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게 다른 직장문화와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동학년을 하면서
일년내내 가족보다 더 많이 얼굴을 보고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다 보니
교사들 간에도 언니, 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나 교사는 아무리 좋아도 한 학교에서 4년 이상을 있을 수 없기에
헤어짐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학교를 옮기고 나면 웬만해서는 다시 만나기가 참 힘듭니다.
학기 중에는 하루하루 가르쳐야 할 양이 정해져있고,
아이들 진도따라가랴, 학교 행사 따라가랴,
그러다보면 일년이 후딱 후딱 잘도 갑니다.
또 광주나 순천으로 통근하는 사람도 많기에 저녁시간도 자유롭지 않아
일정을 맞춰 학기중에 만나기는 웬만한 정성을 들이지 않고서는
힘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방학이 있지 않느냐?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요새는 방학에는 연수나 자기계발 등으로
방학 때 쉬는 사람이 별로 없지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마저 멀어진다" 는 말은
비단 연인 사이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어서
학교 안에서 만난 인연은
모래위에 쌓은 성처럼 부스러지기 쉬운 관계가 대부분입니다.
그토록 정을 들인 학교도 일단 한 번 떠나면
남의 집에 간 것처럼 서먹합니다.
더구나 그 정들인 학교가 벽지나, 섬에 있어 교통까지 불편하다면
더 그러겠지요?
그런데 저는 오래전 친정학교(?)-교사들은 자신이 떠나온 학교를
친정이라 부른답니다. ㅎㅎ-를 갔습니다.
3년동안 열심히 살았고,
사는 동안 아이들과도 선생님들과도 행복했었기에
외서의 "외"자만 들어도 그리움이 물씬 배이는 곳,
바로 외서초등학교에 말입니다.
외서로 들어가는 입구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입니다.
길지는 않지만 외서의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50분을 달려 이 길을 만나면
"아, 다 왔구나!"
안심이 되었었지요.
외서초등학교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순천이지만 정서상으로는 벌교에 더 가까운 곳입니다.
순천에서 출발하면 낙안의 불재와,
외서의 빈계재 등, 높은 재를 두 개나 넘어야 만날 수 있는
전교생 25명이 꿈을 키워가는 작은 학교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2010년에만 해도 전교생이 19명까지 내려가서
이대로 가다가는 폐교되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 그래서 이 좋은 학교가 없어지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서운했었는데-
순천에서 원거리 통학을 하는 아이들이 6명으로 늘어나면서
학교는 다시 6학급, 최소규모의 학교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365 HAPPY SCHOOL "
이 슬로건처럼 저는 사는 동안 행복했었습니다.
태백산맥에 나오는 '외서댁'의 그 외서 정도로만 알고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학교에 부임하여
3년을 잘 살아내고 그곳을 떠난지 5년이 넘었음에도
기회가 되면 가 보고 싶어지는 곳,
그곳이 바로 외서입니다.
1927년에 개교할 당시에도 외서면에 하나 있었고,
지금도 하나인 단일학구라 여든 넘은 어르신도
자신의 모교인 학교를 사랑하고 아끼는 애교심이 지극하였던
순박한 인심의 사람들이 사는 땅, 외서~~~~
학교의 역사를 말해주는 여러 개 중 하나로
타 학교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것
학교를 도와주신 분들...
금액이 10만원도 보이는 걸 보면
꽤나 오래 전 물건이겠지요?
2009년 아이들과 도서관 벽에 그렸던 벽화입니다.
강아지똥이라고 글씨를 썼던 장미는 여고 2학년이 되고,
분홍고양이를 그렸던 유진이는 미용고에 다닌다고 하네요.
노란 고양이 꼬리를 길게 그려넣었던 내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장난처럼, 과연 될까? 우려하면서 아이들과 그렸던 그림들이
추억의 이름을 달고 이렇게 있는 걸 보니, 새롭네요.
저는 지금 보성 회천에 삽니다.
저는 또 몇 년 후 이곳 회천을 어떤 이름으로 기억하게 될까요?
아마도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그리운 이름으로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요?
외서가 그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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