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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여권에 도장 찍으러 가는 길

<호주 멜버른여행> 세상에서 제일 작은 펭귄보러 필립아일랜드 왔어요

2014.8.13 오후 두시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인이 운영하는 필립아일랜드행 투어 버스를 타고 세상에서 제일 작은 페어리 펭귄을 보러갔다. 프린세스 역 조금 지나 접선 장소에 가서 기다리니 대부분이 한국인인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고 그렇게 모인, 열 명 쯤 되는 사람들이 봉고 크기의 차량에 탑승하여 필립아일랜드로 향했다.

 

어디서나 사생활 보호로 어디서 왔는지, 무얼 하러 왔는지 묻지 않는 게 대세인데 작은 봉고차에 타고 보니 가이드 겸 운전사 분이 묻는다.

"두 분은 친구세요?"

"아뇨, 자매예요."

"싸우지 않았나요?"

"아니, 왜 싸워요? 즐겁게 여행와서요."

 

현지 가이드를 오래 한 이 분의 말씀에 따르면 자매끼리 온 팀은 백프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랄 때의 모습만 서로 기억하기에 결혼 이후 서로 부대낌이 별로 없었던 자매는 그동안의 변화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 싸움이 된다고 한다.

"저흰 무려 7살이나 차이가 나는 자매라서...싸우면 안되지요."

"친구처럼 보이는데 그렇게 차이가 많나요?"

이 아저씨, 사람 기분 좋게 하네. 하하. 어쨌건 7살을 건너 뛸 수 있다는 건 대단히 즐거운 일. 동생에겐 쬐끔 미안하지만....(실제로 동생은 그 아저씨 사람 보는 눈 없다고 펄펄 뛰었음.ㅋㅋ)

 

저 바다를 쭉 가면 남극에 닿는다고 했다. 세상에 남극이라니.....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우리 나라 제주도 해변이 생각났다. 검은 돌들이 가득해서...

 

마침 뉘엿뉘엿 해가 지는 중이었다. 바다로 나간 펭귄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려면 밤이 되어야 한댄다.

 

 

안에 든 것이 페어리 펭귄 새끼인 모양이다. 보기는 하되,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했다.

 

곳곳에 페어리펭귄의 집이 보인다. 이곳은 페어리펭귄을 연구하는 연구소까지 있는 곳이라고...

 

 

 

 

기념품 샵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페어리펭귄 인형이 많았다.

 

 

조금 더 어두워져서 축구장 관람석처럼 생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니나다를까 바다를 헤치고 육지로 걸어오는 펭귄이 보였다. 날씨는 점점 추워졌다. 그럼에도 멀리 점으로만 보이던 펭귄들이 가까워졌다. 그 수는 수 천 마리가 될 듯 보였다. 사진을 찍어서도, 후레쉬를 터뜨려서도 안되기에 오직 눈으로만 관람이 가능했다. 굳이 찍는다면 후레쉬를 터뜨리지 않고 찍을 수도 있겠으나, 하지 말하는 일을 다른 사람 눈 속여가며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서 길을 따라 나오며 보니 수백 마리의 펭귄의 그들의 어미와 혹은 그들의 친구와 무리지어 걸어오는 모습이 지척으로 보였다. 우리를 비롯한 수 백명의 사람들이 발소리도 죽여가며 그 광경을 지켜보며 걸었다. 사람도 펭귄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여기까지 온 보람이 느껴졌다. 한 두마리의 펭귄을 보는 것이 아닐까....우려했던 것과 달리 그것은 수 천 마리를 됨직한 대규모 펭귄의 이동이었다.

 

뒤뚱뒤뚱 걷는 작고 앙중맞은 펭귄을 남극과 연결된 이 바다에 와서 보게 되다니....다시 긴 시간이 걸려 멜버른 숙소에 돌아오니 밤 9시가 되었더라. 오늘은 긴 하루였지만, 자유여행의 묘미를 맘껏 느낀 하루여서 보람찼다. 좋다. 이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