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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발길이 머무는 곳

<광주여행>풍향문화관으로의 나들이

 

오랜만에 모교에 갔습니다.

모교를 졸업한 지 25년이 넘고 보니 달라진 점도 많았지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선 것입니다.

기숙사도 생기고, 대학원 건물도 생기고,

운동장에 테니스장도 들어섰고,

오늘 CEO리더십 연수 수료식이 열리는 풍향문화관도 새로 지어졌네요.

여기 이 길은 풍향문화관으로 가는 오솔길.

예전에는 사람들이 거의 오가지 않아 잡초만 우거진 길이었는데

그사이 나무가 우거지고 녹음이 짙어져

이런 멋진 길로 재탄생했네요.

 

풍향문화관 외부입니다.

하정웅 아트홀이 있는 1층과

독도체험관이 있는 2층,

그리고 다문화교육관이 있는 3층이 있습니다.

 

교육 CEO리더십은 1층 하정웅 아트홀에서 열립니다.

광주교대와 하정웅 이라는 분이 어떤 연관이 있어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내내 궁금했습니다.

 

입구 왼쪽에 하정웅님의 동상이 있습니다.

하정웅님은 일본 오사카 출신의 재일교포 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랍니다.

1980년부터 한국현대미술사를 조명하기 위해

16여개 기관으로부터 약 9,8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광주시립박물관 명예관장이기도 한 그는

1993년부터 4차에 걸쳐 2,222점의 작품을 기증했답니다.

그래서 광주 중외공원에는 '하정웅도로'가 있다네요.

 

광주교대와는 MOU체결을 통해 이름을

하정웅 아트홀로 정했다고 나와 있네요.

평생 모은 미술품을 통해 나눔, 메세나를 실천하고 있는

'하정웅'이라는 분을 새롭게 알 수 있는 밤입니다.

 

'맹인의 무리'라는 이 작품은 판화로 '나카가와 이사쿠'라는 일본인의 작품입니다.

하정웅 님의 기증작입니다.

다리 위를 위태롭게 건너가는 맹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요.

맨 앞에 선 맹인의 역할을 통해

지도자의 지혜와 역량을 나타낸 그림이라고 합니다.

 

공연장 내부모습입니다.

608석의 객석을 갖춘 대공연장입니다.

음향도, 조명도 훌륭합니다.

특이한 건 의자 하나하나가 전남과 광주에 사는 많은 분들의

기증을 받아 마련한 것인 모양입니다.

의자 뒤에 ooo자모회 일동, ooo초등학교 ooo선생님, 이런 문구가 새겨져있네요.

대학 캠퍼스 내에 멋진 공연장이 있다니

동문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교육 CEO리더십 연수가 끝나는 날,

한껏 차려입은 수강생(교장선생님)들이 마지막 기념촬영을 합니다.

12주에 걸쳐 연수를 치러낸 교장선생님들, 수고많으셨습니다.

 

뒤이어 공연이 이어집니다.

여고생들의 태평무 공연

 

고등학생들의 비보이 공연도 있었구요.

 

광주교대 평생교육원 문명자님과 문하생들이 꾸미는 '가야금 병창'도 이어집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조우현'외 2분의 통기타 연주가 연결됩니다.

7080노래가 흥을 더합니다.

 

기숙사 식당에서 저녁도 먹고

음악관이 보이는 집에서 차도 한 잔 마셨습니다.

음악관 앞 작음 연못은 우리가 학교를 다녔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네요.

저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던 아이들은

지금 다들 어디서 살고 있을까요?

피아노와 오르간을 치지 못해 음악관만 보면 이를 갈던 청춘들도

지금은 잘 살고 있겠지요?

 

학교 다닐 때 남학생 한 명은 음악관에서

오르간을 훔쳐서 나오다 들켜 졸업을 못하기도 했지요.

수많은 이들의 눈물이 얼룩진 곳 음악관,

'아이스크림'이라는 교육자료 사이트가 대세가 된 요즘,

피아노 좀 못 쳐도, 오르간으로 '애국가' 반주 못해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시절에 살고 있는데

그때는 왜 그리 피아노와 오르간 연주에 목을 맸을까요?

 

음악관 보면 그리움보다는 원망이 더 많은 나였는데

그 음악관조차 아름답게 보이는 걸 보면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나 봅니다.

 

보성에서 광주까지...

무려 14명의 화려한 외출은 밤 9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