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정말이지 계획대로 살아지는 게 아니다. 그때 나는 전교생 57명의 작은 섬에 살았었다. 나는 한때 내 큰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을 한 적이 있다. 일 년동안 담임이 네 번이나 바뀌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자청해서 담임이 되었었다. 아이들 죽어라 가르치다가 내 딸 아이 버리겠다 싶은 생각도 있었다. 4학년 5명 아이들의 담임이 되어 일 년을 살았다. 남자 아이 셋에 여자 아이 둘이었다. 남자 아이 한 명이 전학을 가는 바람에 4월부터인가는 단 네 명을 데리고 수업을 해야했다.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그 이름들. 대필이, 인영이, 보람이 그리고 우리 딸아이....일 년이 지나고서는 담임한 것을 후회했다. 내가 좀 더 나이를 먹었더라면 절대로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텐데...서른 중반의 나는 그때 너무 부족하고 어리석은 부모였다. 일 년 내내 내 아이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내 눈 안에 있었고, 그건 그 아이에게 결코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숨쉴 수 없이 무거운 상황이었겠다. 이제서야 후회가 된다.
그래도 그 딸아이는 초등학교는 네 번이나 졸업한 끝에 무사히 졸업도 하고 이제 이십대 중반의 어엿한 아가씨가 되었다. 물론 착하게 잘 자랐다. 이번에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투자한 만큼 여행기로 받겠다고 했더니 아주 재미나게 여행기를 잘 써 주었다. 이대로 사장시키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나는 내 블러그에 공개하여 오래오래 보관하고자 한다.
담임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쓰는 기행문
: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보고서
화정초등학교
4학년 1반 ○○○
담임 : ○○○
여행이야기가 나온 것은 몇 달 전. 올해는 가족여행을 가자! 했던 우리 가족의 말이 ‘큰이모도 같이 가자’, ‘할머니도 빠질 수 없지’, ‘그럼 작은이모도!’가 되며 15명의 거대한 외갓집 식구들과의 여행이 되었다. 우리가족 5명의 오붓한 여행을 기대했던 나는 약간 실망했지만, 언제 이렇게 여행을 가보겠냐는 생각에 날짜가 다가올수록 하루하루 마음이 설랬다. 큰이모의 주도하에 예약이 이루어졌고 관광보다는 휴양을 바라며 목적지는 푸껫이 되었다. 단체카톡방에서 여권, 준비물 등을 꼼꼼히 챙기고, 수다 떨며 어서 빨리 떠나기를 고대했고 그렇게 3박5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1월 17일 떠나는 결전의 날. 며칠 전부터 병원 때문에 서울 집에 와있던 도은이와 신나게 놀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준비를 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잠도 안 오기도 했지만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지. 넉넉할 거라 생각하고 준비했던 짐 싸기도 은근히 오래 걸리고, 샤워에 때까지 밀고 나오자 부랴부랴 나갈 시간이 다 되었다. 허겁지겁 나와 택시 타는 곳으로 가니 어디서 많이 본 남자애가 삼선 슬리퍼를 신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어렸을 때는 정말 예뻤는데 왜 가면 갈수록 같이 다니기 창피해지는지.. 속상했다. 그렇게 속상한 마음을 안고 나, 도은, 현우는 범계에서 출발하는 공항리무진 5시 첫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도은이가 스페인으로 떠날 때 와보고 1년 후에 오는 인천공항. 도은이 보낼 때는 도은이가 겁에 질리고 혼자 떠나는 게 불쌍해서 나까지 우울했었는데, 다 같이 떠나는 오늘은 너무도 신이 났다. 보고 싶었던 가족들도 모두 만나고 그렇게 우리는 타이항공 8시 비행기를 타고 푸껫으로 떠났다. 요즘 하도 비행기사고가 많아서 살아서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타이항공 비행기는 생각보다 좌석도 넓고 음식도 맛있었다. 그렇게 기내식도 먹고 한 시간쯤 흘렀을까? 현우와 게임을 하다 함께 잠이 들었다. 그러곤 쿨쿨 자기를 몇 시간. 눈을 떠보니 어느새 비행기는 태국 상공이었다. 7시간 비행이라 지루할거 같았는데 역시 아무데서나 잘 자는 잠탱이 가족들에겐 껌이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나눠주는 빵을 또 먹고.. 우리의 비행기는 무사히 푸켓에 착륙했고, 무사귀환을 축하하며 우리끼리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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