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날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들어있는 오월의 한가운데 날입니다.
오늘은 세월호 여파 때문인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스승의 날이 되었습니다.
이맘때 쯤이면 부정적인 스승의 날 모습을 한두꼭지를 내 보내던 방송도
조용합니다.
작년까지 제가 근무했던 순천은 스승의 날이 든 토요일에
'스승의 날 기념 한마음 체육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교직원끼리의 남, 녀 친목 배구경기를 하는데
친목을 넘어 경쟁이 치열하였습니다.
작은 학교는 어느 학교와 한 팀을 이루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비정규직이나 스포츠강사, 회계직원을 넣고 빼는 것에 따라
팀의 승패가 좌우되기에 이해관계에 따라 선수자격이 매년 수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배구 잘하는 스포츠강사는 섭외 일순위로 떠오르고요.
서로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느라 바쁩니다.
수업이 끝나고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이 학교, 저 학교로 친목원정 배구경기를 하러 가는 날이
여러 날 지속되기도 하였습니다.
본격적인 배구경기는 미리 배정된 순천시내 각 학교에서
남, 녀 구분하여 조별 리그전 형식으로 예선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본선은 팔마체육관이나 시내 비교적 큰 체육관에서 열립니다.
작년 5월, 남자팀 우승은 우리 학교 차지였습니다.
결승의 환호가 끝나고 승리의 기념촬영을 한 시각이 밤 9시 반.
삼겹살 집에서의 저녁식사까지 끝난 시각은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모인 직원은 20여 명,
우승컵에 술을 부어 나눠마시는 우승 세레머니 이벤트도 당연히 있었지요. ㅎ
토요일이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함성을 지르고, 마음을 나누면서
스승의 날을 자축하였습니다.
올해는....
일단 저에게는 저를 믿고 따르는 오로지, 저만 보아주는 아이들이 없기에
쓸쓸합니다.
눈에 익으면 객관성을 잃고,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듯이,
이쁘지 않은 담임인 저에게도
우리 선생님은 이쁘다, 멋쟁이다 말해주는 꼬맹이들이 올해는 없습니다.
하루에 열 두번이나 꼭지가 돌게도 하지만,
내가 가는 곳을 졸졸거리며 따라오고
내가 묻는 말에 참새처럼 대답하는 아이들, 그 귀한 아이들이 없습니다.
잘 부르지 못하지만 '스승의 은혜'를 소리높여 불러주고,
교실 곳곳에 풍선을 달고, 칠판에는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라고 삐뚤빼뚤 써 주던 아이들,
아직 준비안되었다고 밖에서 기다리라며, 들어서는 순간 폭죽을 빵빵
쏘아대던 고 귀여운 녀석들 말입니다.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올해는 학교단위 자축파티를 하였습니다.
전 직원이 모여 케익하나 자르고,
나눠먹었습니다.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더미 보이시죠?
바로 이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주신 선물,
'레모나' 비타민제입니다.
좋은 선생님의 제 일의 조건은 '건강', 제 이의 조건은 '인내력'입니다.
그런 점에서 건강식품은 딱입니다.
학교 운영위원장이 보내온 꽃게입니다.
살아있습니다.
전 교직원에게 골고루 하나씩 돌아갑니다.
개개인이 받는 것이야 얼마안되지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터인데, 이렇게 그냥 받아도 되는건지 고민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이 땅의 모든 스승님들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교사를 바라보는 날 선 시선들도 많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행복으로 여겼으면 합니다.
'선생'이라는 직업인이기보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람만들려 노력하는 참스승이 많은 세상이 되었음 합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귀하게 여기고, 고르게 사랑하겠습니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저에게 하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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