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후 일 주일간의 근무를 마친 후 대만여행에 나섰다. 2015년 1월 5일 오전 11시 5분 부산에어 비행기를 탔다. 기내에서 주는 새우볶음밥으로 간단한 요기를 한 후, 1시간 50분 만에 대만 타오위엔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피지에서 8년, 대만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이쁜 홍가이드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맨 처음 들른 곳은 서문정거리였다. 서문정 거리는 타이페이시의 대표적인 번화가로 젊고 활기찬 기운이 넘치는 곳이다. 한국의 명동을 방불케 한다는 데....글쎄~~~ 좁고, 낡은 건물 사이에서 하나도 신기할 것이 없는 물건을 파는 상점들, 망고빙수가 맛있다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먹었지만, 별로 맛이 없다. 타피오카 열매를 넣어 만들었다는 음료의 바닥에는 맛은 떡맛이지만, 목넘김은 개구리알을 넘기는 듯 하여 그 역시 맛있는 줄 모르겠더라.
대만은 정찰제다. 중국처럼 바가지 쓸 일은 전혀 없다고 한다. 서문정거리 역시 정찰제인데 곱창소면이나 닭은 얇게 저며 튀겨주는 치킨돈가스, 땅콩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뒷골목을 지나다가 고양이만한 쥐 두 마리를 본 것, 집의 외관을 꾸미거나 치장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는 대만 사람들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긴 했지만, 시내 한 복판에 있는 건물치고는 너무나 낡은 건물이 많은 건물들 사이에서 아이쇼핑 하기에도 피곤함이 가득 느껴진다.
그들의 검소함이 잘못된 걸까? 우리의 지나친 화려함이 잘못된걸까? 어느 것도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는 것이겠지. 그것이 바로 그 나라의 문화이니까...
두번째로 들른 곳은 내전과 항일운동시 전사한 군인과 열사의 영령을 모시고 있는 충렬사다. 이곳에서 매 시간마다 열리는 위병교대식이 본 만 하다고 하는데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볼 수가 있었다. 느리게 한 발자욱씩 걷는 그들의 절도있는 걸음을 보면서, 절로 숙연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이 역시 이국의 색다른 풍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였다.
다만 사진에서 보이는 정문을 지키는 저 군인의 깜박임도 없는 눈동자를 보는 게 약간은 신기하였다고나 할까?
세번째로 들른 곳은 국립고궁박물관,
이곳은 지난번 '꽃보다 할배'에서 처음으로 안을 개방하여 유물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곳곳의 안내원들이 보는 관계로 단 한 장의 사진도 건질 수 없었다. 1965년 개관한 고궁박물관은 런던 대영박물관, 파리 루브르박물관, 뉴옥 메트로폴리스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과 함께 세계 5대 박물관으로 불린다고 한다. 국민당정부 장개석 총통이 대만으로 이동할 때 자금성 안의 물건 60만점을 이동하여 가져온 것으로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3개월마다 바꾸어서 전시를 하는데, 다 전시를 하려면 30년이 걸린다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진기나 음료수, 가방은 반입금지 물품에 해당된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것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합친 말이 "돼지고기 김치찌개"란다. 김치찌개에 꼭 들어가는 비취로 깎은 배추, 솥단지 모형의 모공정, 그리고 돼지고기 모양의 돌 이 세 가지를 합쳐서 외우기 쉽게 이르는 말이다.
저녁을 먹고 오늘 일정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101타워전망대에 올랐다. 101타워는 B1~5층까지의 쇼핑몰, 89층의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89층 전망대까지 37초만에 올라가는 정말 빠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대만의 야경을 구경하였다.
대만의 야경도, 태국 방콕의 야경도 아름답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은 서울 야경이란다. 오후 8시 무렵 한강변 차들이 적당히 막혀 있을 때, 남산타워에 올라 보는 야경의 불빛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니, 조만간 한 번 올라갈 볼 일이다. ㅎㅎ
이 전망대에서 기억하고 싶은 건 지진이 많은 대만의 특성상 이런 높은 건물을 어떻게 지었을까? 의문이 생기는 데 그 해답은 바로 아래 기구란다. 660톤의 이 추를 달아 지진에도 끄덕없는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우리보다 훨씬 잘 살던 나라였다는데 중국의 위세에 눌려 최근 십 년은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급부상한 중국 덕분에 독립된 나라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대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모습도, 거리의 풍경도 우리와 너무 닮아 신선함은 덜하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늘 우리는 설레이게 한다. 대만의 첫 날이 이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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