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1일
오늘은 유치원 귀염둥이들을 따라 학교에서 2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제암산 자연휴양림으로 숲체험을 다녀왔습니다.
전교생 40명이 채 되지 않는 우리 학교에서
유치원 아이들만 17명이나 됩니다.
3월에는 19명이나 되었는데
두 명이 이사가고 남은 아이들도 이렇게나 많습니다.
이 아이들이 바로 우리 학교의 희망이자 보배들인 셈이지요. ㅎㅎ
제암산은 전라남도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장동면 경계에 있는 산입니다.
높이 779미터, 곰재산이라고도 하죠.
웅치면으로 이어지는 남동사면은 완경사를 이루고
나머지 면은 급경사를 이룹니다.
서쪽 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탐진강으로 유입되고요.
넓은 풀밭으로 이루어진 산정에는 3개의 바위가 있는데,
주위의 낮은 산과 암석들이 이 바위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제암이라 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네요.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암산 자연휴양림에서는 학기초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숲체험 신청을 받아 한 달에 한 번씩 운영합니다.
우리 학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 하고 있고요.
아이들 밖에 나가면 손도 많이 가고,
위험요소도 있고,
인솔하는 교사의 힘이 배로 들어
나기기 꺼리는 선생님이 많지요.
우리 학교만 해도 이제 막 5살 된 아이들이 2명,
6살이 7명, 7살이 8명으로 이루어진 혼합반이라
그 부담이 만만치 않거든요.
그런데도 이렇게 밖에 나오는 우리 학교 선생님은 참 대단합니다.
작년에 몇 번이나 따라오고자 했으나 그때마다 이런 저런 학교일과 겹쳐
나올 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오늘 기회를 잡았습니다.
해설사 선생님을 따라가는 병아리들.
참새떼처럼 이쁘지요?
해설사가 보여주는 풀꽃을 보고 공부해갑니다.
사월의 숲은 푸르름 그 자체입니다.
이제 막 돋기 시작한 연두빛 새순들이 꽃보다 아름답네요.
큰개불알꽃
제비꽃
할미꽃
떨어지는 벚꽃 아래 섰습니다.
연한 벚꽃 잎을 뺨이나 이마에 붙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비도 되고, 꽃도 됩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리멀리 퍼집니다.
다음 활동으로는 팬지꽃 심기입니다.
어떻게 심는건지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먼저 듣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한 사람씩 돌아가며 팬지를 심습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준 후
"팬지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렴."
팬지가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덕담도 해 줍니다.
내 차례는 언제 오나?
기다리는 귀염둥이들.
다시 입구를 돌아나오니
제암산 시비가 보입니다.
제암에 올라
안정환
어릴 적 할아버지 그림자 같은 산
타향을 돌고 돌다 이십여년 전
낯선 등산객 되어 찾아 오르니
왕바위는 그대로 앉아 있었네
햇빛 달빛 별빛 다 받아 먹고
눈 비 서리 이슬 세수하고
천둥 구름 바람 안개 벗삼아
그대로 그자리 앉아 있었네
꿈많던 소년시절 어느 여름 밤
바위 굴에 누워 별 헤던 친구들
왕비위는 그대로 말없이 앉아
하얀 억새손만 수없이 흔들었네
반대편 숲을 오르니 물가에 핀 금낭화가 먼저 반깁니다.
여름철에 아이들 물놀이 하기 좋게 되어 있네요.
안에는 마루평상이 있고, 둘레를 쌓은 산막이 보이네요.
여름 한 철, 물놀이 즐기고 낮잠 한 숨 자면 세상의 근심도 시름도 저 멀리 물러날 듯
신선이 따로있나요?
이제 막 새순 돋기 시작하는 연두빛 세상 속으로
들어갑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7살짜리들이 5살 꼬맹이들을 돌보아 줍니다.
꽃길도 걷고.
야영장도 지나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겁나게 좋아하는 놀이터에 왔어요.
꽃으로 둘러싸인 놀이터에서
꽃보다 고운 우리 아이들이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입체놀이기구도 탑니다.
아, 참 좋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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