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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햇빛고을 광양

<광양여행>김대례 공적비, 진월 국사봉을 다녀와서

살다보면 이런 저런 모임에 권유를 받을 때가 있다.

고향 근처에서 터 잡고 오랫동안 살다보니

초등학교 동창회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동창회, 대학친구 모임, 

학교를 옮겨 다닐 때마다 생기는 모임

(ㅋㅋ, 사람이 좋아선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탓인지

학교 옮길 때마다 모임이 생기곤 한다.

남편은 이것도 병이라고 하지만....)

배구나 글쓰기 등의 취미모임 등등

다른 사람보다는 모임이 좀 많은 편이다.

 

내가 속한 모임 중 하나에 <광양문화연구회>가 있다.

광양의 역사를 공부하고,

유적지를 살피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뜻있는 사람 몇 사람이 시작하였고,

내가 아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많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회원이 된 지 이제 4년 쯤 된다.

 

가입하고 나서도 별다른 활약도 못한 채

모임 있는 날,

간혹 얼굴이나 내미는 정도였는데,

이번 답사지는 광양 진월면에 위치한 김대례 공적비와

진월 국사봉이다.

광양에는 국사봉이 두 개가 있는데 옥곡 국사봉이 더 많이 알려져있다.

왜냐면 국사봉 철쭉제도 열리고, 신년맞이 해맞이 축제도 하기에...,

나도 이번 답사지가 국사봉이라고 하여

당연하게 옥곡 국사봉인 줄만 알았다.

 

 

 

 

 

 

김대례 공적비 모습이다.

문헌에 남아 있는 게 적어

안내판에 소개된 것이 전부이다.

한문으로 된 공적비의 내용도 해석된 게 없다고 한다.

광양시지에 웬만한 비문은 거의 다 해석이 되어 있는데

이 비문은 해석이 없다고 한다.

아는 한자를 중심으로 엮어 나가다 보니

안내판에 적힌 내용이 그 내용이거니 짐작만 한 뿐이다.

 

몇 번의 답사를 할 때마다 부끄러움이 앞선다.

지명으로서의 광양은 탯줄을 묻은 곳이자,

17년간의 교직생활을 한 곳으로

내가 익히 잘 알고 있던 곳이지만,

문화나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이방인처럼 모르는 게 너무 많음을 느낀다.

누군가 나에게 '광양'에 대해 물어온다면

상식선의 대답할 게 할 수 없으니.

이 아니 부끄러우랴?

느리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나의 이런  

부끄러움이 조금이나라 상쇄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진월 국사봉은 진월초 월길분교가 있던 곳의 뒷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수지를 감고 구불구불 외길을 5분여 오르면 신흥사 일주문을 만난다.

흔하지 않아서 좋다.

일주문이 주는 위압감이 없어서 더 좋다.

나무기둥 두 개에 기와집을 얹은 소박한 모습이 좋다.

 

 

'신흥사' 절집 모습이다.

스님이 출타중이어서 부처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특이한 건 조계종이라고 쓰인 오른쪽에

색칠하지 않고 쓴 다른 한자가 있다는 것,

'불교'라고 쓴 부분은 왜 색칠을 하지 않았는지....

조계종이 아니거나 아니면 다른 종파거나....

우리끼리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매봉, 치동, 매치재.

지명이 재미있다.

호남정맥의 일부라고 하기에는 등산로 주변이 정비되지 않아 풀이 우거져있었다.

 

 

 

 

진월 국사봉 정상이다.

사방이 꽉 막혀 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간이 봉수대의 흔적인 돌무더기만 남아있다.

오늘 안내를 맡으신 안영춘 선생님(초등교사로 40년 재직,

광양 진월에서 태어나 아랫마을 월길분교에서 정년 하신 지 7년 되신 분,

현재는 임진왜란연구회나 진월중학교 후원회장등의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분)의

장탄식이 이어진다.

 

  "내가 광양에 건의를 여러 차례 했어요. 옥곡 국사봉은 철쭉만 심어서 유명해진 곳이고

여기 국사봉은 역사에도 나와 있는 곳이예요. 전망이 보이도록 이 주변 나무라도 정비해주면 좋겠어요. 등산로 주변도 아랫마을 청년들이 하우스 농사가 끝나고 나서

정비한 것이랍니다. 호남정맥의 길목에 산불감시초소

(사진에 보이는 연두빛 울타리 안에 있는 건물)나

만들어놓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사봉에서 10여 분 내려오는 길에 있는 매봉 표지석이다.

국사봉에는 표지석도 없더니

여긴 이렇게 앙증맞은 표지석도 있다.

 

그나마 이곳은 시원한 눈맛이 있다.

사진의 바다처럼 보이는 곳엔 비닐하우스가 몰려있다.

하우스가 모인 곳의 작은 마을이 예전엔 섬이었다고 한다.

내륙에서 가장 많이 올라온 곳에 자리잡은 섬이랜다.

그럴만도 한 것이 바로 옆은 바다가 아니라 바로 섬진강이기에...

 

어쨌든 그곳은 예전엔 가난한 곳이었는데

간척지에 하나 둘 하우스가 자리잡으면서

파프리카, 토마토, 오이 등의 작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웬만하면 억대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선지 노는 땅이 거의 안 보였다.

 

 

다른 한 쪽으로는 이순신대교, 하동 화력도 보인다.

국사봉에서는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했는데

매봉은 앞이 트여 시원했다.

 

공부도 하고,

등산도 하고,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알찬 답사였다.

흔쾌히 길잡이 해 주신 안선생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