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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커피가 있는 풍경

우리 학교의 이색 풍경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교직원 중 많은 수가 아침마다 교장실로 모입니다.

때로는 개인컵을 가져오기도 하고

때로는 저처럼 입만 가지고 가기도 합니다.

공통점은 모두들 하루의 시작을 커피와 함께 한다는거죠.

 

오늘의 바리스타는 교장선생님이십니다.

커피를 내리는 정도의 얼치기 바리스타야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우리 교장선생님은 진짜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진 분입니다.

그 분이 내려주는 최고급 원두 커피를 한 잔씩 마심으로써

하루가 열립니다.

커피라면 양촌리도 좋고, 원두도 좋고, 연한 아메리카노도 좋고

특별한 입맛을 갖지 않은 저조차

교장선생님과 2개월 넘게 살다보니

이젠 제법 신맛과 쓴맛, 단맛을 구별하여 마시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자, 함께 드립원두커피를 만들어볼까요?

 

 

 

 

 

원두는 볶은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것만 사용합니다.

코스타리카, 온두라스, 과테말라, 쿠바 등의 중남미 커피를 주로 씁니다

간혹 케냐나 이디오피아, 비오는 날 마시는 인도몬순 커피를 가져오기도 하십니다.

이런 일회용 커피는 아무데서나 사지도 못합니다.

아침마다 얻어 마시기 미안하여

제가 사는 순천에서 사렸더니,

일회용 커피는 포장지가 비싸서 소도시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 커피는 광주 상무지구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커피랍니다.

제 입맛에는 과테말라 커피가 맛있더군요.

내리는 온도에 따라서 신맛이 더해지기도 하고, 덜해진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드립머신으로 갈아서 커피필터를 깔고 붓습니다.

머신에는 눈금이 있어 굵게도 갈고, 가루가 되게도 할 수 있습니다.

 

 

 

물을 조금만 부어놓고 기다립니다.

커피가루에 물이 스며들어 초코파이처럼 부풀어 오를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초코파이에 물을 붓습니다.

백록담 분화구를 얼마나 멋지게 만드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물을 붓는 방향과, 양, 속도 등도 맛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을 부을 때도 이런 커피 전용 주전자를 사용합니다.

다른 주전자에 비해 주둥이가 깁니다.

다 내릴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커피 두 서너 잔을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끝까지 내리지도 않고 빼버립니다.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었습니다.

쓴 맛인지, 신 맛인지 맛을 본 후 취향에 따라 물을 섞으면 됩니다.

약하게 마시는 저는 물을 가득 따라서 마시고,

커피마니아 유 모양과 최 모양은 원액 그대로 마십니다.

우리는 그 두 선생님을 독한 X 라고 합니다. ㅎㅎ

 

언젠가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초등학교 교장의 만족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본 바로 교장은 외로운 자리입니다.

하루 종일 교장실에 갇혀(?) 살아야 합니다.

수업에 바쁘고, 업무에 치이는 선생님들은

교장선생님과 놀아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학교처럼 신규교사가 많은 곳에서 교장선생님은

부모님보다 더 나이가 많아 어렵기만 한 분입니다.

 

그런 교장선생님이 바리스타가 되어 직접 커피를 타 주시니

저절로 소통의 장이 마련이 됩니다.

향기로운 차를 앞에 두고

일상을 이야기하고, 칭찬과 격려가 어우러지는

아침에만 열리는 회천 다방(?)에서 커피 잘 드셨지요?

 

다 드셨으면 오백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