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나 지구나 스스로 빛을 만들어서 내뿜지는 못한다. 태양빛을 반사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나는 보름달이 가져다주는 아련한 밝음을 좋아하지만 초승달이 보여주는 아싸한 느낌도 사랑한다. 초승달을 자세히 보면 태양빛을 반사해서 밝게 보이는 부분 말고 마땅히 보이지 않아야 할 부분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초승달 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히 달이 그 부분만 태양빛을 받아서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둥근달의 어두운 나머지 부분도 마치 그림자 느낌으로 그 윤곽을 드러내 보인다. 내양빛을 반사한 지구의 빛을 달이 다시 반사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달에서 지구의 반사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달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격렬한 어떤 사연을 공유한 사람,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사랑을 했던 그 사랑을 가슴속에 묻고 떠나갔던 여전히 그리운 사람. 끝없는 배려를 해주는 사람. 한쪽 면만 보여주지만 그것이 나를 위한 동조 과정의 결과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람. 내 자신의 모습을 반사하듯 내게 보여주는 사람. 그러면서 늘 옆에 있는 사람.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 지켜만 보는 사람. 보름달처럼 나를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어둠 속에서 환한 그림자를 만들어서 나를 춤추게 하는 사람. 천 개의 달이 되어서 온 세상에서 나를 기억하는 사람. 살다보면 달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늘 곁에 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달같은 사람들이 새삼 고맙고 그립다. 보름달처럼 반달처럼 초승달처럼 그들의 얼굴과 마음이 스쳐지나간다. 그러다 문득 나는 누구의 달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따. 당신은 누구의 달입니까?
<경향신문 2014년 5월 27일 화요일> 이명현의 스타홀릭에서 뼈껴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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