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밤산책을 나갔다가 익숙한 장면을 만났다
이름하여 시라시(실뱀장어의 일본식 이름)
양식업자들은 어린 실뱀장어를 잡아서 종묘로 사용한다.
필리핀 남쪽 깊고도 깊은 바다에서
부화한 시라시는 난류를 따라
중국으로, 일본으로, 우리나라로
밀려온다고 한다(필리핀 남쪽으로 추정하는 건 방송에서 나온 것)
최근의 과학기술로도
심해 한가운데서 부화한
뱀장어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아
아직도 양식할 수 없다는 물고기.
결국 어린 치어 즉 시라시를 키워
양식하면 몸에 좋다는 민물장어가 된다고 한다
시라시가 어디서부터 온 것이길래 봄이 되면 이곳 보성에 나타나는 것일까?
궁금해 하였더니 교장선생님께서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새롭게 해석하여 이태원 선생님이 쓴 <현산어보를 찾아서> 책을 가져다 주셨다.
검을 현이 두 개 있는 '자'라는 한자는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한 정약전이
흑산도를 뜻하는 '자'라고 표기한 것인데 이를 '현'으로 읽는 게 옳다는 뜻에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어쨌든 <현산어보를 찾아서>는 모두 다섯 권으로 된 긴 책인데
이 책 1권 332쪽에 보면 뱀장어의 산란에 대해서 자세히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보다 후대에 태어난 폴리니우스는 어린 뱀장어가 바위 표면에 벗어 놓은 어미 물고기의 피부 조각으로부터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18세기에는 뱀장어가 말의 꼬리털로부터 태어난다는 미신이 번졌다. 심지어 정약전이 <현산어보>를 집필한 후인 19세기 중 후반까지도 유럽에서는 소형 딱정벌레가 뱀장어의 진짜 부모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생겨나게 된 원인은 뱀장어의 특이한 산란 습성에 있다. 뱀장어는 일생의 대부분을 하천이나 개울에서 살아가는데, 이런 곳에서 잡은 뱀장어들은 모두 생식시관이 발달하지 않은 미성숙 개체들이다. 따라서 뱃속에 알이 들어 있을 리 만무하다. 생식기에 접어 들어 성숙하기 시작한 개체들은 알을 낳기 위해 먼 여행길에 오른다. 뱀장어의 산란장은 먼바다의 수심이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뱀장어는 산란장에 도착할 무렵에야 완전히 성숙하게 된다. 성숙하기 이전에는 알을 찾아볼 수 없고, 알이 생겼을 때에는 이미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버린 후이니 뱀장어가 '알을 낳지 않는 물고기'라는 오해를 받아온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으로부터의 긴 여행을 마치고 산란장에 도착한 어미 뱀장어는 바다 속에서 급히 성숙하여 산란을 마친 후 속절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태어난 뱀장어는 어미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뱀장어의 유생은 무색투명한 모습인데, 대나무 잎사귀처럼 납작하게 생겼다고 해서 댓잎뱀장어라고 부른다. 이러한 모양은 깊은 바다에서 해류를 따라 어미의 고향까지 쉽게 이동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강 하구에 도착한 댓잎뱀장어는 손가락 길이의 실뱀장어로 모습을 바꾼다. 실뱀장어는 이곳에서 한동안 민물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봄철 비가 오고 흐린 날이다 어두운 밤을 틈타 힘차게 강을 거슬러오르기 시작한다. 이맘때면 한간병에서도 투명한 실뱀장어가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성장한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 간을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깊은 바다로 되돌아간다.
(우리 나라와 일본에 서식하는 뱀장어는 대만이나 류큐 서쪽의 수심 3,000미터의 깊은 해역을 산란장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만키로를 헤엄쳐
여기 보성까지 오다니...
작지만 힘이 넘치는 시라시가 위대해보인다.
이제 막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늦은 밤이나 새벽잠을 아껴 치어를 잡으면
이맘때쯤의 쏠쏠한 용돈이 된다고 한다.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보름이 내일 이어선지 달빛이 환하다.
보름이 내일이어선지 달빛이 환하다.
마리당 1.500원에서 2,500원 사이를 호가한다고 하니
물속에 발담그는 수고로움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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