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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여권에 도장 찍으러 가는 길

대만여행 둘째날(화련 태로각협곡 탐방)

2015년 1월 6일(화요일)

 

  대만여행 둘째날 여정은 세 시간 기차를 타고 화련으로 내려가는 일로 시작됐다. 여행에는 날씨가 반인데 어제도 오늘도 날씨는 좋다. 다행이다. 대만 사람들은 중국인에 비해 조용하다더니 기차칸도 아주 조용하다. 기차에서 내린 후 고구마처럼 생긴 대만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타고 태로각협곡을 여행하였다. 맨 처음 들른 곳은 이 도로를 건설하다가 숨진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었다는 '장춘사'다.

 

 

 

 

웅장한 대리석 절벽으로 이루어진 태로각협곡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자랑하는 경이로운 자연의 선물로 아시아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고 안내지에는 소개되어 있다. 나의 답을 글쎄요~~다. 그랜드캐년을 아직 가 보지 않아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곳은 아니였다. 제비가 많다고 하여 이름붙여진 연자구, 장개석 총통이 어머니를 생각하여 만들었다는 자모교와 자모정도 기대이하였다.

 

 

 

 

대만에서 유명하다는 옥공장을 둘러보았다. 옥공장이 무슨 파르테논 신전처럼 으리으리한데다 그 규모 또한 박물관 만큼이나 커서 과연 그만큼 팔리는 지 의문이 들었다. 대만인들은 숫자"8"을 좋아한다고 한다. 또 "피사"라고 용의 머리, 봉황의 날개, 말의 몸, 기린의 다리를 한 상상의 동물을 집이나 가게 입구에 세우는 걸 좋아한다. 피사는 입은 있지만 항문은 없기에 재물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기지는 않기를 바라기에 이런 동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아래 사진처럼 큰 피사는 만져도 되지만 진열대 위나 가게 계산대 위 등에 놓인 작은 피사는 그 집의 재물을 빠앗는다는 의미가 있기에 함부로 만지면 안된다고 한다. 같은 피사인데.....ㅋㅋ

 

 

 

 

단단한 대리석과 옥으로 깎은 피사를 보면서 대박을 꿈꾸고, 부자를 소망하는 인간의 욕망은 세상 어느 곳이나 매 한가지라는 걸 새삼 느낀다.

 

이른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김훈의 '자전거 여행 1'을 읽었다. 간결하고 절제된 문체 속에 임진왜란의 참혹함을 섬뜩하게도 그려냈던 '칼의 노래'로 익히 내가 잘 아는 작가이다. 수필집은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지난 12월 '책은 도끼다'를 쓴 박웅현 님의 글을 읽다 보니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었다. 귀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눈으로는 김훈의 책을 읽노라니, 이국에서 즐기는 망중한의 이 시간이 행복해졌다. 느릿느릿 밤기차에 앉아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선물에 감사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