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로 이동, 간디 화장터와 연꽃사원을 보고 공항으로 이동(제8일: 8월 23일)
어제 저녁에 과식한 탓인지 아침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그저께부터 배탈이 나서 음식을 거의 들지 못하고 있는 정선생님과 소화불량에 걸린 나, 환자가 둘이 생겼다. 델리까지 갈 길이 먼데 걱정이 된다. 고속도로를 6시간 달려 델리에 도착한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처럼 휴게소가 군데군데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쩌나? 오늘도 창 밖은 땡볕이다. 고속도로라고 하는 것이 우리 나라 웬만한 국도만도 못하다. 곳곳에 인가가 있고, 도로에 사람이 넘치기는 매한가지다. 시속 60㎞도 겨우 내는 형편이니 이 속도로 언제 델리에 가나 걱정이 태산이다.
피곤과 아픔이 겹쳐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우리가 탄 미니버스는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휴게소가 어찌나 화려한지 어느 유명한 리조트에 온 줄 알았다. 정원은 잘 가꾸어져 있었고, 면적은 골프장을 연상시키리만큼 컸다. 화장실 시설이 좋지 않은 인도에서 쇼핑센터를 들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더니 이곳도 그런 모양이다.
델리 시내에 있는 회교도 사원 ‘자마 마스지드’사원에 갔으나 마침 기도시간이어서 우리같은 비회교도인들은 출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회교도 사원이 위치한 곳은 시내 한복판인지 역시 사람이 많았다. 자동차와 릭샤, 오토릭샤 등이 어지럽게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양고기를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파는 가게도 여럿이다. 이리 더운 날 아무런 냉장 시설을 갖추지 않은 채 천장에 매달려 있는 고기 덩어리를 보자니, 저걸 먹고도 괜찮을까? 자꾸만 걱정이 된다.
들어가는 입구는 꽤 긴 대리석 복도를 신발을 벗은 채 들어가야했다. 대리석은 하루종일 햇빛에 익어 너무 뜨거웠다. 다른 나라 지도자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우리도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겅중거리며 대리석 복도를 지나 빨강과 주황의 꽃들이 수북히 뿌려진 간디의 화장터에 다다를 수 있었다. 마음이 절로 경건해졌다.
델리의 연꽃 사원은 우리 여행지의 마지막 방문지였다. 교통혼잡으로 인하여 어스름이 깔려 문을 닫기 30여분 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연못과 정원들로 장식된 이 연꽃사원은 1986년에 완공된 거의 최근의 것이다.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이든 자유로이 들어와 종교 습관에 따라 기도와 명상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종교를 수용하는 또 하나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 곳곳에 체인으로 사원이 지어져서 우리 나라 서울에도 있다고 한다.
겉모습이 연꽃의 모양처럼 겹을 이루었는데, 언뜻 보아서는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보였다. 꽤 긴 길을 걸어서 갔더니 이제부터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랜다. 해질녁의 풍광이 장관이라더니 우리가 오는 걸 알았는지 어느 순간 일제히 조명이 켜졌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종교로 인한 싸움이 아직도 그치지 않는 인도에서 모든 종교를 수용하는 또 하나의 종교라....우린 몇 컷의 사진으로만 남기고 안에 들어가 기도나 명상을 하진 못하였으나, 그 존재만으로도 인간은 얼마나 모순덩어리인가? 싸우는 것도 인간이고, 또 그걸 화해시키고 평화를 이루려 노력하는 것도 인간인 것이다.
그 유명한 델리의 교통 체증을 뚫고 거의 한 시간을 달려 ‘델리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가이드 ‘씽’과는 공항 밖에서 작별을 해야했다. 공항 입구에서부터 비행기표와 여권을 조사하는 곳은 여기 인도에서 처음인 듯 하다. 짧은 며칠이었지만, 우리를 보살피고 정을 나눠준 사람들과 헤어지려니 역시나 아쉽다.
공항에서부터는 인도 현지가이드가 우리를 인솔하였다. 짐을 부치고 비행기표를 찾고, 보딩을 하고 나니 이제야 인도를 벗어난다는 실감이 난다. 공항은 우리 나라 시장처럼 붐비고 정신없이 바쁘고, 좁았다. 어디나 사람이 넘쳐나는 것이 인도이고보니 도시고, 시골이고 공항이고 관광지고 예외가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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