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추억의 장소를 찾았습니다.
아이들과 광주교대 다문화체험관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갔습니다. 광주교대는 전국 11개의 교대 중에서 3번째로 교정이 넓은 곳입니다. 학교는 졸업한 지 20년이 더 되어서 우리가 학교다닐 때는 없었던 기숙사, 체육관, 대학원관을 비롯하여 없던 건물이 많이 생겼습니다. 연진관도 한창 공사중이었습니다. 초등연수원이라고 하여 초등교사 연수를 했던 오래된 건물은 역사관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교육과정 변천 과정, 옛날 교실의 모습, 광주교대의 역사 등의 변화를 여러 가지 자료와 모형을 이용하여 전시해 놓았더군요.
내가 다니던 시절의 학교 역사 부분만 찍어왔습니다.
군사정권으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보다는 거리에서 농성중인 학생이 더 많았던 시절.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어쩐지 어용(?)으로 보이던 시절. 밤사이 제가 속했던 학보사는 검열을 당했고, 불온서적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한 달씩의 정학 명령도 예사로 내렸던....그런 시절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내가 속한 학보사에서는 두 명의 친구가 정학을 당했고 당시 주간을 맡으셨던 교수님은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던 그런....시절이었지요.
옛날 교실 한 구석에서 앨범을 발견했습니다. 낯익은 사람들이 얼굴이 세월을 건너뛰어 있네요. 지금껏 나의 단짝이 되어 주고 있는 내 친구의 살 없던(?) 시절의 모습도 보이네요.
ㅎㅎㅎ 그 풋풋함이 다시봐도 정말이지 이쁩니다.
옛날 책상에, 옛날 교과서, 그리고 난로까지 있습니다. 초임 발령 받기 전 이런 교실로 만들어진 곳에서 잠시 강사생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무난로를 때고 있더군요. 2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글자를 잘 모르는 아이들과 오후에 남아 글자지도를 하고 있노라면 천장은 한없이 높고, 창문아귀가 맞지 않아 생긴 틈으로 겨울 황소바람이 들어왔었지요. 나무가 있어야 난로도 피우고, 고구마도 구울 터인데 난로는 있었지만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궤도네요. 수업공개하면 으레 등장하던 궤도....컴퓨터 보급 이후 TV, 전자칠판, 실물화상기 등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물건 중의 하나랍니다. 때론 디지털보다는 아나로그 교육이 효과적일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하~~~ 요 풍금. 풍금보면 할 말이 많아집니다. 교대생들은 1학년 때 피아노 바이엘을 떼고 2학년때부터는 초등 교과서에 나오는 곡들을 쳐야 합니다. 연습 후에 평가를 해야 학점이 나오고요. 2학년때부터 치기 시작한 풍금, 오르간은 3학년 말이 되어야 끝납니다. 다장조곡부터 시작하여 바장조, 사장조, 내림마장조...이런 곡들도 넓혀지다가 최종적으로는 애국가를 쳐야 끝이 났습니다. 지금이야 피아노교육이 사교육의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겠으나, 당시 시골뜨기 저는 피아노 근처도 가 보지 않은 채 교대입문을 하였지요. 당연하게도 피아노는 F를 맞았고, 이후 피아노의 '피'자만 들어도 공포의 대상 이었습니다. 노래만 알고 있으면 자동으로 화음도 넣어지고, 조바꿈도 저절로 되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을 저는 지금도 존경해마지 않습니다.
교복도 보이고 교련복도 보입니다. "우로 봐", "받들어 총~", "머리회귀붕대법" 등 군사교육의 잔재는 지금도 제 머리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지요. ㅎㅎ
옛날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기억 속에 잠재된 기억들이 실처럼 딸려 나옵니다. 내친 김에 한 군데 더 가보았습니다.
도서관은 나즈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옆은 이런 공원이었습니다.
"아리랑 동산"
이름도 근사하지요? 그때의 길도 아니고, 그때의 벤치도 아니지만 나무는 그대로였습니다. 유독 상수리나무가 많았는데 이날도 바람이 지나가니 우수수 상수리열매가 떨어지더군요. 운동하시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줍는 걸 따라서 저도 줍기 시작했습니다. 도토리묵을 써 먹을 것도 아니고, 달리 용도도 없으면서 말이지요.
저는 상수리열매를 주운 게 아니라 추억을 한움큼 주워왔거든요.
제가 주운 추억,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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