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추억을 쉽게 허물거나 부셔버리곤 합니다.
그 안에 어스름히 남아있는 웃고 울었던 기억은 길을 잃은 채 사라져 갑니다.
재생은 기억의 향수를 다시 살리는 작업입니다.
잊혀졌던 웃음소리를 다시 들리게 합니다.
현 카페 '티움'건물은 1928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로 허물고 새로이 지을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순천의 원도심을 살리기 위하여 원래 모습을 간직한 건물로 되살렸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에겐 구멍가게였고,
삶의 무게가 제법 쌓인 어른들에겐
아픈 곳을 치료해주던 의원집인 이 곳.
아직도 이 곳에는 당신의 기억이 나무의 숨결
마디마디에 숨쉬고 있습니다.
(카페 티움 홍보물에서 발췌)
티움의 외관 모습이다.
언뜻 보면 허름하고, 언뜻보면 나름 멋스럽다.
외관이 주는 분위기에 끌려 들어갔더니
위의 사연이 숨어있었다.
일명 <도시재생시범 주택 제 1호>로 선정된 건물이란다.
문화재생연구가 김정진의 기획, 이야기현상소 신수진의 디자인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구도심 한 복판, 중앙시장 맞은편 골목,
더 자세히는 순천 문화의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티움이 지어질 당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벽을 장식했다.
화분처럼 보이는 이건 모두 양초
딸래미가 욕심내기에 하나 구입.
세계 여러 나라 차가 모아져있다.
여긴 세계 여러 나라 도자기
구석구석 주인장 윤지희씨의 애정어린 손길이 묻어있다.
넉넉한 주인장의 뒷모습 ㅋ
찻잔도, 차 항아리를 싼 보자기도 귀엽고 앙중맞으며
주인장의 정성이 담겨있다.
커피가 이리 이쁜 차보자기에 담겨 나오는 거 보셨나요?
도시재생시범주택 1호 <티움>
1928년부터 1945년까지는 상가주택이었고,
1945년부터 1961년까지는 평화의원
1961년부터 1965년까지는 순신의원
1965년부터 1975년에는 화신 목공소
1975년부터 2013년까지는 문화세탁소
2014년 12월부터는 카페 티움.....
이걸 쓰다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다.
평화의원....
둘째 딸아이 어려서부터 유난히 병치레가 심해
평화의원이 단골병원이었다.
그 평화의원의 시작이 이곳이었다니 .....
딸 아이가 다니던 평화의원 자리는 이곳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병원을 하다가 이전했나보다.
그러나 그 의사 선생님만은 그대로일 것이다.
딸 아이 다니던 그 시절
순천에서는 드물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온 분이셨다.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고,
여든이 넘었기에 할아버지 의사선생님이셨다.
젊은 선생님, 시설이 좋은 병원이 들어서면서
평화의원은 순천의 오래된 토박이들만 다니는
작은 병원이었다.
병원을 들어서면 낡고 긴 나무 의자가 놓여있고,
진료실과 대기실 사이에 그 흔한 문 하나도 없었던 곳.
간호사도 한 명, 의사 선생님도 한 명.
특이한 건 의사선생님이 손수 주사도 놓고,
약도 지어주셨었다.
그 평화의원의 흔적을 여기서 만나다니....반갑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오래된 인연이 그렇고,
오래된 건물이 그렇고,
오래된 책이 그렇다.
간혹은 이곳에 들러 오래된 인연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차를 마시고 싶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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