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광주 그린장례식장입니다
서울 사는 내친구 미아의
시어머니를 모신 곳입니다.
미아는 내 중학교때 친구죠,
같은 중학교, 같은 여고를 나오면서
나는 미아를 많이도 사랑하였습니다.
흔히 그러잖아요.
사춘기 때 동성친구는 이성친구 역할을 겸한다고 말이지요.
제 기억에 저는 사춘기가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시절이라. 일나간 엄마 대신 동생들 챙기고,
집안일 하느라 '생각사, 봄춘'이 주는 희망의 시기를 건너뛴 듯 합니다.
오래전 강의를 듣는데 강사가 그러더라고요.
"사람은 평생동안 해야 할 지랄의 양이 정해져있다"고요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보낸 사람은 어른이 되어 속차리고 철든 사람이 많은 반면
사춘기 시절 공부만 치열하게 하다가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은
속칭 '사'자 붙은 어른이 되어
40~50대에 룸싸롱 등의 유흥업소에서 지랄발광하는 시기를 갖게 된다고요.
질량보존의 법칙에 빚대어 있는 생긴 이 말은
"싫어"
"왜?"
"그냥...."
논리로는 설명이 안되고
자녀와 5분만 이야기하다보면
목소리 커지고 머리에 김이 나는
이 땅의 부모들을 위로하기 위해
생긴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춘기가 없었던, 그래서 엄마말도 선생님 말도 참 잘 들었던 나는
친구에 대한 집착은 강했습니다.
많은 친구를 사귀는 대신 마음맞는 몇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집착이 강한 나는
오로지 나만의 미아가 되기를 희망하였으나
미아는 만인의 연인이 되기를 꿈꾸었죠
나는 미아가 나한테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것에 상처받기도 했고
심지어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그보다 먼저 한 내 약속을 잊었다는 말로
별 일 아니게 취급하는 것에 울기도 했지요
그녀와 나는 다른 대학을 다니고
초등과 중등에서 교편잡고,
서울과 순천서 터전을 잡으면서 영 멀어지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아와 나는 공통점도 있었으니
오래된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
집을 오가면서 자랐기에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안다는것이죠
우린 간혹, 잊을만하면 한번씩 드물게 만났지만
어제본 듯 반갑고
돌아서면 또 보고싶은 사이입니다
그런 친구가 시어머니상을 당했다기에
조퇴까지 맡고왔더니
아뿔사~~
오후 4시 입관시간이라네요
혼자 독상을 받고
전. 수박. 수육, 방울토마토, 명태조림,
물 한잔까지 마셨는데
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오지를 않네요
기다리기 지루한 저는
스마트폰으로 이렇게 장례식장 구석에 앉아
글을 올립니다
내 친구 미아를 보고 첫 눈에 반하여
남편이 된 승재씨보다 먼저 맘에 들어 하셨다는 분!
작은 며느리 미아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신 적 없으셨던 분,
아버지 안계신 미아의 친정을 배려하고 이해하셨던 분!
비록 살아생전에는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마음으로 고마움을 표합니다.
사방이 꽃피는 이 좋은 봄날에 가시는군요.
가시는길, 부디 평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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