장에 의해 좌우된다는 오해를 갖게 하므로 아예 이런 용어 자체를 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더 심각한 상황은 학교장 격영관이 학급교육과정에 그대로 복사되어 들어가는 경우이다. 학급교육과정에 왜 학교장 경영관이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가? 학급교육과정이라면 담임의 교육철학을 반영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법적 근거나 지침은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것만 담으려면 교육과정에서 빼내야 할 것이 참 많다. '학교장 경영관을 덜어내면 허전하다'는 것이 굳이 이유라면, 학교구성원이 합의한 학교교육목표나 교육공동체의 약속을 넣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68쪽)

교육과정 워크숍을 제대로 할 수 없을까? 여행도 좋지만, 학교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까? 할 것 하고 나서 자연과 사람과 어우러지면 더 좋지 않은가? 그러나 학교문화가 제대로 정착된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이런 분위기가 쉽지 않은 것이 학교의 속사정이다.


무엇보다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교사들의 인식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워크숍이라 이름 붙였다면 교육과정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어지 않은 거면 그냥 직원여행을 떠나면 된다.(162쪽)


교육과정 워크숍에서 학교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의례적으로 작성한 계획서에 담겨있는 그런 준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딱 한 가지만 더하면 되다. 바로 이야깃거리다. 이를 몇 개의 질문 형태로만 준비하면 충분히 이름값을 하는 교육과정 워크숍이 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몇 개의 질문을 얹어 액션 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충분히 그 이름값을 할 수 있다.


교육과정 워크숍에서 함께 나눌 이야기

-내가 출근하고 싶은 학교는?

-올 한해 교육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내년에 꼭 해보고 싶은 교육활동은?

-아이들에게 어떤 힘을 길러주고 싶은가?

-나는 어떤 교사로 살고 싶은가?(163쪽)

앞에서 가지치기의 예를 들며 학교에서 빼내야 할 것을 나열해보았을 때, 이런 교육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빼낸단 말인가? 공연히 빼자고 했다가는 나태한 교사로 찍히기 십상이다. 그러니 공감이 필요하다. 함께 빼자고 하면 특정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교육과정이 된다. 빼내는 과정이 바로 선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할까? 이 또한 액션러닝 기법을 이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1년 동안 교사가 한 일을 모두 포스트잇에 적어보자. 그런 다음 포스트잇을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고 스티커 투표를 해보자. 포스트잇의 내용을 보고 '교육적인 것'에는 파란색 스티커를, '교육은 아니지만 해야 할 것'에는 노란색 스티커를, '교육이 아닐 것'과 '교육을 위해 해서는 안 될 것'에는 빨간색 스티커를 붙여보는 거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사람들의 생각은 대부분 비슷하다. 같은 색상의 스티커가 같은 포스트잇에 붙는다. 이런 식으로 해서 빨간색 스티커를 많이 받은 것은 덜어내면 된다. 행사가 많다고 백날 뒤소리해야 줄지 않는다. 이렇게 빼내면 된다.


그래서 이런 행사들을 계절별로 특정 주간을 정해 한꺼번에 모아서 하기로 했다. 이름도 멋지게 지었다. '사계절 행복학교'하 크게 불렀고 계절에 따라 '봄행복학교', '여름행복학교', '가을행복학교', '겨울행복학교'라 불렀다. 계획서도 담당 교사들이 함께 모여 논의한 다음 풍의와 더불어 한 건으로 처리했다. 현수막고 크게 하나로 내걸었다. (181쪽)

어떻게 해야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를 일관된 맥을 갖고 이어갈 수 있을까?

공허함을 달리기 위하여 내내 이런 고민을 해왔다. 그러나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


가르침은?

-무한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프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의 삶을 보듬으며 내 삶이 다듬어지는 과정이다.


배움은?

-스스로 할 때 가치가 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참 배움이 일어난다.

-실패에서 훌륭한 배움이 일어난다. 실패를 비난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가는?

-점수를 따지고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

-삶을 살펴보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배움의 과정이며 아이의 성장을 돕는 일이다.

(225쪽)


"교사만큼 편한 직업이 어디 있나?"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나를 만나면, 종종 자신의 사람을 하소연하며 내게 이런 말을 던진다. 그래, 저도 사는 게 팍팍하다는 이야기일 텐데 이럴 때는 너무 매몰차게 몰아치면 안 되겠지. 그래서 그냥 넉살 좋게 웃어넘기며 한 마디를 건넨다.

"제가 한 번 학교 와서 살아봐라."

교사는 바쁘다. 하긴 현재를 상가나는 우리 중에 바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가만 보면 어른들만 바쁜 게 아니라 아이들도 온종일 바쁘다. 창의성을 키우자고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바쁜 사람들이 과연 이를 키울 수 있을까? 창의성은 심심할 때 노오지 않던가? 그런데 도통 우리는 심심할 겨를이 없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수업, 행정업부, 생활교육, 학급운영, 상담, 보충학습지도 등등 이 일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교사가 왜 그렇게 바쁜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2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