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읽은 책/감동이 있는 글

모든 꽃은 열매가 된다.(공선옥)

생애의 어느 한때 한순간, 누구에게나 그 '한순간'이 있다. 가장 좋고 눈부신 한때. 그것은 자두나무의 유월처럼 짧을 수도 있고, 감나무의 가을처럼 조금 길 수도 있다. 짧든 길든, 그것은 그래도 누구에게나 한때, 한순간이 된다. 좋은 시절은 아무리 길어도 짧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짧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좋은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생애의 모든 것들이 영원하다면 어찌 좋다는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좋다는 개념 자체를 우리는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참 낳이, 그리고 늘 '나쁜 것'들의 연속이었다. 나쁜 것들의 행렬 속에서 좋은 것의 도래를 열망하여 어느 한때, 좋은 한 시절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간절한 열망 끝에 오는 좋은 한 시절을 그 기다림과 그 열망의 시간들에 비해 너무나 짧다. 오죽하면 메뚜기도 한철이란 말이 생겨났겠는가.

 

  그러나 좋은 한순간, 한때, 혹은 한 시절이 누구에게나. 기다리고 열망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오는 것만은 아닌가보다. 그야말로 그 인생의 어느 한순간에도 '좋은 한때' 한번 못 보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 지난한 생애들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어느 죽임인들 안까깝지 않은 죽음이 있겠는가마는 평탄한 삶만을 살다 간 사람보다 신산하기만 한 생을 살았던 사람의 죽음 앞에서 가슴이 메어오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그 생애에서 뭔가를 이루려 하다가 끝끝내 이루지 못한 이의 죽음 앞에서는 울음조차도 사치스럽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울음이란, 슬픔이란 때로 얼마나 감정의 허영인 것이냐.

 

2014년 5월 2일(금)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공선옥 산문집/창비 에서 베껴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