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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풀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모자

어려운 때다

"잡초처럼 강하게 살자."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밟히고 뽑히고 베이면서도 다시 일어나 자라는 잡초! 우리는 그런 잡초를 보고 '강하다'고 느낀다. 그것이 사실일까?

 

  뜻밖에도 본래 잡초는 결코 억센 식물이 아니다. 억세기는커녕 오히려 연약한 식물이라 불러 마땅하다.

  약한 그들이 굳세게 살고 있는 비결, 그 키워드는 놀랍게도 '역경', 곧 견디기 힘든 환경이다.

 

  잡초들의 삶의 환경은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될 만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밟힌다거나 차인다거나 뽑힌다거나 베인다거나 하는 온갖 곤란한 일이 뒤를 이어 그들을 덮쳐 온다. 그래도 잡초는 그곳에서 도망을 칠 수가 없다. 그곳이 아무리 좋지 않는 환경이더라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마쳐야 한다.

  그런 숙명을 안고 잡초는 살아간다.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도인처럼 잡초는 살아간다. 어떤 환경에 놓이든 도망치지 않는다. 다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는 역경 속에서 아름답게 자신을 꽃피우는 방법을 몸에 익힌다.

 

  '이름 없는 꽃'이라며 사람들은 잡초를 멸시한다. 그러나 이름 없는 풀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모를 뿐이다. 잡초는 모두 자기만의 이름과 아름다움과 특성을 갖고 있다. 다양하고 또 생기에 차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사는 잡초 가운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50가지를 골라 그들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사는지, 정색을 하고 살펴보고자 한 것이 이 책이다.

잡초의 삶도 사람과 다를 바 없다. 큰 야망을 품은 잡초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게 작은 크기로 살기를 꿈꾸는 잡초가 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하고 곤경에 빠지기도 한다. 자기만의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크게 성공을 하기도 하고, 밑바닥을 기면서도 행복한 잡초도 있다. 경쟁이 싫어서 사람의 발에 밟히는 고생을 참아가면서 홀로 사는 잡초도 있다. 그래서 '이건 잡초가 아니라 마치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잖아!'하는 느낌을 받는 독자도 많으리라.

 

  잡초는 돌봐 주는 사람 없이 살아가야 한다. 돌보는 사람은커녕 핍박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다. 그러므로 잡초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역경에 끊임없이 마주 서는 강인함이다. 잡초는 말하자면 식물 세계의 하층민이다. 인도식으로 말하자면 불가촉천민쯤 되리라. 버려져 있는 풀이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잡초의 삶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우게 되리라. 역경에서 오히려 강해지는 것은 결코 잡초만이 아닌 것이다.

 

  옛날이야기 가운데 '남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모자'라는 게 있다. 그 모자를 쓰면 새나 짐승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다는 내용인데, 여러분 또한 이 책을 통해 잡초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 '모자'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나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잡초 50가지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하기로 한다.

 

2015년 6월 첫날, <풀들의 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지은 책의 서문에서 옮겨 쓰다.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셨다. 교장선생님은 마치 또 다른 나를 보는 듯 세상을 보는 생각이 나랑 닮아있어서 참 신기했다.  그 중 한가지가 책을 좋아한다는 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닮은 듯 많이 다르기도 했다. 문학서적을 즐겨읽는 나에 비해 전공과 연관있는 교육서적을 즐겨 읽으신다. 읽고 내 마음에 쌓아두고, 몇 년이 지나고 보면 그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해지는 나에 비해 교장선생님은 오래된 독서감상문이 여러 권 있을 정도로 책을 읽고 기록을 해두는 편이다. 교장선생님이 보여주신 오래된 독서감상문집 한 권을 보여주실 때는 참 부끄러웠다. 세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책을 놓지 않는 편이었음에도, 그리하여 내 마음의 정신세계를 윤기나게 닦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녹이 탱탱 슬게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살았건만 세월을 자랑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쓰인 교장선생님의 공책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간혹 교장선생님이

"이 책 읽어보셨어요?" 여쭐 때면

대부분의 책이 읽어보지 않은 책이어서 부끄러웠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공부하기 좋아하는 교장선생님을 모신 동안 열심히 공부하리라 맘먹고 평소 사 두기만 하고 잘 읽지 않던 교육도서, 그리고 인문학 도서를 몽땅 읽고 있는 중이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

서문을 읽다 보니 어찌나 좋은 지 여기 이렇게 베껴 쓰고 있다.

얼른 이 책을 읽어버리고 싶은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