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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생태수도 순천

[순천여행] 순천왕지 보물커피숍 아띠

 

 

그날 오후에는 윈톤 켈리의 피아노가 흘렀다.
웨이트리스가 하얀 커피잔을 내 앞에 놓았다.
그 두툼하고 묵직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일 때 카탕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났다.
마치 수영장 밑바닥으로 떨어진 자그마한 돌멩이처럼,
그 여운은 내 귀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나는 열여섯이었고, 밖은 비였다.

그 곳은 항구를 낀 아담한 소도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늘 바다냄새가 풍겼다.
하루에 몇 번인가 유람선이 항구를 돌았고,
나는 수없이 그 배에 올라타
대형 여객선과 도크의 풍경을 질리지도 않고 바라보곤 했다.
설사 그것이 비 내리는 날이라해도,
우리는 비에 흠뻑 젖어 가며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항구 근처에 카운터 외에는
테이블이 딱 하나밖에 없는 조촐한 커피집이 있어,
천장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는 재즈가 흘러 나왔다.
눈을 감으면 깜깜한 방에 가두어진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찾아왔다.
거기엔 언제나 친숙한 커피잔의 온기가 있었고,
소녀들의 보드라운 향내가 있었다.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커피맛 그것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내 앞에는 저 사춘기 특유의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이 있고,
거기에 커피를 마시는 내 자신의 모습이 또렷하게 비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의 배후로는 네모낳게 도려내진 작은 풍경이 있었다.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듯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그것은 또한 아담한 소도시에서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해 가기 위한 은밀한 기념사진이기도 하다.
자, 커피잔을 가볍게 오른손에 쥐고,
턱을 당기고, 자연스럽게 웃어요……. 좋았어, 찰칵.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 중에서>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이 엄청나다고 한다. 지난 해 통계에 의하면 일인당 341잔으로 전년도 298잔이었던 것에 비해 14.4% 늘었다고 한다. 일 년간 커피 시장이 5조 4000억원이나 된다고 하니 바야흐로 '커피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하루를 커피로 시작하여 커피로 마감하는 나같은 사람은 앞에 나온 수치를 엄청나게 넘어서는 커피를 마신다.

 

  한때는 일회용 스틱 커피가 최고의 커피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재작년에 모셨던 교장선생님께서 만들어주셨던 핸드드립 커피의 맛을 안 이후로는 원두커피만 마시고 있다. 문제는 입에 맛는 콩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우리 동네 커피숍 '아띠'를 다녀온 이후 나를 비롯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뜻한 이 커피의 광팬이 되었다.

 

'아띠'커피숍은 순천 드라마촬영장 부근에 있다. 5가지 커피를 섞어 이 커피숍만의 고유 브랜드인 '다채로움'을 만들어 팔고 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이 커피숍은 <커피가 있는 풍경>이라는 책에도 소개된 곳이다. 그 책에는 전국의 12개 커피숍을 소개하고 있는데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이 커피숍이 소개되어 있다. 한 달에 한 번은 재즈, 피아노, 기타 등의 뮤지션과의 문화공연도 하고 바리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을 모시고 강연도 하는 곳이다.

 

내가 커피콩 사러 갈 때마다 마주치곤 하는 어떤 선생님이 그랬다. 우리 동네 왕지에 이 커피숍이 있는 것만으로도 동네의 격이 한 단계 격상되었다고.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커피숍이란다. 늘 눈팅만 하다가 오늘은 여러 사람에게 소개해보자고 포스팅을 한다.

 

 

기본 아메리카노 3,500원으로 여타의 다른 커피숍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테이크 아웃 커피는 1,000원 할인하여 2,500원이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통유리가 전면에 배치되어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인다는 것.

시원한 눈맛은 있으나, 사생활 보호가 안되어 불편하기도 하다는 점.

 

커피콩을 볶는 곳.

 

정갈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

맛있는 커피는 여기에서 탄생.

 

판매하는 곳.

 

우리가 즐겨 사는 1kg커피가 보인다.

1kg 한 봉지에 45,000원이니 그리 싼 건 아니다.

일 년이상 구매한 단골이지만 깎아주지는 않는다. ㅠㅠㅠ

 

물만 부으면 바로 되는 일회용 커피

가격은 사진에 잘 나와 있다.

여행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 빵도 매력적이다.

가격 대비 만족할만하다.

더구나 몸에 좋게 여타의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았다고 하니 더 좋다.

단맛이 가미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빵 맛이 일품이다.

커피랑 같이 잘 어울리는 빵이다.

담백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맛있어요.

 

2000년부터 매년 9%의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전문점이 한 집 건너 생기는 요즘이다.

이디야 1,100여개, 카페베네 944개, 엔제리너스 926개의 가게를 가진 공룡 체인점 속에서

이런 작은 커피점이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살아남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이랴?

그러나 또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독보적인 행진을 이어가는 아띠 커피숍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커피는 생산지, 품종, 볶는 정도, 물의 온도 등에 따라 같은 콩이지만 다른 맛을 낸다.

그 각각의 맛과 향을 살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아띠 커피숍의 발전을 응원해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