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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여권에 도장 찍으러 가는 길

인도여행기 9탄

 

새벽 비행기를 타고 내 나라 내 땅으로 (9: 824)

 

 

 

한국행 새벽 120분 출발 아시아나 항공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었다. 엔진이 3개나 달린 점보 여객기인데도 자리가 꽉 찼다. 거의가 인도인이다. 한국인은 드문드문 보인다. 괜히 걱정이 된다. 행동이 느리고 웬만한 일엔 화를 내지 않는 인도인을 9일동안 봐 온 탓이다. 작은 얼굴에 눈만 껌벅이고 있는 이 사람들이 모든 걸 빨리빨리로 처리하는 우리 나라에 쉽게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가슴이 꽉 막힌 듯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은 기우임이 밝혀졌다. 인천 도착하여 짐을 내리는 과정에서 질문하고 보니 이 사람들 대부분은 몽골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인천 공항에 잠시 머문 것이라고 한다. 인천이 종착지인 인도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괜히 내 일처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고 보면 인도인의 성정과 우린 많이 다른 모양이다. 불과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잠깐 그네들의 생활을 엿보았을 뿐인데도 이다지도 걱정이 되는 걸 보면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좀 더 인격적이고 따뜻한 대우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내 나라다. 오늘은 하루가 21시간 30분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 버스로 이동하여 만 24시간만에 순천에 도착하였다. 지방 소도시에 사는 이의 애환은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어떠랴? 시속 60밖에 내지 못하고 딱딱한 의자에 에어컨도 잘 들어오지 않는 미니버스로도 하루 6-7시간을 거뜬히 강행군 했는데 이걸 못 견디랴? 넓고 쾌적한 실내, 빵빵한 에어컨, 다리를 펼 수도 있고, 누울 수도 있는 우등고속인데 말이다. 너무나 당연했던 일상들이 고마움으로 다가온다. 눈부신 초록이 빛나는 창 밖 풍경도 그림처럼 아름답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며, 잘 세차된 중대형의 승용차의 물결도 아름답기만 하다. 깨끗한 거리에 거리를 활보하는 모델처럼 이쁜 사람들, 내 나라 내 땅이 이리도 아름다웠구나.

 

이번에 우리가 돌아본 인도는 북인도의 일부분일 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뭄바이나 콜커타, 그리고 히말라야 트래킹을 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여행의 가치를 일찍이 간파하고, 휴가를 몇 달씩 쓰는 서양인들의 여행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휴양지를 찾아 좋은 걸 보고, 맛난 걸 보고, 재미있는 취미활동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게 대세였다고 한다. 허나 지금은 오지 탐험이나, 트래킹 등을 하면서 몸을 혹사시키는 여행을 선호한다고 한다. 힘든 상황을 맞고, 어려움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것, 함께 여행한 사람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는 것, 그리고 우리같은 교육자는 아이들을 다시 사랑하고 인내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견문을 넓혀 그걸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 등....

 

우리 나라도 일년이면 해외 여행객 천만 명 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의 1/5이 해외를 한 번 이상 나간다는 말이다. 굴뚝없는 산업, 관광에 대한 무역 수지 적자가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여, 공항 게이트에 빗장을 내 걸 수는 없지 않는가? 아프리카 오지에 우리 나라의 휴대폰이 울려 퍼지고, 인도를 달리는 차의 30%가 우리 나라 차인 것처럼 이제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는 우리 나라 사람을 살펴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때,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라남도 교육청이 실시하는 테마중심 국외 체험연수는 매우 시기 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때, 평균 25년의 교육경력의 전부를 전남에서 근무한 본 연수단원에게 주어진 이번 여행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산골 오지에서, 하루에 한번밖에 여객선이 닿지 않는 10명 미만의 전교생이 전부인 낙도에서 젊음을 저당잡힌 채 2세 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전남의 교사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