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정면에 위치한 작은 꽃섬 '하화도'를 가려면
백야도 선착장으로 가야합니다.
백야도는 이름에 '도'자가 붙어서 아시겠지만 섬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섬이 아닙니다.
백야대교가 건설된 이후 육지와 연결되었기 때문이지요.
백야도는 화정면의 면소재지가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섬이었을 때도 섬의 규모가 작고, 당연히 인구도 적었지만
당당히 화정면 소재지였습니다.
제가 3년을 살았던 개도 역시 화정면에 속했고 인구도 백야도보다 몇 배가 많았지만
그곳은 소재지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여수시장이 백야도 출신이라서 그랬다는 말도 있고,
개도가 한 쪽에 치우쳐 있어서 그랬다는 설도 있고....
여러 가지 유래가 전해오고 있었지요.ㅎㅎ
이곳 백야선착장에서는 금오도 비렁길도 갈 수 있습니다.
최근 개통된 3코스의 시작점 직포로 바로 연결이 됩니다.
배 운행시간이 가장 짧은 여수 돌산 신기항에서는 1코스를 가든, 3코스를 가든
뭔가를 타던가 걸어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직통으로 3코스로 갈 수 있습니다.
직포 3코스는 비렁길 코스 중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반면 난코스라서
초보자는 많이 힘들어합니다.
차도 싣고 사람도 싣고 드디어 배는 출항합니다.
올해부터는 강화된 선박법에 의해 신분확인이 안되면 승선을 할 수 없습니다.
표를 끊을 때 신분증이 있어야 합니다.
주민등록번호만 적어가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만일 차를 싣을 예정이라면 차번호, 그리고 차종등도 꼭 알아야 한답니다.
배 위에서 이런 광고판을 보았습니다.
'주영수산'이라니요...
감회가 밀려옵니다.
요 녀석, 제 제자입니다.
전남교육계에서는 한때 '강제순환근무제'를 할 때가 있었습니다.
뭔고 하니 교사들이 도시만 선호하기에 도시(여기서 도시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가 아니라 광주나 목포, 순천 인근의 도시권)에서의
근무연한이 만료되면 육지권으로, 육지권에서의 만기자는 도서권으로 가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광양 즉 육지권에 근무했었는데 그만 만기가 된 겁니다.
제가 가야 할 곳은 도서권, 함께 움직일 수 없는 남편을 두고
아직 어린 세 아이를 데리고 용감하게 새로 정착한 곳이 바로 여수시 화정면
'개도'라는 섬이었습니다.
도시권으로 일찍 돌아오고자 점수가 많은 도서를 희망해서 가긴 했지만
섬이라는 곳을 모르는 데서 오는 불안감,
어린 아이들이 아플 때는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때문에 하루에도 열 두번씩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었지요.
들어가던 해 6학년 담임을 하였고, 그때 만난 제자가 바로 주영이입니다.
6학년이지만 주영이는 이미 키도 저보다 컸고,
몸무게도 70키로가 넘는 어른이었습니다.
더 웃긴 건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집안일을 돕다보니
면허증 없이 섬 안에서 아빠의 용달트럭을 능숙하게 운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영이는 제 아이 막내를 무지무지 귀여워해서 목마도 잘 태워주었고,
기름보일러에 기름을 넣을 때면
손으로 펌프를 돌려서 한 드럼의 기름을 넣을 수 없는 저를 위해
기름도 넣어주었고,
하수구로 들어온 쥐가 끈끈이에 붙어 괴로워할 때
"주영아 쥐,,,쥐...."
말을 잇지도 못한 채 놀라고 있는 저를 위해 부르기만 해도 달려와 치워주던
듬직한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 이제 28살의 청년이 되었다는군요.
전화받는 목소리가 어찌나 의젓한지 목소리에서 세월을 느꼈다면 이해하실까요?
섬을 벗어난 지 십년 째 되던 해 아이들과 함께 새해 1월1일을 '개도'에서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섬 떠나온 후 처음으로 간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재미나게도, 많이많이 힘들게도, 그러나 또 보람있기도 하였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였지요.
배위에 적힌 광고판을 보니 한꺼번에 떠오르는 추억을 다스리느라
풍광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습니다.
하화도에 들러 회를 드실 생각이라면 '주영수산'을 이용해보세요.
제가 담임하던 시절에는 주영이의 아버지께서 '우럭'과 '전복양식장'을
운영했지요.
주영이는 어릴 때 집안일 돕던 산 경험에다
몇년 전 대학교도 수산양식 관련과를 나와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후
독자적인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화도 가는 배가 중간에 '개도 여석'이라는 곳에 들러갑니다.
주영이 양식장은 바로 그 여석에 있고요.
백야도 출발하기 전 전화를 해 두면
중간기착지 백야도에서 싱싱한 회를 받아서 먹을 수 있습니다.
하화도에는 밥집은 있지만 우럭이나 돔. 전복등을 먹을 수 있는 횟집이 없답니다.
산지직송이니 아무래도 좀 더 저렴하겠지요?
(주영아, 이만하면 예전에 보일러에 기름 넣어준 거,
쥐 끈끈이 버려준 것 등 너에게 빚진 것 좀 갚았을까? ㅎㅎㅎ)
30여 분 정도 배를 타고 하화도에 도착합니다.
화정면에는 섬이 많습니다.
아까 말한 소재지가 위치한 백야도도 있고.
제일 큰 섬 개도, 그리고 하화도와 쌍을 짓는 상화도, 낭도, 사도 등등...
섬 안에는 음식점이 세 군데 있습니다.
선착장 입구는 경로당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음료와 파전, 문어 등을 파는 곳이지요.
밥집으로는 두 군데가 있습니다.
1박2일에도 나와서 유명해지셨다는 이 섬의 이장님이 운영하는 밥집이 한 곳이요.
오늘 제가 먹었던 곳이 다른 한 곳입니다.
이장님 집보다는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요.
드디어 꽃섬길을 나섭니다.
곳곳의 풍경을 함께 보실까요?
꽃섬답게 여러 꽃들이 피어있는데
가을의 대표꽃 구절초가 있는 공원입니다.
좀 더 구절초가 많이 피었더라면....아쉬움을 가져봅니다.
길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비렁길에 비해 짧고 풍경도 같은 섬이다 보니 비슷합니다.
다리가 아픈 사람은 보이는 이 길로 쭉 가면 선착장이 나옵니다.
한바퀴 돈 거지요.
반대편으로 십여 분 가면 이 섬의 끝이 나오는데, 상당한 오르막입니다.
여기 전망대가 끝입니다.
세상만사 그렇듯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름다움도 볼 수 없습니다.
ㅎㅎㅎ
누군가의 소원이 적힌 나무 목걸이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풍경도 훨씬 멋져집니다.
멀리 선착장이 보입니다.
섬 한바퀴를 돈 겁니다.
놀다가 쉬엄쉬엄 걸어도 세 시간이면 다 돌 수 있는 작은 섬입니다.
문태주님의 시도 멋지고,
생긴대로의 돌을 이용하여 만든 물고기도 더없이 사랑스럽지요.
"멋지다"는 소문을 많이 듣고와서 기대치가 높아선지
한 바퀴 다 돌면서도 감탄하지 못했는데
이 물고기를 보는 순간 그만 이 섬이 맘에 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외칩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떠나세요.
가실 곳 마땅치 않으시면 여수 하화도로 와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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